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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

'퍼시픽 림' 로봇, 드디어 도착하다 성준이가 고대해 마지 않았던 영화 '퍼시픽 림' (Pacific Rim) 속의 로봇 '집시 데인저'(Gypsy Danger)와 '크림슨 타이푼'(Crimson Typhoon)이 지난 수요일 (6월26일),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영화 개봉일(7월12일) 전에 나오리라는 기대는 있었지만 저 멀리 오타와의 완구점에서 배송되는지라, 7월 중순쯤 받으면 다행이겠다 싶었던 터였다. 그 동안 성준이는 '지금은 나왔을까?', '장난감을 실은 트럭이 아직 미국에서 오는 중일까?' 같은 질문 아닌 질문을 입에 달고 살아서, 가끔은 엄마나 아빠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성준이의 유별난 로봇 사랑). 그러다 온라인 뱅킹 계좌에 들어갔다가 로봇을 선주문한 온라인 숍 - 이름이 '불타는 장난감'(toysonfire.ca)이다,.. 더보기
그림으로 본 성준이의 하루 성준이가 그린 하루의 '체크리스트'. 방학이 시작되어 한가로워진 데다, 오늘은 종일 비까지 세차게 쏟아져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 있다 보니 이런 그림을 그릴 생각을 한 모양이다. 엄마와 성준이의 설명으로 풀어본 그림의 내용은, √ 아침으로 밥과 케첩이 들어간 치즈 샌드위치를 먹었고 (그래서 케첩 부분만 빨갛다), √ 식사 뒤에는 로봇과 자동차 장난감, 공을 가지고 놀았으며, √ 점심으로는 국수('씬(thin) 누들'), 우동 ('우동 누들')과 더불어 성준이의 단골 메뉴 중 하나인 핫도그 (소세지가 그럴듯하게 표현됐다)를 먹었고, √ 다시 놀기. 성준이는 웨건 장난감과 작은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중이고, 엄마와 동준이는 손잡고 성준이를 보는 중이란다. √ 그리곤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중. 성준이는 거.. 더보기
세계 대전 Z 영화 ‘세계 대전 Z’(World War Z)의 ‘Z’(캐나다에선 ‘zed’, 미국에선 ‘zi’로 발음한다)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좀비(zombie)의 Z가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다. 하지만 영화 속의 괴물/감염자/공격자들을 좀비라고 부르기는 다소 망설여진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앞으로 나란히’ 자세로 느릿느릿 졸린 듯 굼뜨게 걷는 그런 좀비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영화 속에서도 ‘좀비’라는 말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그 단어를 회피한 듯한 인상마저 든다 (스쳐 지나가듯 두 번쯤 나온 것 같다). ‘세계 대전 Z’는 실상 좀비 영화라기보다는 요즘 들어 일종의 ‘흐름’을 형성하는 돌연변이 전염병에 대한 영화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1340년대 약 2천5.. 더보기
'나는 ....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지난 화요일, 경영학과 리더십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이자 ‘구루’로 통하는 마셜 골드스미스 박사 (오른쪽)의 강연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것에는 편해지기’(Changing What We Can Change, Making Peace with What We Cannot Change)를 들었다. 서른 권이 넘는 그의 저서 중에 정작 읽은 것은 단 하나도 없지만 그 동안 이러저러한 리더십 트레이닝이나 경영학 강의를 통해 그의 명성은 들어 왔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 How Successful People Become Even More Successful’ (한국에는 ‘일 잘하는 당신이 성공을 못하는 2.. 더보기
종이책 vs. 전자책 vs. 태블릿 혹자는,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라고들 말한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내 체험을 돌아보며 곰곰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 못지않게 그것을 전달하는 형식 또한 중요하다라거나, 심지어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쪽으로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14배 루페(소형 확대경)로 본 '아마존 킨들 페이퍼화이트' (Amazon Kindle Paperwhite)의 활자. 글자의 선명도가 정말 좋아졌다는 생각이다. 루페는 과거 임업 분야에서 일할 때 수종을 가리기 위해 쓰던 것. 캐나다가 낳은 '미디어 구루'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또 '미디어는 우리 자신의 연장(延長)'이라거나, '우리는 도구(tools)를 만들고, 도구는 다시 우.. 더보기
구름 캐나다에서 산 하나 없이 평야만 광막하기 그지없게 펼쳐진 지역을 '프레어리'(Prairie)라고 부른다. 대초원이라는 뜻이다. 알버타 주는 사스카체완, 마니토바 주와 더불어 프레어리 주에 포함된다. 서쪽으로 로키산맥을 끼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지평선이 보일 만큼 광활한 평야 지대이기 때문이다. 프레어리 지역의 소설가가 쓴 한 범죄소설의 첫 머리에는 주인공 형사가 먼 경치를 볼 때면 드러내는 실눈 뜨는 습관을 묘사하면서, 프레어리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다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 소설이 집에 있는데, 이 블로그를 쓰면서 찾다가 포기했다. 책 정리를 해야 하는데...) 알버타 주로 옮겨와 살아보니 그 말에 공감이 간다. 프레어리 지역의 하늘은 높기만 한 게 아니라 넓다. 지평선까지, 혹은 .. 더보기
성준이의 여섯 번째 생일 6월12일(수)은 성준이의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여섯 번째 생일이었다. 퍼시픽 림의 '집시 데인저' 로봇 장난감을 갖고 싶다고 잠꼬대로까지 노래를 불렀으나 안타깝게도 장난감은 생일날이 될 때까지 'Available'하다는 연락이 없었다. 선주문은 이미 보름쯤 전에 오타와에 있는 온라인 완구점에 넣어놓았지만 영화 자체의 개봉일 (7월12일)이 아직 한 달이나 남은 시점에서, 장난감을 성준이 생일에 맞춰 받기를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생일 당일에는 정작 선물 하나 주지 않고 지나가는, 장난감이 도착하면 그게 곧 네 생일 선물이라는 '약속'만으로 넘어가는, 우리 집안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엄마 아빠로서는 무엇을 사줘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별로 불만스러워할 게 없었다. 게다가 성.. 더보기
나이 오늘 페이스북에 한 지인이 이런 글을 남겼다. 나: '와, 이승철보다 선배가 한 살이 더 많다고요??? 와...ㅋㅋ'선배: '이승철 동갑님께서 왜 그러셔...? ㅎㅎ' 이렇게 놀다가, 문득 잊고 지냈던, 한국의 '나이 집착증'에 대한 유감이 되살아났다. 캐나다에 와서 살면서 '너 몇 살이냐?'라는 질문을 받은 게 채 다섯 번도 안되는 것 같다. 한국에 안 살면 나이 따질 일이 없다. 나도 30대 중반에 이민을 와서, 캐나다 현지인들보다 열 살쯤 더 많은 나이에 '신입 사원'이 돼야 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늘 자신의 나이를 열 살쯤 줄여 생각했다. 생각하려고 애썼다. 누구도 네가 몇 살이냐 묻지 않고, 나이에 신경을 쓰지 않으니, 나는 그게 정말 좋았다.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 중요한 것은 본인의 .. 더보기
성준이의 생애 첫 '저작' ROBOTS! 퇴근하니 성준이가 흥분된 표정으로 달려와 "Daddy, I made a comic book!"이라고 자랑한다. 어제가 졸업식이어서 다음날인 금요일은 휴교였는데, 집에 있는 동안 만화책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문득 초등학교때 만화책을 그린 생각이 나면서 이런 것도 유전인가 보다, 싶어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더없이 유쾌했다. 스테이플러로 제본한 성준이의 생애 첫 만화 'ROBOTS!' 자기 자신을 위해 그린 것이라고 명시했다. 'Illustrated'라는 아주 어려운 표현을 썼는데, 분명 엄마한테 철자를 하나하나 받아서 적었을 것이다. 그림에서 금방 드러나듯이 이야기의 모태는 당연히 'Pacific Rim', 그 중에서도 미국산 로봇인 '집시 데인저'이다. 그림은 제가 그렸다고 해놓고,.. 더보기
동준이의 중학교 졸업식 오늘 저녁 6시30분부터 두 시간여 동안 동준이의 중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행사가 열린 곳은 새알밭 가톨릭 교구 라콤 성당. 동준이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데다 자꾸 큰 소리를 내기 때문에 졸업식 전에 열리는 미사를 피해 7시 조금 넘어 성당에 들어갔다. 동준이의 보조 교사들이 미리 자리를 잡아놓아서 빈 의자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성당 미사와 여느 졸업식 절차가 적당히 섞인 행사는 다소 지루하기도 했지만 중학교를 졸업하는 200명 가까운 빈센트 J. 멀로니 (Vincent J. Maloney, 줄여서 VJM이라고 부른다) 중학교의 남녀 학생들은 시종 상기된 표정으로 친구들끼리 딴짓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낄낄댔다. 싱그럽고 파릇파릇한 젊음이었다. 몸집은 이미 성인이었지만 아직 앳된 얼굴인 중학교 3..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