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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무리하는 걸까? 지난 주에 이어 오늘(수)도 빅토리아 출장. 하지만 이번 것은 미처 예정에 없던 일이어서 교통편을 잡느라 애를 좀 먹었다. 갈 때는 수상 비행기로 쉽게 갔으나 오는 비행편이 만석이어서 국제공항을 이용해 웨스트젯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하루를 빅토리아에서 묵어야 하는데 그럴 마음은 없었고... 항공기는 이륙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착륙했다. 채 30분도 안 걸렸다. 하지만 활주로에 들어서고, 활주로에 내려 공항까지 닿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공항에서 스카이트레인으로 회사까지 와서 다시 자전거로 갈아타고 집까지 오니 어느덧 여섯 시 반. 낮이 길어졌다지만 아직은 겨울인지라 이미 사방이 깜깜했다. 그래도 집에 왔다는 안도감에 한없이 행복했다. 지난 몇 주간 매일 자전거로 통근을 했고, 점심 시간.. 더보기
불금 '불금'이 '불타는 금요일'을 뜻한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야 알았다. 일주일의 피로를 가열차게 푸는 금요일 밤의 열기가 잘 느껴지는 말이다. 이곳 캐나다에서도 금요일은 역시 많은 이들에게 '불금'에 가까울 터이지만, 내 경우는 대체로 심심하게, 그저 안도감을 느끼며, 아 주말이구나! 하고 행복해 하는 수준이라, 불금이라기보다는 '안금'에 더 가까울 듯싶다. 그런데 이번 금요일은 진짜 '불금'이었다. 퇴근 후의 불금이 아니라 출근길의 불금. '불타는 금요일'이라고 할 때의 비유적(figurative) 불이 아니라, 진짜 (literal) 불. 금요일 아침, 출근을 하는데, 북해안과 밴쿠버를 연결하는 두 다리 중 하나인 '세컨드 내로우즈 브리지'(Second Narrows Bridge)가 갑자기 초만원이었다... 더보기
Wish You Were Here I wish you were here... 여행지의 우편엽서에 흔히 쓰는 표현이다. 네가/당신이 여기에 있었더라면 좋았겠다, 여기에서 이 아름다운 풍광과 행복하고 편안한 기분을 함께 누렸더라면...뭐 그런 뜻이겠지. 나는 시모어 보전 지역에 올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특히 아내와 아이들에게. 가끔 가족을 데리고 와 보지만 기껏해야 주차장이 있는 출발 지점에서 2, 3 km올라가면 끽이다. 그것도 멀다, 왕복하면 4, 6 km쯤 되니까... 그런데 정말 멋진 풍경, 아니 풍경이야 다 엇비슷하다, 키큰 거목들이 빼곡하게 늘어선 숲이 계속 이어지니까, 정말 멋진 '느낌'이랄까 '맛'이라고 해야겠다. 아무튼 그런 기분은 그 이후다. 그 느낌, 그 풍경, 그 기분을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데, 그러기가 어렵다. .. 더보기
이 길이냐 저 길이냐...이 길이나 저 길이나... "I hate hills...there are too many hills!" 두어달 전 밴쿠버에서 노쓰 밴쿠버로 주거지를 옮긴 직장 동료 존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그는 스탠리 공원 근처에서 여러 해 살았고, 주로 공원 트레일을 달렸으며, 따라서 비탈 오르느라 진땀 빼는 일은 없었는데, 노쓰 밴으로 온 이후 올라야 할 언덕이 너무 많아 달리기에 대한 열의마저 잃어버릴 지경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나도 언덕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존처럼 'hate'하는 수준은 아니다. 대개는 이것도 연습이다, 언덕 올라가는 연습 하기에 노쓰 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으랴, 하며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는 쪽이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면서는 다르다. 달릴 때보다 언덕이 더 저리게 실감난다고 할까? 아니면 다리로 뛰어 올라.. 더보기
머리가 나쁘면...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 라는 말이 있다. 속담인가? 그런데 내 경우에는 손발에만 그치지 않고 애먼 아내에게까지 영향이 미치는 것 같아 미안하고 당혹스럽다. 오늘만 해도 그랬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회사에서 입을 옷을 챙겨 오지 않은 것이다. 오전만 일하고 오후에는 집으로 돌아갈 계획이어서 도시락도 간식도 챙기지 않으면서 짐이 가벼워졌고, 그래서 가방을 작은 것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그만 깜빡한 것이다. 점심때 뛸 운동복과 속옷은 챙겼으면서... (하긴 지난 주인가 지지난 주인가에는 허리띠를 놓고 와서 허리띠 없이 하루를 버틴 적도 있다. 바지가 내 허리에 딱 맞았기를 다행이지, 혹시라도 헐렁한 바지를 챙겨왔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사실은 오늘 하루 동안 집에서 일하면서 오전.. 더보기
새 자전거 노르코 인디 2 큰 맘 먹고 새 자전거를 장만했다. 캐나다 회사인 노르코(Norco)의 2014년 도시형 모델인 인디 2이다. 위 사진과 같은 모델에 바퀴용 흙받이(fender)를 앞뒤에 달고, 짐 싣는 고정대(rack)와 거치대를 붙였다. 정가는 825달러인데, 할인해서 700달러를 지불했다 (자동차가 그렇듯이 모델 연도는 늘 반 년 정도를 앞서가서 이미 2015년 모델이 나온 상태이다). 새 자전거가 지금까지 타던 데이혼(Dahon) 접이식 자전거 '에스프레소'(아래 사진)와 가장 구별되는 점은 디스크 브레이크라는 점이다. 비탈이 많은 지형을 타면서, 특히 마운틴 하이웨이를 내려갈 때마다 브레이크에 불안감을 느껴 왔다. 디스크 브레이크를 써서 같은 비탈을 내려가 보니 마치 낮과 밤의 차이만큼이나 그 효과가 여실하다... 더보기
노쓰밴의 가을 일요일 아침, 빅토리아 마라톤 이후 2주 만에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회사 동료인 존과 함께 달리기 위해 그의 집까지는 자전거로 간 뒤 (왕복 15km 정도), 10km 남짓을 뛰다 걷다 했다. 노쓰밴쿠버는 어느덧 깊은 가을이었다. 그러고 보니, 한 주만 더 지나면 11월이고, 일광시간절약제도 끝난다. 벌써 한 해가 이울었구나! 점심 때는 자전거 용품을 사러 스포츠용품점 MEC에 들렀다가, 린 계곡 (Lynn Creek) 트레일을 따라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풍성한 가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침 브리지만 공원 표지판에 트레일의 주요 단풍나무들인 Vine maple 잎과 Bigleaf Maple 잎이 간밤의 비바람 결에 붙어 제법 운치를 냈다. Big Leaf Maple은 이름 그대로 잎이 엄청 .. 더보기
힘들어도 좋다! 고친 내 자전거로 다니니, 아내 자전거를 빌려 어정쩡하게 다니던 지난 주보다 5-10분쯤 더 빨라진 것 같다. 아침, 회사에 닿았을 때와 오후, 집에 돌아왔을 때, 온몸은 땀으로 축축하다. 나른하고 피곤하지만 더없이 행복하다. 온몸으로 느끼는, 살아 있다는 깨달음! 더보기
아이러니 맡긴 지 닷새 만에 다시 찾은 내 자전거. 반으로 접을 수 있는 '폴딩 바이크' (folding bike)지만 바퀴는 풀 사이즈다. 7, 8년 전 LL Bean에서 온라인으로 샀다. 무슨 생각으로, 직접 타보지도 않고, 이리저리 점검도 해보지 않고 덜컥 주문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스스로 한심하고 놀랍다. 싸다고 생각해서 그랬었나? 아니면 사진으로 본 겉모습이 그럴듯해서? 이젠 기억도 안나지만, 그래도 자전거가 쓸 만해서 다행이었다. 'Dahon'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접이식 자전거 브랜드라는 것도 근래에야 알았다.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Bike to Work) 캠페인이 시작되던 지난 월요일, 내 자전거에 문제가 생겼다. 기어 박스가 덜컥 거리고, 기어 변속도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MEC에 자전거 수.. 더보기
"Bike to Work Week"를 마치다 자전거로 오가는 직장과 집 사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간은 동쪽 4번가(4th St. E)이다. 자전거 전용 도로다. 물론 차도 다니지만 소통이 뜸하고 조용하다. 이 길에만 들어서면 '아 집에 다 왔다'라는 안도감이 든다. 목요일. 자전거 통근 나흘째다. 비가 내렸다. 사방이 축축했다. 길이 미끄러웠다. 넘어질까봐 조심했다. 내리막에서는 미리 브레이크를 밟았다. 오르막에서는 가급적 오른쪽으로 붙어서 갔다. 더 빠른 사이클리스트들이 추월하기 쉽도록. 아니, 그보다는 다른 사이클리스트와 부딪히는 사고를 피하려고. 나흘째. 아직도 두 마음이다. 자전거 통근을 계속해 볼까? 다시 버스로 돌아갈까? 무지 피곤하다. 어제 특히. 오전 15km 자전거 출근, 점심 10km 달리기, 오후 다시 15km 퇴근. 자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