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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

나의 2013년은? 나는 날짜 감각이 부족하다. 몇월 며칠에 무슨 일이 있었노라고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래서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크리스마스가 낀 한 주를 고스란히 쉬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달리기도 슬슬 건너뛰면서 게으름을 피웠다. 크리스마스 직전에 배달돼 온 55인치 LG 스마트TV 앞에 앉아서 그야말로 'Un-smart'한 생활을 즐겼다. 아니, 즐겼다라기보다는 그간 유지해 온 생활 패턴, 일상의 리듬을 '놓아버렸다', 혹은 '해체해버렸다'라고 하는 편이 사실과 더 잘 부합하겠다. TV 하드웨어뿐 TV 소프트웨어(방송 서비스)는 없었으므로 이맘때 지겹도록 나왔을, 또 나오고 있을 한 해의 결산, 정리, 그리고 한국의 무슨 연예대상, 가요대상 따위 행사를 접하지 않았다. 주로 넷플릭스로 영화를 봤고,.. 더보기
雪国 밴쿠버 밤사이 눈이 내렸다. 적설량은 3 cm 안팎? 밴쿠버의 기준으로 보면 폭설이었다. 평소보다 늦잠을 자고 근처 정거장으로 나가 7시 버스를 기다렸다. 예정보다 5분쯤 늦게 온 버스는, 그러나 정거장 직전에서 210번이라고 적힌 신호등을 끄더니 그야말로 유유히, 그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을 무시하고 지나가 버리는 게 아닌가! 버스 안에 승객이 많았지만 더 이상 못태울 정도로 만원은 결코 아니었다. 그렇다고 비탈진 도로 - 명색이 '마운틴 하이웨이'다 -에 눈이 쌓여서 정차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눈은 이미 다 녹은 상태여서 미끄럽지도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다. 대체 왜? "노쓰 밴쿠버 버스들이 저렇다니까요?" (Typical North Vancouver, eh?) 나처럼 그 버스를 기다리던 남자가 냉소적인.. 더보기
Privacy - Dictionary.com's Word of the Year 2013 사내 주간 뉴스레터 'Internal Update'에 연재하는 '프라이버시 코너'에 실은 글. 내용은 TIME과 TheVerge.com의 기사를 참조함. Guess What Dictionary.com’s Word of the Year 2013? Can you summarize this year in a single word? Health? Happiness? Change? Surveillance?Dictionary.com, one of the most-visited online dictionary sites has chosen one unlike any other; e.g., “selfie” (self-portrait) by Oxford Dictionary, or “science” by Merriam-W.. 더보기
겨울에 대한 질문...그리고 '사는 기쁨' 한 지인이 '이장욱'이라는 시인을 내게 소개해 주었다. '겨울에 대한 질문'이라는 시다. 겨울에 대한 질문 함부로겨울이야 오겠어?내가 당신을 함부로겨울이라고 부를 수 없듯이어느 날 당신이 눈으로 내리거나얼음이 되거나영영 소식이 끊긴다 해도 함부로겨울이야 오겠어?사육되는 개가 조금씩 주인을 길들이고무수한 별들이 인간의 운명을 감상하고가로등이 점점이 우리의 행로를 결정한다 해도 겨울에는 겨울만이 가득한가?밤에는 가득한 밤이?우리는 영영 글자를 모르는 개가 되는 거야다른 계절에 속한 별이 되는 거야어느 새벽의 지하도에서는 소리를 지르다가 당신은 지금 어디서혼자 겨울인가?허공을 향해 함부로무서운 질문을 던지고어느덧 눈으로 내리다가 문득소식이 끊기고 좋았다. 인터넷을 뒤져 그의 다른 시 몇 편도 감상했다. 기형도.. 더보기
볼테르의 '철학 서한 혹은 영국에 관한 편지' 원서 제목: Philosophical Letters or Letters Regarding the English Nation한글 제목 (가제): 철학 서한 혹은 영국에 관한 편지지은이: 볼테르영역: 프루던스 L. 스타이너 출간일: 2007년 3월1일출판사: 해켓 퍼블리싱 컴퍼니종이책 분량: 158페이지 개요편지의 형식을 빌린,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볼테르의 영국 관련 에세이, 혹은 비평. 당시 영국과 프랑스가 거의 적대적 관계였고,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임에도 볼테르는 전반적으로 영국의 정치, 종교, 문화, 과학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물론, 곳곳에서 영국과 프랑스를 직접 비교하면서 종종 영국의 제도, 영국의 지성, 영국의 종교 등이 프랑스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용기 있게 주장함. 그 때문에 볼테.. 더보기
산타 할아버지께... 산타 할아버지께 보내는 성준이의 편지 봉투. 자기가 보이라는 사실을 분명히했다. 혹시라도 분홍색 여자 인형이 올까봐 걱정되어서였을까? 저 체크 마크는 성준이가 유난히 좋아하는 그림이다. 어디나 저 체크 마크를 표시한다. 됐다는 자기 확인? 하트 그림을 하나 덧붙여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약간의 애정 공세도 잊지 않았다. 너무 일찍 되바라져 버린 것인지, 아니면 엄마아빠가 시도 때도 없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덥석덥석 잘 사준다고 느껴서 그런 것인지, 성준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산타 할아버지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쓰는 눈치였다. 산타 할아버지한테 부탁하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느냐고 물으면 아빠가 사주면 되지 않느냐면서 이 장난감 저 장난감, 수도 없이 다종다양한 장난감을 열거해 왔다. 하루에도 열두 번.. 더보기
밴쿠버 첫 경주, 첫 산보 밴쿠버로 이사 와서 처음으로 달리기 경주에 참가했다. 마라톤은 아니고 15 km짜리다. 협동조합 (코업) 형태로 운영되는 캐나다의 아웃도어용품 업체 '마운틴 이큅먼트 코업' (MEC)의 '달리기 경주 시리즈' 중 하나로 5 km, 10 km, 15 km 세 종목 중 하나를 고르게 돼 있다. 참가비도 15달러로 저렴해서 부담도 적었다. 번호표와 기록을 재는 센서를 나눠주고, 간단한 다과와 음료수를 제공한다. 종목별로 1위와 2위에게만 기념 메달을 준다. 그러니 그냥 재미로,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마침 아내가 오래전 시사저널에 MEC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어서 여기에 연결해 두었다.) 경주는 이사 와서 혼자 두어 번쯤 달려본 코스였다. 시모어 산 (Mt. Sey..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