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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나의 2013년은?

나는 날짜 감각이 부족하다. 몇월 며칠에 무슨 일이 있었노라고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래서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크리스마스가 낀 한 주를 고스란히 쉬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달리기도 슬슬 건너뛰면서 게으름을 피웠다. 크리스마스 직전에 배달돼 온 55인치 LG 스마트TV 앞에 앉아서 그야말로 'Un-smart'한 생활을 즐겼다. 아니, 즐겼다라기보다는 그간 유지해 온 생활 패턴, 일상의 리듬을 '놓아버렸다', 혹은 '해체해버렸다'라고 하는 편이 사실과 더 잘 부합하겠다. 


TV 하드웨어뿐 TV 소프트웨어(방송 서비스)는 없었으므로 이맘때 지겹도록 나왔을, 또 나오고 있을 한 해의 결산, 정리, 그리고 한국의 무슨 연예대상, 가요대상 따위 행사를 접하지 않았다. 주로 넷플릭스로 영화를 봤고, 유튜브로 쪼가리 비디오들을 봤다. 그래서 좋았다. 하지만 그만큼 날짜 감각은 더욱 무뎌졌다. 


일상의 리듬으로부터 완전히 일탈해 버린 그 일주일 동안, 물론 블로그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또 다른 새해까지 채 이틀도 남지 않은 지금에서야, 나도 어쨌든 '정리'는 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군대 시절 매일 저녁에 소대원들에게 했던 표현을 빌린다면 '자, 결산하자!'다. 올해 1월에, 저토록 (맨 아래) 거창한 결심을 한 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야심만만했던 결심을 결산해 보니, 허탈한 심정이 될 정도로 참담하다. 내년 초에도 뭔가 '결심'이나 '계획'을 잡아야 할까? 


각설하고, 저의 보잘것없는 블로그를 부러 찾아주시고 덕담까지 해주시는 - 특히 scholatree님, 입때님, 블루고비님, 벙이벙이님, 리네플님, 똥이아빠님, 드리머님, 필론님, 빛소리님... -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저를 아시는 모든 분들께,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씀을 올립니다


2013년 월별 하이라이트

1월: 새알밭의 겨울 일상 - 날씨 얘기, 책 얘기

2월: 좋은 책 두 권 (Heft, Signs and Wonders)


3월: LA마라톤 - 보스톤 마라톤 참가 자격을 얻다


4월: 새알밭 10마일 로드 레이스

5월: 밴쿠버 마라톤


6월: 성준이 생일, 동준이 졸업식

7월: 밴쿠버를 가, 말아? 설왕설래


8월: 한국 여행, 일본 삿포로, 홋카이도 마라톤


9월: 이사 스트레스 - 집 팔기, 집 찾기


10월: 이사

11월: 부엌 고치기


12월: 동준이 생일, 결혼기념일, 크리스마스, 아내 생일, 그리고 송년.


2013년에 인상 깊게 읽은 책들:

1월 - Under the Dome ★★★★★


2월 - Heft ★★★★★

2월 - Signs and Wonders ★★★★★


4월 - Rage against the Dying ★★★★☆

4월 - Dark Eden ★★★★

5월 - A Killing in the Hills ★★★★☆

5월 - The World's Strongest Librarian ★★★★☆

7월 - Silenced ★★★★☆

8월 - 사는 기쁨 


게으름 탓에 미처 독후감을 쓰지 못했지만 좋게 읽은 책으로 기억하고 싶은 것들: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

Far Far Away


그리고 카밀라 락버그의 추리소설 세 권 (4권은 진행중)


2013년에 인상 깊게 본/들은/감상한 것들:

1월 - BBC의 미니시리즈 'Sherlock'

6월 - World War Z


7월 - Pacific Rim


8월 - 정명훈/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9번 연주

9월 - 공룡들의 천국 드럼헬러

12월 - 반지의 제왕 (Lord of the Rings) 3부작 DVD. 언제 봐도 걸작. 톨킨의 장대한 상상력이 놀랍고, 그 상상력을 영상으로 구현한 피터 잭슨과 제작진, 연기자들의 성취가 놀랍다. 다음엔 블루-레이 화질로 보고 싶다. 


2013년 새해의 다짐 성적표: 낙제...OTL

책을 쓴다 - F

현재 밀린 번역일을 올해 안에 모두 끝마친다 - D

적어도 하루에 시간씩은 아이들과 놀아준다 - C

적어도 하루에 번씩 아내를 웃게 만든다 - B

일주일에 적어도 나흘은 뛴다 (3, 5, 8, 그리고 10, 개의 풀마라톤을 계획) - A

매일 영어로 일기를 쓴다 - C

아내로부터, 적어도 달에 하나 꼴로 새로운 요리법을 배운다 (실습 포함) - 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