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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봄맞이 모도(Modo) 8K 레이스

일요일 오전 10시, 봄맞이 '모도 8K 스프링 런' (Modo 8K Spring Run) 레이스를 뛰었다. 스탠리 공원을 한 바퀴 도는 코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가한 레이스다 (참고로, 모도는 회원들이 승용차를 공유할 수 있도록 조정해 주는 서비스 회사의 이름이다.) 뛰는 시기도 적절하고, 거리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뛰어야겠다고 찜해놓은 레이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


레이스 때문에 일요일마다 뛰게 되어 있는 장거리를 거를 수밖에 없어서 자전거 타기로 보충했다. 평소에는 쉬는 토요일에 레이스 번호표를 받으러 스탠리 공원 근처의 스포츠용품 판매점인 러닝 룸까지 갔다 왔고 (왕복 약 30km), 오늘도 차를 타는 대신 자전거로 다녀왔다 (왕복 25km 남짓). 회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옷을 갈아 입은 뒤, 레이스가 열리는 스탠리 공원까지는 대개는 걸어서, 이따금씩 뛰어서, 몸을 푸는 기분으로 갔다가 돌아왔다 (왕복 7km 남짓). 



회사 차고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경기장으로 가는 길. 캐나다 플레이스에 올해 들어 첫 여객선이 들어왔다. 예년보다 보름쯤 더 일찍 들어왔다고 한다. 그랜드 프린세스 크루즈. 15일짜리 하와이 여행 코스를 다니는 배라고 한다.



점심 때면 거의 예외 없이 지나게 되는 씨월(Seawall)의 산책로. 벚꽃이 퍽 화려하게 피어 눈길을 끈다. 밴쿠버에서 벚꽃은 목련과 더불어 봄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전령사 같다. 날이 갈수록, 해가 갈수록, 벚꽃이 참으로 아름다운 꽃이라는 생각이 더 절실하게 든다. 



행사장으로 향하는 다른 달림이들. 다들 몸매들이 늘씬늘씬하다. 정기적으로 달리는, 아마도 상대적으로 잘 뛰는 여인들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모도 스프링 런은 지난해 한 번 뛰어본 레이스여서 대체로 익숙한 느낌이었다. 다만 지난해에는 그룹이 잘못 정해져서 가장 느린 '녹색' 그룹에 편성되는 바람에, 스탠리 공원을 따라 난 좁다란 씨월(Seawall)에서 나보다 느린 사람들을 지그재그로 추월하느라 첫 1, 2km를 허비해야 했다. '허비'라고 한 것은 꼭 시간 낭비였다는 뜻만이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되었다는 뜻이고, 굳이 어느 그룹이냐를 따지지 않고 처음부터 상대적으로 앞쪽에 섰더라면 인파를 뚫어야 하는 가외의 스트레스도 없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뒤에 처져서 출발한 동료 데이빗은 첫 3, 4km를 인파를 헤집고 나오는 데 허비했다고 불평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뛰는 코스 자체가 넓은 도로가 아닌 스탠리 공원의 좁은 트레일인 데다, 참가 인원도 작년보다 200명쯤 더 많은 1천여 명이나 되었다. 



올해는 레이스 등록을 하면서 예상 주파 시간으로 35분을 적었더니 가장 앞줄인 '적색' 그룹으로 분류되었다. 오늘은 뛰면서 일부러 시계를 보지 않았다. 처음 1마일을 뛸 때 시계가 가리키는 예상 주파 시간이 6분30초 대인 것만 확인한 뒤부터 의식적으로 시계를 무시했다. 대신 함께 뛰는 그룹의 속도에 맞춰 뛰어보자는 심산이었다. 굳이 7분 대로 뛰자, 7분30초 대로 뛰자고 시계를 따르는 것이, 어쩌면 도리어 몸의 자연스러운 느낌과 흐름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괜찮았다. 지난해와 견주어 2분 이상 기록이 단축되었다. 8K 레이스의 '퍼스널 베스트'다. 막판에 비탈을 올라오면서 너무 힘을 뺀 탓에 마지막 100m 정도를 남겨놓고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마라톤을 위한 '스피드 훈련'이나 '인터벌 런'을 한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결과는 생각보다 더 만족스럽게 나왔다. 뛰는 동안 자세와 페이스, 템포에 계속 신경을 썼다. 가능한 한 가장 자연스럽게, 가장 경제적으로 달리는 자세를 찾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위는 공식 기록. 아래는 작년 8K 레이스와 비교한 것 (작년 레이스 참가기는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