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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 (A Good Day to Die Hard) 외국 영화의 제목을 번역하지 않고 고스란히 한글로 써버리는 요즘의 풍토를 결코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이 영화만은 제대로 뽑았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맨끝 'hard'를 뺌으로써 전혀 엉뚱한 뜻이 돼버렸지만). 물론 영화를 다 보고 난 다음에 내린 결론이었다. 정말 브루스 윌리스와 그 아들을 비롯해 다이하드라는 영화 프랜차이즈 자체가 다 이번 편으로 죽고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으니까... 2주에 한 번씩, 아내와 토요일 오후의 다섯 시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두 아이를 놀이센터에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오티즘 아이들을 위한 센터여서 큰 애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고, 작은 애는 또 작은 애대로 제 또래 아이들과 신나게 놀 수 있으니 아이들로서나 그 부모들로서나 '윈-윈'인 .. 더보기
6년의 비투멘 '겨울' 눈덮인 알버타주의회사당. 멀쩡한 저 돔을 얼마나 더 비까번쩍하게 손질하려고, 한겨울에도 덮개로 덮고 공사중이다. 이른바 '비투멘 거품'이 몰아치기 직전의 '돈 낭비' 사례 중 하나다. Bitumen Bubble. 모든 문제는 저기에서 비롯했다. 비투멘 거품. 10년쯤 전의 '닷컴 거품'을 기억하시는가? 비투멘 거품은 닷컴 거품의 알버타 판쯤이라고 보면 된다. 알버타산 석유를 뽑아내면서 기업들이 내던 로열티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알버타 주 정부가 예측했던 매출액도 곤두박질친 것이다. 그렇게 로열티가 갑자기 떨어진 직접적인 원인은 알버타가 석유 수출을 100% - 그렇다 100%다 90%도 아니고... - 의존했던 미국이 태도를 바꿔 그 동안 채굴하지 않았던 자국 석유를 활용하기로 결정한 탓이다... 더보기
아스퍼거 증후군 소재의 청소년 소설 유감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아이를 내세운 소설이 적지 않습니다. 개중에는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수작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책들입니다. 저는 위 세 권 중 앞 두 권을 읽었고, 콜린 피셔는 빌려서 보려고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그냥 돌려줬습니다. 제 아이가 오티즘이어서 더욱 오티즘과 관련된 소설들에는 관심이 가는데, 십중팔구 (제 경험만 놓고 보면 십중십, 100%) 실망이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오티즘 스펙트럼 - 오티즘의 증상이 워낙 다채롭고 폭넓기 때문에 Autism "Spectrum" Disorder라고 표현합니다 - 중에서 가장 위에 놓이는, 그래서 가장 정상에 가까운 증상입니다. 숫자에 엄청난 재능을 보인다든가, 음악에서 절대 음감을 나타내지만 다른 사람과의 의사 소통에는 서투른 주인공을 아.. 더보기
심장 테스트 에코카디오그램. 심장의 박동 양상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누워서 내 심장 뛰는 모습을 보고, 그 소리를 듣는 기분이 사뭇 묘했다. 달리면서 늘 궁금했다. 특히 속도를 높이거나 언덕을 오르면서 헉헉거릴 때, 혹은 장거리나 마라톤을 뛰고 난 다음에, 내 심장은 어떤 상태일까 궁금했다. 혹시 어딘가 이상이 있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그것은 꼭 뛰는 도중에 심장의 이상을 느꼈다든가 박동이 불규칙하다고 감지했다든가 해서가 아니라, 내 아버지나 할아버지, 또는 그 위로 심장과 관련된 병력이 있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었다. 병원에서 정식으로 진단을 받은 기록이 전혀 없으니 당연했다. 한국의 의료 기술과 시스템이 현대적 틀거지를 갖춘 역사의 얕음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긴 했다. 가정의에게 .. 더보기
Heft 좋은 소설, 내 마음에 꼭 드는 소설을 만나면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 뒤로 갈수록 읽는 속도가 점점 더뎌진다는 점이다. 그 소설 속의 세상, 그 소설 속의 주인공들에 깊이 공감되고 정이 들어서, 얼마 안있으면 헤어져야 한다는 예감 때문에, 그 이별을 자꾸만 늦추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 친한 벗을 떠나보내는 듯한 아쉬움과 허전함을 안겨준 소설로 언뜻 떠오르는 최근의 사례는 'Art of Fielding' (독후감은 여기, 국내에 '수비의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됨), 'Where things come back' (독후감은 여기) 같은 책들이다. 리즈 무어 (아래 사진)의 흥미로운 소설 Heft를 받치는 두 기둥, 아니 두 인물은 아서 옵(Arthur Opp)과 킬 켈러 (Kel Keller)이.. 더보기
SMELL 요즘 내가 지인들과 만나는 창은 페이스북이다. 친하게 지냈던 벗들, 같은 일터에서 지지고 볶았던 동료와 선후배들, 그들을 통해 혹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거쳐 알게 된 이른바 '페친'들 (페이스북 친구), 그리고 '좋아요'(Like)를 누르는 바람에 매일 접하게 되는 여러 언론매체 등등을 다 페이스북에서 만난다. 페이스북을 하면서 여러가지를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일면식조차 없으면서도 그 사람의 성정이나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하고, 제법 잘 알았다고 생각했다가 그게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또는 별로라고 여겼던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면모, 심지어 감동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나 자신의 섣부른 편견을 타박하게 되기도 한다. 말랑말랑한 연성(軟性) 뉴스가 압도적으로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도 페이스북의.. 더보기
알릭스 올린의 단편집 'Signs and Wonders' 우연한 기회에 알릭스 올린(Alix Ohlin)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과연 인신공격에 가까운 부정적 비평이 필요한가, 그렇게 책이 나쁘다면 차라리 그 책을 부정적으로 비평하고 공격할 지면에, 다른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게 낫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비평할 가치가 있는 책이 있고, 따라서 부정적 비평도 그만한 자리가 있어야 한다, 등등의 논란 속에서 만난 작가였다. 시발점은 뉴욕타임스의 혹평이었다. 동시에 출간된 올린의 두 소설 'Inside'(장편)와 'Signs and Wonders'(단편집)를 동시에 다뤘는데, 이 평자 윌리엄 지랄디의 독후감이 정말 '지랄' 같았다. 'vitriolic'(독설로 가득찬)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거의 인신 공격에 가까운 악평이었다. 그러자 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