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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R

페이퍼 컷 (Paper Cut) 가끔 종이에 손이나 손가락을 베인다. 그 종이에 사악~ 하고 베일 때의 그 느낌이 참 오싹하다. 싫다. 사악~ 하는 소리도 생생하게 들리는 것처럼 착각된다. 가볍고 하찮게만 보이는 종이 한 장. 그러나 거기에도 칼이 숨어 있다. 흔히 '페이퍼 컷'이라 부르는 이 작은 사고를 달가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기분 나쁘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또 그 상처라는 것도 대체로 무슨 처방을 하거나 연고를 바르거나 밴드를 붙이기에 좀 민망한 수준이다. 하지만 제법 쓰리다. 오늘은 무슨 운인지, 베인 자리에 두 세번 되풀이해서 종이'칼' 세례를 받았다. 물론 더 쓰렸다. 기분도 썩... 그래도 달리 보면, '산재'라고 해야 고작 페이퍼 컷 수준인 직업을 가진 게 얼마나 복스러운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2.. 더보기
공중도덕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때, '도덕'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그게 지배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유력하고 위험하고 음험한 수단이었다는 점을 인식하는 한편, 나는 그 안의 일정 부분은 평화로운 사회적 공생을 꾀하는 데 분명히 유익했음도 인정한다. 캐나다로 이민 와 살면서 그런 자각과 더 자주, 그리고 종종 아프게 마주친다. 도무지 '공중도덕'과는 담을 쌓은 것처럼 행동하는 철면피들, 이 세상에 오직 저 하나밖에 중요한 게 없다는 듯 말하고 움직이는 저질들을 너무나 자주 만나기 때문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빗물 뚝뚝 떨어지는 비옷을 벗지도 않고 전철 의자에 털썩 앉아 가는 인간, 기차 안에서 맞은편 자리에 더러운 신발을 벗지도 않은 채 -벗으면 더 끔찍할지도... - 다리를 쭉 뻗어 턱 올려놓고 가는 인간,.. 더보기
동준이 이야기...아빠의 와와 시절 눈에 밟히는 얼굴 아빠가 씁니다. 자정이 넘었습니다. 오늘 커피를 좀 많이 마신 데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을 잔 게 '독'이 된 모양입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한 시간 넘게 잠을 청하다 결국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렇게 뒤척일 때마다, 아내와 동준이 얼굴이 자꾸만 눈에 밟혔습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내가 지금 잘하는 건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가치가 있는 걸까. 여러 생각, 의문, 가정 따위가 머릿속을 지향없이 날아다녔습니다. 동준이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 떠나올 때, 한 번이라도 제대로 꼭 안아주고 올걸, 하는 후회가, 자꾸만 마음에 걸립니다. 아래 사진은 일요일 아침, 아내가 찍은 것입니다. ☆ # by kngdol | 2004/12/10 아까운 세월 아이들 크는 속도는 .. 더보기
피터보로, 온타리오...그리고 가을 새로운 출근지 피터보로, 온타리오 | 2005년 8월 18일 오전 7:40 255Km. 집과 피터보로의 직장까지 왕복 거리입니다. 시간은 대략 1시간10분 안팎. 처음이어서 그런지 통근이 생각만큼 수월하지는 않습니다.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6시쯤 집을 나서면 7시30분쯤 사무실에 닿게 됩니다. 퇴근 시간은 오후 4시30분. 집에 돌아오면 6시입니다. 2주, 3주,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곧 적응하겠지만 아직까지는 꽤 피곤합니다. 집에서 회사까지 채 5분도 안걸렸던 와와가 자꾸 떠오릅니다. 그곳 사람들도 적잖이 그립습니다. 엊그제는 와와의 MNR 입구 근처에 작은 곰까지 나타났다고 합니다. 하하. 출퇴근 길이 좀 힘겹지만 피터보로는 참 마음에 듭니다. 그 나름의 역사와 낭만, 운치가 느껴지는 소도시입니다.. 더보기
새로운 일자리: 와와에서 피터보로로... Is this the RIGHT road? | 2005년 7월 30일 오전 5:03 8개월 여만에 와와를 내려옵니다. 8월12일부터는 피터보로에 있는 MNR에서, 삼림 대신 '정보'를 다루게 됩니다. 그 정보라는 것이 결국 자연자원(Natural resources)에 관한 것인 만큼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 전혀 동떨어졌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주로 필드에서 일하던 것에 견주면 작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한 주, 와와가 아닌 썬더베이의 호텔에서 지내며 이메일로, 전화로, 와와의 제 상관, 그리고 피터보로의 제 (미래의) 상관과 연락하기 바빴습니다. 마음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참가한 심포지엄의 내용조차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과연 내가 한 선택은 잘한 것인가. 몇 개월만 더 와와에서 .. 더보기
와와의 콘서트 와와의 콘서트 | 2005년 7월 10일 오후 11:03 와와는 슈피리어 호수로부터 몇km 내륙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호수에 바로 잇닿은 곳에 있는 동네는 '미션', 혹은 '미쉬피코텐 강 마을'(Michipicoten River Village)이라는 데입니다. 인구가 채 500명이나 될까, 아주 작은, 이를테면 와와의 '위성도시', 아니 '위성 마을' 같은 곳입니다. 이곳에 '내추럴리 슈피리어 어드벤처'(Naturally Superior Adventure, 이하 NSA) 아웃피터(Outfitter)가 있는데, 아웃피터라고 하면 흔히 여행용품상, 운동구점 등으로 번역되지만 여기에서는 '(여행·탐험대의) 가이드'와 더 가깝습니다. NSA는 노던 온타리오 지역에서는 제법 널리 알려진 아웃도어 어드벤처 가이드로.. 더보기
기도하는 마음으로... Fingers crossed | 2005년 7월 20일 오전 10:01 동준 엄마가 찍은 이 사진을 볼 때마다 피식피식 웃음이 납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자꾸 웃음이 납니다. 동준이의 손가락 때문입니다. '아빠가 물놀이를 허락해주기를!' 하는 의도에서 손가락을 그렇게 한 것인지, 아니면 '아빠가 설거지를 빨리빨리 끝내고 좀 비켜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렇게 한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참 재미난 장면입니다. 올 여름 들어 MNR 인터뷰만 네 번이나 했습니다. 오늘 수세인트마리에서 한 것까지 쳐서 그렇습니다. 내일도 인터뷰가 있습니다. 피터보로인데 거리가 너무 멀어 전화로 합니다. '인터뷰라도 좀 해봤으면!' 하고 바라던 과거를 생각해 보면 많은 발전이라 할 만하지만, 막상 인터뷰를.. 더보기
길 위에서 여름의 절정으로 가까워질수록 오르내리는 길이 더딥니다. 도로 공사중인 데가 늘어난 탓도 있고, 캠핑카를 끌고 피서를 떠나는 이들이 늘면서 도로상의 평균 속도가 떨어진 탓도 있습니다. 교통 사고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어제 내려오면서는 그 세 가지 장애물을 다 만났습니다. 17번 고속도로 상에서 트레일러가 도로변 수렁으로 빠져 도로가 차단되는 바람에 우회를 해야 했고, 401 근처 400번 도로는 교통사고로 두 차선이 불능 상태였습니다. 노던 온타리오로부터 토론토가 속한 서던 온타리오로 내려오면서 늘상 체감하는 것은, 토론토 지역의 교통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 토론토를 벗어나 북쪽의 이른바 '카티지 컨트리'로 휴일을 즐기러 떠나는 자동차의 물결이, 실로 끔찍.. 더보기
수 세인트 마리, 온타리오 트레이닝 데이 | 2005년 6월 14일 오전 5:45 덴젤 워싱턴의 악역이 돋보였던 영화 제목을 위에 달아보았습니다. 오늘(13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간 교육을 받기 위해 수세인트마리(Sault Ste. Marie)에 내려와 있습니다 (토론토에서 보면 한참 '올라가야' 하는 곳이지만, 와와에서 보자면 200여km를 '내려가야' 하는 곳입니다). 지난 5월30일부터 제 타이틀이 바뀌었습니다. '계약직 산림관' (Contract Forester)에서 '인턴 산림관'(Forester Intern)으로. 후자가 전자보다 급여는 다소 짜지만 단순한 '와와 지구' 차원이 아닌 MNR 차원의 타이틀인 데다 다양한 훈련 및 교육 기회를 주기 때문에 훨씬 배울 것이 많고, 따라서 정식 '지역 산림관' (Area Fo.. 더보기
카약 환상적인 카약 여행 | 2005년 6월 12일 오후 1:07 태어나 처음으로 카약을 타보았다. 지난 겨울의 얼음낚시에 이어, 와와에 와서 '난생 처음' 경험해 보는 두 번째 레크리에이션이다. 카누는 일찍이 노쓰베이에서 인턴십을 하던 시절 여러 번 타보았지만 카약은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 왠지 좀더 거리감이 느껴졌고, 타는 데 좀더 복잡한 기술과 요령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와와에 올라오고 나니 카약을 타지 않고는 여름의 제맛을 즐기는 데 큰 '하자'가 있을 것처럼 여겨졌다. 카약 타기가 카누보다 더 쉽다며 부추기는 주변의 조언 아닌 조언도 작지 않은 모티브로 작용했다. 가깝게 지내는 직장 동료인 데이빗-안젤라 커플의 도움도 컸다. 그들은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 카약과 낚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