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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산불조심! 오늘 아침, 오랜만에 시모어 보전 지역으로 가는 트레일을 달렸다. 초입에 선 산불 위험도 표지판이 예사롭지 않다. 산불 화재의 위험도가 최고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이런 지표를 본 건 2년 전에 이사 온 이후 처음이다. 이런 날이 몇 주째 이어지는 중이다. 밴쿠버에서 100여km 떨어진 휴양지 휘슬러와 그 이웃동네 펨버튼에는 큰 산불이 났다. 그 여파로 광역 밴쿠버 일대가 연기로 자욱했다. 뿌옇게 날리는 재 때문에 노약자는 가능한 한 외출을 삼가라는 경고도 나왔다. 오늘 아침에 나와 보니 연기가 많이 걷혔다. 지난 수요일에는 뛰면서도 미세먼지가 만만치 않은데 괜찮을까 적잖이 불안해 했는데, 오늘은 괜찮을 것 같다. 트레일 에 들어서니 때이르게 떨어진 나뭇잎 천지다. 가을이 지나치게 일찍 온 듯한 느낌마저.. 더보기
사슴과 공작 래스트레버 해변 주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과 트레일. 며칠 캠핑하기에 그만일 듯한 곳. 나흘 간의 밴쿠버 섬 휴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을 꼽으라면 단연 '사슴'이 되겠다. 캐나다야 워낙 자연 자원이 풍부하고 숲이 지천이다 보니 온갖 야생동물로 넘쳐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공원에서, 특히 가정집 뒤뜰에서 동물을 만나기는, 너구리나 스컹크, 다람쥐 정도를 예외로 친다면, 쉽지 않다. 그런데 이번 여행 동안에는 유독 사슴을 자주 마주쳤다. 사슴도 사람들에 익숙한지, 아주 근접하지 않는 한 도망가지 않고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래스트레버 해변 주립공원 화요일 아침, 파크스빌의 래스트레버 해변 주립공원 (Rathtrevor Beach Provincial Park)을 뛰다가 만난 사슴. 사람으로 치면.. 더보기
휴가 시작 옛 직장 후배이자 친구가 밴쿠버로 놀러 왔다. 한국과 캐나다 사이의 아득한 거리를 잘 알기 때문에 일삼아 찾아오기가 - 놀러온다는 핑계를 대더라도 -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다른 친구, 선배 들에게도 여러 번 캐나다로 놀러오시라는 말을 했었지만 정작 와준 사람은 거의 없다. 거기에 무슨 불만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찾아오기가 비용 면에서나 시간 면에서나, 또 체력 면에서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후배가 고맙고 반갑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후배는 금요일 오후에 왔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일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바닷가 (Seawall)를 잠깐 거닐었다. 한여름의 저녁 햇빛이 눈부셨다. 토요일 아침, 노쓰밴의 론스데일 부둣가에 왔다. 보여주고 싶은 곳은 많지만 시간이 부족하.. 더보기
성준이 생일, 그리고 말러 분주하게 보내면 심지어 주말조차 제법 길다고 느껴진다. 이번 주말이 그렇다. 다른 주말에 견주어 일이 많았다. 금요일 (6월12일)은 성준이의 여덟 번째 생일이었다. 실상은 birth'day'가 아니라 birth'week', 심지어 birth'month'처럼 여겨진 6월의 둘째 주였고, (5월 중순부터 지속된) 한 달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흐름에서 가속도를 느낀다는데, 어린 시절에는 그 반대의 인상을 같는 것 같다. 감속도, 혹은 아예 시간이 멈추어 있는 듯한 답답함. 왜 이렇게 시간은 더디게 흐를까? 조촐하게 촛불 끄고 케이크 자르는 '예식'을... 성준이 옆에 놓인 레고 '아이언맨'은 생일선물. '헐크 버스터 스매쉬'를 사달라고 노래를 부른 게 벌써 여러 달 전이었다. 나는 자주 그 이름을 헷.. 더보기
몸의 소리 지난 주말 (6월6일)에 뛴 휘슬러 하프 마라톤의 한 장면. 트레일이 퍽 아름다웠지만 비탈을 오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진 출처는 Rob Shaer Photo. 어제는 정말 긴 잠을 잤다. 일곱 시를 갓 넘은 시점부터 졸리기 시작해서, 미야자키 하야오와 그의 지블리 스튜디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넷플릭스로 보다가 절반도 넘기지 못하고 TV를 껐다. 그리곤 이 닦고 잠자리로 직행했다. 중간에 잠깐씩 잠이 깨기는 했지만 오늘 아침 6시 반이 가깝도록 자고 또 잤다. 꿈도 꿨는데 - 늘 꾸겠지만 꿈의 기억은, 대개는 눈 뜨면 즉각 휘발해 버리지 않는가 - 그 중 하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아마 우스워서 그렇겠지. 언덕에 놓은 자전거 헬멧이 바람에 떠밀려 길고 아득한 언덕 아래로 떼구르르 굴러 달아나는데, 마치.. 더보기
휘슬러 하프 마라톤 퍽 오랫동안, 몇 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하는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그 탓인가, 집에서 휘슬러까지 120km 남짓밖에 안 되는데도 꽤나 멀다고 느껴졌다. 구불구불, 휘슬러로 가는 길은 실로 장관이었다. 높은 산맥과 그 사이로 그림처럼 놓인 바다와 호수. 묵기로 한 호텔에서 경주 참가에 필요한 패키지를 받을 수 있어서, 더욱이 하프 마라톤 출발점이 도보로 1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지척이어서, 집에서 저녁을 먹고 밤 여덟 시 넘어 휘슬러에 닿았어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게다가 여름이어서 여덟 시가 넘은 시간도 대낮처럼 훤했다. 대회장인 휘슬러 빌리지 올림픽 플라자. 투숙한 호텔에서 10분 정도 걸어서 닿았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지만 방향을 잘 몰라 좀 헤맸다.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 더보기
계곡에서 헤매다 - 16K 트레일 레이스 일요일 아침, 16K 트레일 경주에 참가했다. MEC 레이스 시리즈 세 번째. 집 근처의 린 계곡 (Lynn Creek)을 오르내리는 코스여서 굳이 아침부터 가족을 끌고 나와야 할 필요가 없었다. 경주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2km 남짓밖에 되지 않아 갈 때는 몸 푸는 기분으로, 경주를 끝내고 돌아올 때는 마무리 운동을 하는 셈치고 부담없이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경주 자체는 매우 힘들었다. 혼자 막연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트레일 경주를 뛰기는 지난 4월의 10K 스쿼미시 레이스 이후 두 번째인데, 그 때 했던 '죽다 살아났다'라는 표현이 다시금 생생하게 실감나는 경주였다. 비탈은 뛸 엄두조차 내기 어려울 만큼 가파른 경우가 많아서 걸었는데, 걷는 것조차 벅차다는 생각이 종종 들만.. 더보기
Life seems too short ‘Life seems too short’ - 117세로 세계 최고령 생존자라는 기네스북 기록을 보유했던 일본의 노파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117세 생일 잔치를 치른 지 몇 주 뒤인데, 생일 무렵 언론에 보도된 노파의 인상적인 - 혹은, 보기에 따라서는 더없이 실망스러운 - 코멘트는 ‘인생은 짧다’였다. Well, duh~! 시간이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사실은 거의 누구나 실감하고 또 실감하는, 주관적 진실이다. 괴로울 때 시간은 느리게 간다. 아니, 때로는 정지한다. 화석화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꼭 괴로운 경우가 아니더라도, 이를테면 팔꿈치를 이용한 엎드려 뻗쳐 자세로 복근을 강화하는 간단한 운동인 플랭크 (plank)만 해보더라도, 1분이나 2분이 그보다 더 더디게 갈 수가 없다. 반면 .. 더보기
If you have no love for the place where you live... 빗속 달리기.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를 건너 스탠리 공원의 씨월(Seawall)을 거쳐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로 돌아오는 경로를 잡았다. 약간의 우회로 때문에 총 거리는 예상보다 다소 긴 30 km 정도였다. 사진은 달리기의 막바지,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로 올라서기 전이다. 호우 경보가 내렸다. 비가 밤새 내렸다. 일요일 아침,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퍽 세찼다. 일기 예보에 따르면 오전 중에 23-30 mm, 오후에 또 그만큼의 비가 내릴 것이었다. 오늘 하루를 통째로 거르지 않는 한, 비를 피해 뛸 재간은 없게 생겼다. 이런 상황이면 늘 그렇듯이, '뛰지 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와 거의 동시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씨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나간다'라는, 한 .. 더보기
봄맞이 모도(Modo) 8K 레이스 일요일 오전 10시, 봄맞이 '모도 8K 스프링 런' (Modo 8K Spring Run) 레이스를 뛰었다. 스탠리 공원을 한 바퀴 도는 코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가한 레이스다 (참고로, 모도는 회원들이 승용차를 공유할 수 있도록 조정해 주는 서비스 회사의 이름이다.) 뛰는 시기도 적절하고, 거리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뛰어야겠다고 찜해놓은 레이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 레이스 때문에 일요일마다 뛰게 되어 있는 장거리를 거를 수밖에 없어서 자전거 타기로 보충했다. 평소에는 쉬는 토요일에 레이스 번호표를 받으러 스탠리 공원 근처의 스포츠용품 판매점인 러닝 룸까지 갔다 왔고 (왕복 약 30km), 오늘도 차를 타는 대신 자전거로 다녀왔다 (왕복 25km 남짓). 회사에 자전거를 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