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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성준이의 여섯 번째 생일

6월12일(수)은 성준이의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여섯 번째 생일이었다. 퍼시픽 림의 '집시 데인저' 로봇 장난감을 갖고 싶다고 잠꼬대로까지 노래를 불렀으나 안타깝게도 장난감은 생일날이 될 때까지 'Available'하다는 연락이 없었다. 선주문은 이미 보름쯤 전에 오타와에 있는 온라인 완구점에 넣어놓았지만 영화 자체의 개봉일 (7월12일)이 아직 한 달이나 남은 시점에서, 장난감을 성준이 생일에 맞춰 받기를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생일 당일에는 정작 선물 하나 주지 않고 지나가는, 장난감이 도착하면 그게 곧 네 생일 선물이라는 '약속'만으로 넘어가는, 우리 집안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엄마 아빠로서는 무엇을 사줘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별로 불만스러워할 게 없었다. 게다가 성준이도, 혹시라도 자기가 트랜스포머즈나 다른 로봇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면 그 때문에 정작 갖고 싶은 집시 데인저 로봇을 갖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자기 나름의 넘겨짚기 때문에, 생일이 임박했어도 뭘 사달라고 조르지를 않았다. 그 또한 엄마 아빠로서는 안도할 일이긴 했다. 아무리 선물을 선주문했다고 해도 케익 두 개로 무마하는 게 다소 미안스럽기는 했지만...


올해도 조촐한 생일 파티. 오늘의 Birthday Boy인 성준이는 학교에서 받아온 왕관을 쓰고, '생일 소년'임을 자랑하는 리본을 달고, 제딴에는 '치이즈~'라고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었다. 아랫니는 이틀전, 치아요정께서 가져가셨다. ㅎㅎ


온가족의 기념 촬영. 먹을 게 푸짐하니 김동준 군도 완전행복. 엄마는 케익 하나가 작다고 두 개나 사왔다. 나는 처음에 케익을 두 개 샀노라는 얘기를 듣고 하나는 학교에 가져가고, 하나만 집에 있으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케익에 촛불 붙이는 '행사'를 안한다는 설명.


오늘 마침 엄마가 학교에 자원봉사자로 나가 성준이의 생일 잔치를 구경할 수 있었다. 7, 8월이 방학이어서 그 달에 생일이 걸린 아이들 셋까지 해서 모두 네 명이 'Birthday Boy' 왕관을 썼다고 한다. 그 날 생일인 아이는 학교에 있는 동안 저 왕관을 쓰고 '행세'를 한다나. 


학교에서의 성준이 생일 축하 노래. 성준이가 꼭 안고 있는 책은 담임 선생님이 선물한 베벌리 클리어리의 소설 'Socks'. 삭스는 양말이 아니라 고양이의 이름이다. 


우리 가족끼리의 조촐하기 그지 없는 생일 축하 파티. 

페이스북에 생일 소식을 전했더니 지인들께서 축하해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