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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

8번 여우 (Fox 8) '8번 여우 이야기' (Fox 8: A Story)는 미국의 저명한 단편 작가인 조지 손더스 (George Saunders)의 단편이다. 아마존 킨들의 '킨들 싱글' 시리즈로 나왔다. 짤막한 단편 하나만 99센트에 파는 이 싱글 시리즈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 손더스가 단편집 '12월10일' (Tenth of December: Stories)로 뭇 언론의 높은 주목을 받으면서 '8번 여우 이야기'도 내 굼뜬 레이다에 잡혔다. '12월10일'을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처음 몇 페이지만 끄적거리다 돌려준 경험이 있어서, 일종의 부채감도 작용했고, 무엇보다 손더스의 작품이 대체 어떻길래? 하는 호기심이 더 컸다. '8번 여우 이야기'는 여우들 사이에서 8번으로 불리는 - 따라서 다른 여우들도 다 번호로 불리.. 더보기
LA마라톤 공식 완주 증명서 지난달 17일에 뛴 LA마라톤의 공식 완주 증명서 (Finisher Certificate)가 나왔다. 기념 삼아 여기에 담아둔다. 그 아래는 LA마라톤에서의 상세한 기록. 한편, 아래는 비교 삼아 올려본, 지난 2012년 10월 오레곤주 포틀랜드 마라톤의 기록. 더보기
흙먼지여도 좋다...봄이다! 드디어 봄이 온 모양이다. 아니 봄이 왔다. 그렇게 믿고 싶다. 이번 주 들어 기온이 10도 안팎까지 올라갔다. 잔설이 빠르게 녹아 사라졌다. 며칠 전까지도 찬기운 완연하던 바람에서, 이제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7개월 만이다. 지난해 10월초에 첫눈이 내렸고, 겨울은 그렇게 예년보다 일찍 왔지만 좀체 떠날 줄을 몰랐다. 봄이 오려나, 하면 눈이 퍼붓거나 빙우를 뿌리거나, 싸늘한 바람이 몰아쳤다. 이제는 제발 봄이기를...! 오늘 점심때 근처 강변을 산보했다. 간간이 거센 바람이 불었지만 훈훈했다. 겨우내 눈 위로 뿌리고 또 뿌린 모래가, 이제는 바람과 함께 날리면서 먼지바람을 만들었다. 그래도 봄이다. 좋다. 커머스플레이스에서 도서관으로 통하는 소로다. 오른쪽 귀퉁이의, 운두 높은 중절모를 쓴 남자의 얼.. 더보기
크리스 베켓의 걸작 SF 'Dark Eden' Dark Eden (Chris Beckett). 무척 감동적으로 읽은 SF 소설이다. 빼어난 상상력이 놀랍고, 부박하고 나약하기 그지없으며 선과 악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인간의 얄팍한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이 감탄스럽고, 처음부터 끝까지 스릴과 긴장감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주요 등장인물의 개성을 잘 살려내는 지은이의 이야기 솜씨가 경이롭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 묘파한 인간의 본성, 러셀 호반의 ‘리들리 워커’가 그린 묵시록적 미래, 그리고 영화 ‘혹성탈출’의 마지막 반전이 연상되기도 한다. 배경은 ‘에덴’이다. 시대도 장소도 알 수 없다. 다만 그곳이 지구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에덴의 인구는 모두 532명이다. 163년전, 지구에서 이 미지의 행성에 우주선을 타고 날아왔다가 돌아가지 .. 더보기
The Fine Print of Privacy 새 프로그램을 설치하겠다고 일껏 내려받아 놓고, 그것을 깔면서 만나게 되는, '서비스 약관에 동의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혹은, '예'를 체크하기 전에, 그 약관의 내용이 무엇인지 건성으로라도 죽 훑어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래 슬라이드는 그 서비스 약관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웹 사이트들마다, 혹은 소프트웨어 제조사들마다 저 약관들이 얼마나 다른지도 설명해준다. 대개는 '당신에게 더 이상의 프라이버시는 없어!'라고 말하나보다, 라고 생각해 버리는 게 속 편할 수도 있고, 어느 정도는 진실일 수도 있지만, 프라이버시 정책과 관련해 네티즌과 언론의 주목과 관심을 더 많이 받은 페이스북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의 정책이, 그렇지 못한 중소 앱 회.. 더보기
2013년 달렸고, 달릴, 달리기 대회들 대회: 밴쿠버 마라톤 / 풀마라톤 / 장소: 밴쿠버, 브리티시 콜럼비아 / 날짜: 5월5일 (일요일) / 목표 기록: 3시간40분. 작년에는 하프마라톤을 뛰었다 (하프마라톤 후기는 여기). 올해 처음으로 풀마라톤에 도전한다. 코스만 나와 있지 해발이 나와 있지 않아 얼마나 많은 언덕이 있는지, 초반에 힘든지 후반에 더 힘든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 부담 갖지 않고 뛰어보려 한다. 대회: 밴프-재스퍼 릴레이 / 19.6km / 장소: 재스퍼 국립공원 근처 / 날짜: 6월1일 (토요일) / 목표 기록: 1시간40분. 15명으로 구성된 팀이 밴프에서 재스퍼까지, 258km를 달리는 경기다. 60팀까지 참가할 수 있는데, 올해는 이미 매진됐다. 총 60팀, 900명이 참가한다. 258km 구간을 하루에 다 갈 수.. 더보기
보스톤 마라톤 참사 "보스톤 마라톤에서 폭발 사고가 나 사람이 죽었대." 달리기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와 점심을 먹는데, 옆 자리의 동료가 칸막이 옆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내게 말을 건넨다. 평소 워낙 말수가 적은 전형적인 'IT 가이'여서 복도에서 서로 마주쳐도 눈 인사조차 드물게 나누는 사이여서, 나로서는 이 친구의 그런 태도 변화가 다소 의외였다. 그런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네가 달리기를 하고, 보스톤 마라톤 얘기하는 걸 들어서, 이 소식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친절하게 설명까지 붙였다. 불과 몇십 분 전에 남녀 우승자와 기록을 확인한 터라, '보스톤 테러' 소식은 그야말로 큰 충격이었다. 그럴리가? 도대체 누가? 왜? 그런 생각들이 섬광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페이스북에 들어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