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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쓰밴쿠버

시모어 산 하이킹 시모어 산에 올랐다. 등산다운 등산을 해본 게 얼마 만인지... 아마 이민 온 이후 처음이 아니었을까? '하이킹 전문가'라고 부를 만한 직장 동료 숀과 함께였다. 숀은 틈만 나면 밴쿠버 인근의 산들을 오르고 캠핑을 하는 친구로, 주변 산들의 이름까지 거의 꿰고 있었다. 아래 사진들은 산을 오르며 찍은 것들. 토요일 오전 10시, 시모어 스키장의 주차장에서 출발해 1시간쯤 올랐다.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이곳 저곳에 쌓여 있었다. 초록색 반바지를 입은 친구가 숀이다. 나한테 하이킹의 재미를 경험하게 해준다며 오전 시간을 냈다. 이후에는 다른 친구를 만나 근처 비숍 산에 올라 1박2일 캠핑을 할 거라고 했다. 캐나다 서부에는 로키 산맥만 있는 게 아니다. BC 주 전체에 높고 낮은 산들이.. 더보기
새벽 뜀뛰기 이번 주부터 달리기 시간을 바꾸었다. 점심 시간 대신 출근 전 아침 시간으로. 물론 해가 길어져서 가능한 대안이다. 새벽 4시30분쯤 되면 벌써 밖이 훤해지는 요즘이다. 거실을 안방으로 쓰다 보니 지붕 쪽으로 만들어 놓은 유리창(이른바 '스카이라이트')이 바깥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유리창이 천장에 나 있으니 커튼을 칠 수도 없고, 억지로 시커먼 천으로 가리거나 코팅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정도로 공력을 들일 마음까지는 없다. 그래서 알람을 맞춰 놓은 여섯 시도 되기 훨씬 전에 방안이 훤해 진다. 팔과 손을 적절히 배치하거나, 쿠션 따위를 이용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막아 보지만 이미 잠은 반 넘어 깬 상태다. 그럴 바에는... 7시13분 버스를 타는지라 아침 먹고 준비할 시간 감안하면 늦어도 5시3.. 더보기
등대 공원, 달리기, 그리고 월드컵 월요일 아침이다. 몇 분 뒤면 월드컵 그룹별 리그 중 아마도 가장 흥미진진한 대결 중 하나로 평가될 독일 대 포르투갈의 경기가 열린다. 브라질 시간대가 이곳과 4시간밖에 차이 나지 않아서 경기 보는 데 불편함이 별로 없다. 이번 주말 동안에도 여러 경기를 관전했다. 대개는 하이라이트로 봤고, 영국 대 이태리, 아르헨티나 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경기는 제대로 봤다. 전자는 수준 높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으로 월드컵다운 면모를 보여준 데 반해, 후자는 기대에 못미쳤다. 메시의 극적인 결승골을 제외하면 실망스러웠다. 도리어 보스니아의 절제 있는 플레이가 아르헨티나보다 더 나아보일 정도였다. 따로 케이블TV를 신청하지 않고도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는 것은 캐나다의 월드컵 주관 방송사인 CBC가 인터넷 스트리밍으.. 더보기
'꿩산' 구경 밴쿠버로 이사 온 지 7개월 만에야 집 근처 그라우스 산 (Grouse Mt.)에 올랐다. 시모어 (Seymour) 산, 웨스트 밴쿠버의 사이프러스 (Cypress) 산과 더불어 노쓰쇼어 지역의 3대 스키장이기도 하고, 여름철에는 계단을 따라 산을 올라가는 '그라우스 그라인드' (Grouse Grind) 행사가 자주 열리는 산이기도 하다. 우리는 간다 간다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사 가볼 생각을 하게 됐다. 동준이 학교에서 여름에 그라우스 그라인드를 한다는 말을 듣고, 동준이가 올라갈 만한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항에서 동준이 발작을 본 이후 그저 밥 잘 먹고 튼튼하다라는 생각이 착각임을 깨닫고 나서, 너무 무리한 운동은 시키지 말아야 하겠다고 마음을 바꾼 터였다. 덩치는 산 만한 것이... 더보기
밴쿠버의 봄 봄 기운은 희미하게나마 2월 무렵부터 느껴지기 시작했다. 3월이 되면서 곳곳에서 봄이 보이기 시작했다. 트레일 주변으로 새 잎이 움트거나, 꽃봉오리가 막 맺히거나, 연두빛 잎이 짙어지면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알버타 주의 새알밭에 살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풍경, 4월이나 돼야 겨우 기대할 수 있을 법한 현상과 풍경이 밴쿠버에서는 한두 달 일찍부터 나타났다 (지난해 4월 말에 쓴 에드먼튼의 봄). 옆집의 정원수로 자라는 버드나무에서 버들강아지가 보슬보슬 보풀어 올랐다. 어쩌면 이렇게 예쁠까! 지난 일요일(3월23일)에 찍은 사진. 2주쯤 전, 스탠리 공원을 뛸 때 찍은 벚꽃 사진이다. 아침이어서 빛의 대비가 강했고 사진 찍는 기술이 미흡해 꽃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꽃이든 잎이든 활찍 .. 더보기
봄맞이 장거리 달리기 4월27일로 예정된 빅서 마라톤까지 한 달 남짓 남았다. 올해 마라톤 등록이 마감되는 데 채 한 시간도 안 걸렸을 정도로 인기 폭발인 캘리포니아 주의 그 빅서(Big Sur) 마라톤이다. 작년, 아직 에드먼튼에 있을 때, 등록이 시작되자마자 접속해 등록하는 바지런을 떤 덕택에 나도 어찌어찌 이름을 넣을 수 있었다.빅서 마라톤은 바닷가를 따라 달리는 코스가 워낙 아름다워서, 평소 달리기에 그리 열성이 많지 않은 사람들조차 '죽기 전에 한 번 뛰어보자'는 일종의 '버켓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느새 열정이 식은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심신이 피곤해진 것인지, 달리기에 대한 열성이 표나게 줄어든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장거리는 고사하고 5, 6마일 단거리조차 빼먹은 채 주말을 고스란히 흘려보.. 더보기
마음은 아직 2013년에... 크리스마스 연휴, 그리고 새해.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2013년 언저리에서 서성거린다. 날짜는 이미 해를 바꿨지만 기억은 여전히 며칠 전에, 12월 하순의 한가했던 연휴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그 12월 한 때의 기억. 그 기억의 비늘들. 이웃 블로거 벙이벙이님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보고 마음이 끌려 구입한 'Robot Tea Infuser.' 겉볼안 아닌 안볼겉이었다. 모양은 이쁘지만 실용성은 별로... 차를 울궈내는 기능보다 성준이의 로봇 장난감으로 더 적극 활용되는 듯. 아무려나, 따뜻한 물에 몸 담근 저 로봇이 문득 부럽다 ㅎ. 성준이의 쑥국새 머리 모양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자마자 벽난로 곁으로 달려간 두 녀석. 성준인 산타께 부탁했던 'Switch and Go Dinos'.. 더보기
雪国 밴쿠버 밤사이 눈이 내렸다. 적설량은 3 cm 안팎? 밴쿠버의 기준으로 보면 폭설이었다. 평소보다 늦잠을 자고 근처 정거장으로 나가 7시 버스를 기다렸다. 예정보다 5분쯤 늦게 온 버스는, 그러나 정거장 직전에서 210번이라고 적힌 신호등을 끄더니 그야말로 유유히, 그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을 무시하고 지나가 버리는 게 아닌가! 버스 안에 승객이 많았지만 더 이상 못태울 정도로 만원은 결코 아니었다. 그렇다고 비탈진 도로 - 명색이 '마운틴 하이웨이'다 -에 눈이 쌓여서 정차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눈은 이미 다 녹은 상태여서 미끄럽지도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다. 대체 왜? "노쓰 밴쿠버 버스들이 저렇다니까요?" (Typical North Vancouver, eh?) 나처럼 그 버스를 기다리던 남자가 냉소적인.. 더보기
산타 할아버지께... 산타 할아버지께 보내는 성준이의 편지 봉투. 자기가 보이라는 사실을 분명히했다. 혹시라도 분홍색 여자 인형이 올까봐 걱정되어서였을까? 저 체크 마크는 성준이가 유난히 좋아하는 그림이다. 어디나 저 체크 마크를 표시한다. 됐다는 자기 확인? 하트 그림을 하나 덧붙여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약간의 애정 공세도 잊지 않았다. 너무 일찍 되바라져 버린 것인지, 아니면 엄마아빠가 시도 때도 없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덥석덥석 잘 사준다고 느껴서 그런 것인지, 성준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산타 할아버지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쓰는 눈치였다. 산타 할아버지한테 부탁하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느냐고 물으면 아빠가 사주면 되지 않느냐면서 이 장난감 저 장난감, 수도 없이 다종다양한 장난감을 열거해 왔다. 하루에도 열두 번.. 더보기
밴쿠버 첫 경주, 첫 산보 밴쿠버로 이사 와서 처음으로 달리기 경주에 참가했다. 마라톤은 아니고 15 km짜리다. 협동조합 (코업) 형태로 운영되는 캐나다의 아웃도어용품 업체 '마운틴 이큅먼트 코업' (MEC)의 '달리기 경주 시리즈' 중 하나로 5 km, 10 km, 15 km 세 종목 중 하나를 고르게 돼 있다. 참가비도 15달러로 저렴해서 부담도 적었다. 번호표와 기록을 재는 센서를 나눠주고, 간단한 다과와 음료수를 제공한다. 종목별로 1위와 2위에게만 기념 메달을 준다. 그러니 그냥 재미로,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마침 아내가 오래전 시사저널에 MEC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어서 여기에 연결해 두었다.) 경주는 이사 와서 혼자 두어 번쯤 달려본 코스였다. 시모어 산 (Mt. Sey..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