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달리기

뛰어서 출근하기 펩시콜라의 흥미로운 이모지. 동그란 얼굴 위로 맺힌 물방울이 꼭 땀 같아서, 오늘 뛰면서 느낀 감정과 잘 동화된다. 지난 주 노쓰밴의 호텔에서 열린 워크샵 때 찍은 사진이다. 늘 한 번쯤은 시도해 보고 싶었다. 뛰어서 출근하기, 혹은 아예 일상적으로 통근하기. 하지만 달리기 자체보다 그런 시도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여러 변수들이 그런 시도를 막았다. 갈아입을 옷가지, 속옷, 수건, 점심 도시락과 간식, 지갑, 셀폰 등을 담은 백팩을 짊어지고 뛰어야 할텐데, 그 무게와 성가심이 여간 아닐 듯싶었다. 백팩을 짊어질 필요성을 없애자면, 아니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백팩의 무게를 대폭 줄여 덜 부담스럽게 하자면, 아예 일주일치 옷을 회사에 갖다 놓거나 점심을 직장에서 사 먹어야 할 터였다. 그러면 매주 그만한 옷.. 더보기
2016년의 첫 레이스 - '퍼스트 하프' 하프마라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퍼스트 하프 하프마라톤' 레이스를 달렸다. 작년은 발렌타인 데이 다음날인 2월15일이었는데, 올해는 바로 그 날과 정확히 겹쳤다. '퍼시픽 로드러너스'라는 러닝클럽에서 주최하는 이 대회는 이름이 시사하듯이, 적어도 밴쿠버 지역에서는, 매년 첫 테이프를 끊는 하프마라톤 대회이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콘도 촌 중 하나인 예일타운의 '라운드하우스 커뮤니티 센터'에서 출발해 BC플레이스 스테이디엄 주위를 돈 뒤 스탠리 공원의 씨월(Seawall)을 일주해 돌아오는 코스이다 (아래 그림은 행사장의 TV 모니터를 찍은 것). 올해는 작년과 달리 썩 내키지 않았다. 어제부터 줄기차게 비가 내린 탓이다. 아침에도 비가 제법 기세좋게 내렸다. 자전거로 갔다 올까 하다가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에.. 더보기
설/패밀리데이 올해는 우연히도 한국의 설과 BC의 '가족의 날' (Family Day) 연휴가 겹쳤다. 캐나다의 모든 주들에서는 매년 2월 셋째 주 월요일을 가족의 날로 정해서 토일월 사흘을 쉬는데, 유독 BC만 한 주 빨리 '긴 주말'을 난다. 다른 주들과 같이 셋째 주로 통일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고 사리에도 맞지 않느냐는 말이 많았는데, 올해만 놓고 보면 한국인과 중국인 처지에서는 고마워해야 할 우연이 된 셈이다. 설은 북미에서도 점점 더 많은 주목을 받아간다. 그 공로의 9할은 중국인들에게 있다. 영어권에서 설의 동의어가 'Chinese New Year'로 사실상 굳어진 것도 그러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내 동료들 중에 퍽 사려깊은 한두 사람은 일삼아 Chinese라는 단어 대신 Lunar라는 말을 써서, '.. 더보기
조용한 주말, 복면가왕, 그리고 하이든 금요일 오후, 자전거를 타고 다리를 건너, 집에 닿기 직전 반드시 올라야 하는 '깔딱 고개', 500 미터 남짓한 마운틴 고속도로 구간을 넘고 나면, '아, 드디어 주말이구나!' 하는 느낌이, 마치 전류가 통하듯 짜릿하게 온몸으로 전해 온다. 금요일의 저녁 식사는 더더욱 달콤하고, 거의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밀려오는 심신의 편안함은 이루 형언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토요일도 더없이 안락하다. 아무런 약속도 없고, 미리 짜놓은 계획도 없다. 다들 마음껏 늦잠을 자도 된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푹 놓고 자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제가 알아서 눈을 뜬다. 그것도 평소보다 일찍. 새벽 다섯 시! 평일이라면 '아, 아직도 한 시간 반을 더 잘 수 있구나' 안도하면 다시 눈을 붙이고, 어떻게든 더 깊이 잠들어 보.. 더보기
2016년의 첫 일출 새해가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해야 매일 뜨고 지는 것이지만 제대로 보기는, 2016년 새해 들어서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일요일 아침, 블랙베리의 '해돋이' 알람을 듣고 깼다 (알람 사운드의 이름이 'sunrise'다). 6시30분. 이제 서서히 낮이 길어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밖은 어둡다. 넥서스 7을 열어 날씨를 보니 체감온도가 영하 1도란다. 에드먼튼 시절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처음 얼마 동안은 쌀쌀하다. 오늘은 따로 속도를 높이거나 가외의 노력을 더하지 않고 편하게 뛰는 일정이다. 늘 하프마라톤을 겨우 넘기는 수준으로만, 멀지만 썩 멀지는 않은 거리를 뛰어 온 터여서, 오늘은 2, 3 킬로미터쯤 더 멀리 뛰기로 했다. 일요일의 먼 거리 달리.. 더보기
2015년의 마지막 주말은... 토론토 사시는 성우제 선배댁이 크리스마스 연휴를 이용해 밴쿠버를 찾아 오셨다. 말 그대로 '有朋自遠方來'다. 나와 성우제 선배는 시절 인연을 맺었다. 1991년에 입사했으니 24년 째인 셈. 아내는 형수님을 친언니처럼 따르고, 형수님은 친동생처럼 아내를 예뻐해 주시고... 토론토와 밴쿠버의 거리는 비행기로도 다섯 시간을 날아야 하는 멀고 먼 거리. 그만큼, 여간만한 일이 아니면 찾아가 볼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그래서 더욱 고맙고... 지난해 이맘때와 달리 올해는 비행편이 두 시간 넘게 연착되는 바람에 양쪽이 다 애를 먹었다. 8시 도착 예정이던 비행편은 11시가 다 돼서야 밴쿠버에 닿았다. 항공 여행은 너무나 자주, 예상을 배반한다. 항공 여행의 가장 큰 이유가 속도인데, 비행 시간의 앞과 뒤에서 허비.. 더보기
다시 달리기 일요일 아침, 채 일곱 시가 되기 전, 가볍게 뛴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사위는 어두웠지만 하늘의 별은 맑고 선명하기만 했다. 밤새 비가 살짝 내려 바닥은 축축했다. 오카나간 마라톤 이후 2주 만에 재개하는 달리기다. 지난 일요일에는 달리기 대신 30 km 남짓 자전거를 탔다. 몸무게의 몇 배나 되는 충격을 고스란히 다리에 싣는 부담은, 특히 마라톤을 뛴 뒤에는 적어도 2주 정도 삼가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었다. 그래서 마라톤을 뛴 뒤에는 늘 2주 정도를 쉬어 왔다. 점심 시간에도 뛰는 대신 부지런히 걸었다. 오랜만에 종종 걸음을 치듯 뛰어보니 더없이 상쾌한 기분이다. 론스데일 부두 쪽으로 가려다, 일곱 시 10분이나 20분쯤이면 해가 뜨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출을 보겠다는 욕심에 세컨드 내로우즈 다.. 더보기
알차게 보낸 주말 어떻게 주말을 보내야 '알차게 보냈다'라는 평가를 받는가? 나만의 사전에 따르면, 뭔가 집안일을 하나 둘쯤 해서 아내에게 생색을 낼 만한 '표'가 나야 한다. 내가 얼마나 먼 거리를 뛰었느냐, 자전거를 탔느냐 따위는 '알차게 보냈다'라는 판단의 기준에 들기는 하지만 가산점이 거의 없다. 우선순위에서도 한참 밀린다. 점수를 많이 따려면 뭐든 집안일을 해야 한다. 일요일 아침에 뛰다가 만난 새들. 템플턴 고등학교 앞 보도에 조성된 장식물인데 유난히 올빼미가 많았다. 아마 올빼미가, 그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지혜나 지식을 상징하는 것처럼 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튼 이미지 관리 면에서는 올빼미가 가장 남는 장사를 한 새다. 각설하고, 그런 기준에 따르면 이번 주말은 퍽 알찼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 더보기
돌아오니 밴쿠버는 어느덧 가을! 알람을 꺼놓고 잤다. 눈을 뜨니 커튼이 부옇다. 어느새 날이 밝았다. 시계를 보니 막 8시가 지난 시각이다. 피로가 많이 가신 느낌이다. 역시 자연스럽게 눈이 떠질 때까지 자는 게 좋아! 아내와, '오늘 밤만' - 대체 이런 말을 얼마나 되풀이했는지! - 엄마 아빠랑 자겠다며 우리 방에 들어온 성준이는 아직 꿈나라다. 부엌으로 가 커피를 내린다. 8시30분. 뛸까? 오늘도 쉬고 내일 뛸까? 그러면 이틀을 쉬게 되는 셈인데... 자전거 통근을 핑계로 하루 건너씩 달리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거고... 뛸까? 말까? 오늘 두 시간 넘게 장거리를 뛰고 오면 페더러의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를 놓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마음속에서 티격태격 하는 와중에 주섬주섬 옷 갈아 입고, 벨트용 미니 물병 두 개.. 더보기
비와 자전거 비가 내렸다. 단비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비 많기로 유명한 - 대체로 ‘악명 높은’에 가까운 - 밴쿠버에서, 이토록 애타게 비를 기다린 적도 드물었던 것 같다. 빗속 달리기부러 알람을 꺼놓고 잤더니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각에 잠이 깼다. 여섯 시가 막 넘었다. 평소의 출근 시간에 맞추자면 조금 서둘러야 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빨리 뛰어야 한다는 뜻. 주룩주룩이 아니라 투둑투둑, 아직까지는 간헐적으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마운틴 하이웨이를 잠시 타다가 커크스톤 애비뉴를 거쳐 동준이가 다니는 서덜랜드 중고등학교 (세컨더리) 트랙에 갔다. 트랙은 바닥이 고르다. 뛸 때 발목의 긴장감이 훨씬 덜하다. 그만큼 속도를 내기도 좋다. 집까지 가는 길이 3km쯤 되니까 1마일만 뛰고 가자. 부러 시계를 안 본 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