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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2016년의 첫 레이스 - '퍼스트 하프' 하프마라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퍼스트 하프 하프마라톤' 레이스를 달렸다. 작년은 발렌타인 데이 다음날인 2월15일이었는데, 올해는 바로 그 날과 정확히 겹쳤다. '퍼시픽 로드러너스'라는 러닝클럽에서 주최하는 이 대회는 이름이 시사하듯이, 적어도 밴쿠버 지역에서는, 매년 첫 테이프를 끊는 하프마라톤 대회이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콘도 촌 중 하나인 예일타운의 '라운드하우스 커뮤니티 센터'에서 출발해 BC플레이스 스테이디엄 주위를 돈 뒤 스탠리 공원의 씨월(Seawall)을 일주해 돌아오는 코스이다 (아래 그림은 행사장의 TV 모니터를 찍은 것). 올해는 작년과 달리 썩 내키지 않았다. 어제부터 줄기차게 비가 내린 탓이다. 아침에도 비가 제법 기세좋게 내렸다. 자전거로 갔다 올까 하다가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에.. 더보기
극과 극 - 3년전 오늘, 에드먼튼 페이스북의 새로운 기능 중 하나로 이용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은 1년전, 혹은 몇년 전 오늘의 기록이다. 페이스북을 이용한 기간이 길수록 과거사는 좀더 다양해진다. 어, 이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 이제사 생각난다... 페이스북이 알려주는 과거의 에피소드는, 현재의 상황과 더욱 표나게 대비되는 내용일수록, 강한 인상과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가령 지난 7일(월)의 경우, 3년전 알버타 주에서 직장을 다니던 시절인데 철 이른 폭설로 통근에 애를 먹은 내용이 나와 있었다. 이 내용을 보고 블로그를 뒤져보니 고생한 내용을 일기처럼 적어놓았다. 그런가 하면 3년전 오늘 - 역시 알버타 주에 살던 시절이다 - 에드먼튼의 기온이 영하 22도를 기록했단다. 11월, 그것도 아직 초순인데 그런 맹추위가 닥쳤.. 더보기
지진 대피 훈련 오전 10시15분, ‘BC 지진 대피 훈련’ (The Great BC Shakeout)이 있었다. 딱 1분간 하는 훈련. Drop, Cover and Hold On. 대피 요령이다. 주변 정황을 재빨리 살펴서 단단하고 안정된 지지물 아래 들어가 지진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게 전부다. 사무실의 경우 책상 밑으로 들어가는 게 상책. 이렇게 권하는 핵심 이유는, 어딘가로 움직이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데 있다. 사전 예고 없이 일어나는 지진은 워낙 강력해서 어딘가로 뛰거나 심지어 기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바닥에 쓰러질 공산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지진의 최초 양상이 어떨지 알 수 없으므로 즉각 엎드려서 책상이나 무엇을 꼭 붙들고 충격에 대비하라는 조언이다. 1분.. 더보기
비와 자전거 비가 내렸다. 단비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비 많기로 유명한 - 대체로 ‘악명 높은’에 가까운 - 밴쿠버에서, 이토록 애타게 비를 기다린 적도 드물었던 것 같다. 빗속 달리기부러 알람을 꺼놓고 잤더니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각에 잠이 깼다. 여섯 시가 막 넘었다. 평소의 출근 시간에 맞추자면 조금 서둘러야 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빨리 뛰어야 한다는 뜻. 주룩주룩이 아니라 투둑투둑, 아직까지는 간헐적으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마운틴 하이웨이를 잠시 타다가 커크스톤 애비뉴를 거쳐 동준이가 다니는 서덜랜드 중고등학교 (세컨더리) 트랙에 갔다. 트랙은 바닥이 고르다. 뛸 때 발목의 긴장감이 훨씬 덜하다. 그만큼 속도를 내기도 좋다. 집까지 가는 길이 3km쯤 되니까 1마일만 뛰고 가자. 부러 시계를 안 본 채 .. 더보기
사소한, 그러나 사소하지 않은, 일상 카메라를 늘 휴대하면서 온갖 사진들을 찍는다. 거의 습관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모아두는 플리커에는 어느새 8만 장이 넘는 사진들이 쌓였다. 8천 장도 아니고 8만 장이다. 아니 그 숫자를 넘는다. 그걸 누가 다 보랴 싶지만 이게 나중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산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 사소하게만 여겨지지도 않는다. 자전거 관리...라지만 대개는 체인과 드라이브트레인을 닦아주고, 기어 변속이 무리없이 잘 되도록 케이블의 장력 (tension)을 조절해 주고, 체인에 윤활유를 발라주는 정도다. 매일, 퇴근하자마자 한다. 당연한 일상의 습관으로 만들었다. 보통 10~15분 걸린다. 이게 나의 교통 수단이고, 어떤 면에서는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매일 하는 점검.. 더보기
Glorious! 밴쿠버 컨퍼런스 센터 (흔히 'VCC"라고 부른다) 주위로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레고 블록으로 만든 것 같은 저 돌고래 - 혹은 범고래? - 는 소설가, 작가, 예술가로 유명한 더글러스 코플랜드의 작품이다. 이 사진은 지난 주 금요일, 밴쿠버 마라톤 엑스포에 번호표를 받으러 간 길에 찍었다. "Glorious!" 날씨를 얘기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캐나다에서만 그런지 모르지만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면 What a glorious weather! How glorious this weekend was! 같은 식으로 'glorious'를 애용한다. 'Gorgeous'라는 단어도 자주 쓴다. 둘 다 다소 과장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특히 겨울이 길고 날씨가 대체로 혹독하다는 캐나다의 자연 환경을 고려한다면, .. 더보기
If you have no love for the place where you live... 빗속 달리기.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를 건너 스탠리 공원의 씨월(Seawall)을 거쳐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로 돌아오는 경로를 잡았다. 약간의 우회로 때문에 총 거리는 예상보다 다소 긴 30 km 정도였다. 사진은 달리기의 막바지,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로 올라서기 전이다. 호우 경보가 내렸다. 비가 밤새 내렸다. 일요일 아침,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퍽 세찼다. 일기 예보에 따르면 오전 중에 23-30 mm, 오후에 또 그만큼의 비가 내릴 것이었다. 오늘 하루를 통째로 거르지 않는 한, 비를 피해 뛸 재간은 없게 생겼다. 이런 상황이면 늘 그렇듯이, '뛰지 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와 거의 동시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씨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나간다'라는, 한 .. 더보기
봄맞이 모도(Modo) 8K 레이스 일요일 오전 10시, 봄맞이 '모도 8K 스프링 런' (Modo 8K Spring Run) 레이스를 뛰었다. 스탠리 공원을 한 바퀴 도는 코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가한 레이스다 (참고로, 모도는 회원들이 승용차를 공유할 수 있도록 조정해 주는 서비스 회사의 이름이다.) 뛰는 시기도 적절하고, 거리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뛰어야겠다고 찜해놓은 레이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 레이스 때문에 일요일마다 뛰게 되어 있는 장거리를 거를 수밖에 없어서 자전거 타기로 보충했다. 평소에는 쉬는 토요일에 레이스 번호표를 받으러 스탠리 공원 근처의 스포츠용품 판매점인 러닝 룸까지 갔다 왔고 (왕복 약 30km), 오늘도 차를 타는 대신 자전거로 다녀왔다 (왕복 25km 남짓). 회사에 자전거를 세.. 더보기
'퍼스트 하프' 하프 마라톤 - 3년 만의 기록 경신 2015년 들어 처음으로 레이스에 참가했다. 퍼시픽 로드러너스 (Pacific Roadrunners)라는 유서 깊은 러닝 클럽에서 주최하는 하프 마라톤 대회인데 올해로 벌써 26회 째다. 인기가 좋아 서둘러 등록하지 않으면 참가를 못할 수도 있다. 아무려나, 다른 데서는 아직 한겨울일 2월에 레이스를 한다는 게 아직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 밴쿠버에 사는 혜택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더 좋았던 것은 오늘 대회에서 개인 기록을 세운 것. 2012년 밴쿠버 하프 마라톤 기록보다 2분 정도를 단축했다 (GPS 기록은 맨 아래). 토요일인 어제, 번호표를 받으러 밴쿠버 다운타운에 있는 스포츠용품점인 '포러너스'에 다녀왔다. 도로 곳곳이 무슨 행사로 차단 중이어서 교통 체증이 퍽 심했고, 번호표 하나 받으러 이렇.. 더보기
새롭게 단장한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의 자전거 도로 얼마나 걸렸을까? 느낌으로는 공사에만 1년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 (Second Narrows Bridge, 이하 "SN 다리")의 보도/자전거 도로 얘기다. SN 다리는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 (Lions Gate Bridge)와 더불어, 밴쿠버와, 노쓰밴쿠버와 웨스트밴쿠버가 자리잡은 북해안 사이를 연결하는 '유이한' 다리이다. 그 다리의 양옆으로 어른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 너비의 보도 겸 자전거 도로가 있는데, 1년여 전 개보수를 시작해 한 쪽이 내내 막혀 있었다. 생각건대는 서너 달 정도면 거뜬히 끝낼 수 있을 만한 일을, 1년이 넘도록 질질 끄는 게, 퍽이나 못마땅했었다. *엄밀히 말하면 '세컨드 내로우즈 도항' (Second Narrows Crossing)이라고 불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