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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If you have no love for the place where you live...


빗속 달리기.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를 건너 스탠리 공원의 씨월(Seawall)을 거쳐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로 돌아오는 경로를 잡았다. 약간의 우회로 때문에 총 거리는 예상보다 다소 긴 30 km 정도였다. 사진은 달리기의 막바지,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로 올라서기 전이다.


호우 경보가 내렸다. 비가 밤새 내렸다. 일요일 아침,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퍽 세찼다. 일기 예보에 따르면 오전 중에 23-30 mm, 오후에 또 그만큼의 비가 내릴 것이었다. 오늘 하루를 통째로 거르지 않는 한, 비를 피해 뛸 재간은 없게 생겼다. 이런 상황이면 늘 그렇듯이, '뛰지 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와 거의 동시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씨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나간다'라는, 한 베테랑 달림이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 그 방법밖에는...


이번에는 그것 말고도 한 가지 에피소드가 더 떠올랐다. 어제 신문에서 본 글이다. 


"If you have no love for the place where you live, then there is little chance for that place to return love to you. The result of this disconnect is often a life experienced in the small space of depression and despair."


일간지 <밴쿠버 선>의 토요판 서평에서 만난 글이다. '100일 동안의 비' (One Hundred Days of Rain)이라는 책에 대한 서평인데, 제목에서도 금방 짐작되듯이, 밴쿠버의 유난히 잦은 비, 심지어 비가 내리지 않을 때조차도 해를 가린 칙칙한 구름으로 사람의 기분을 가라앉게 만드는 자연 환경이 소설의 배경이자, 우울증에 시달리는 화자의 괴로움을 더욱 깊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만약 당신이 당신이 사는 곳에 대한 아무런 애정도 없다면, 그 장소가 당신에게 애정으로 화답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러한 단절은 흔히 우울과 절망으로 점철된 일상이다." 대략 그런 뜻일텐데, 자기가 사는 곳에 대해 의식적으로라도 좋은 점을 찾으려 하고 애정을 갖는다면, 그 장소에 대한 진정한 애정도 생길 것라고 바꿔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에지몬트 - 캐필라노로 내려와 이 터널로 1번 고속도로 아래를 가로질러서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 쪽으로 내려갔다.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 아침 아홉 시로 썩 이른 시간이 아닌데도 사위는 어둑신했다.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풍경. 집값 비싸고, 돈 많은 중국인들이 집만 사두고 실제로는 살지를 않아서 빈 집이 유독 많기로 유명한 웨스트 밴쿠버의 시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