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처음으로 카약을 타보았다. 지난 겨울의 얼음낚시에 이어, 와와에 와서 '난생 처음' 경험해 보는 두 번째 레크리에이션이다.
카누는 일찍이 노쓰베이에서 인턴십을 하던 시절 여러 번 타보았지만 카약은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 왠지 좀더 거리감이 느껴졌고, 타는 데 좀더 복잡한 기술과 요령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와와에 올라오고 나니 카약을 타지 않고는 여름의 제맛을 즐기는 데 큰 '하자'가 있을 것처럼 여겨졌다. 카약 타기가 카누보다 더 쉽다며 부추기는 주변의 조언 아닌 조언도 작지 않은 모티브로 작용했다. 가깝게 지내는 직장 동료인 데이빗-안젤라 커플의 도움도 컸다. 그들은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 카약과 낚시 등을 즐기는 전형적인 '아웃도어' 타입이었다.
토요일 늦은 아침, 와와에서 가까운 슈피리어 호수변에 있는 아웃피터(Outfitter) 샵인 '내추럴리 슈피리어'(Naturally Superior)에서 카약을 빌렸다. 하루 대여료는 25달러(+GST). 데이빗과 안젤라가 가이드 노릇을 하게 되어 가외의 교육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카야킹(Kayaking, 카누 타기)'은 정말 재미 있었다. 카약은 물이 발목 정도의 깊이만 돼도 아무런 문제없이 탈 수 있을 만큼 가볍고 날렵했다. 가끔 중심을 잃어 좌우로 기우뚱거릴 때는 다소 겁도 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패들을 다루는 일에 제법 익숙해졌고, 따라서 두려움도 덜었다.
안갯속의 카약 타기. 왼쪽이 데이비드, 오른쪽이 데이비드의 여친 안젤라. 지금은 부부 사이가 됐다.
안개가 자욱했지만 슈피리어 호수는 더없이 잔잔해서 나같은 초보가 카약을 타기에도 별 문제가 없었다.
바위 위의 갈매기. 안개가 다소 걷혔다.
슈피리어 호숫가로 가고 있다. 갈매기들이 날아오른다.
와와를 관통하는 주요 강중 하나인 미쉬피코텐(Michipicoten) 강의 하류 부분을 먼저 한 바퀴 돌았다. 물 위에서 바라보는 주위 풍경이 그렇게 달라보일 수가 없었다. 물 위에서 보는 크고 작은 폭포와 강변의 나무들, 집들이 한결 다른 그림으로 다가왔다.
풀밭에 내려 간단한 점심을 든 뒤 슈피리어 호수로 나아갔다. '내륙의 바다'라는 별명이 붙은 슈피리어 호수는 분명 초보자가 타기에 적당한 곳은 아니었다. 특히 일기가 불순할 때는 그 높은 파도와 예측하기 어려운 악천후 때문에 전문가들도 조심해야 하는 곳이었다. 데이빗이 슈피리어 호로 나가보자고 했을 때 더럭 겁부터 먹은 것은, 따라서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물에 떠내려온 나무들의 해변'이라는 뜻의 '드리프트우드 비치' (Driftwood Beach) 주변으로 나아갔다. 아침부터 끼었던 자욱한 안개는 오후에도 여전했다. 그 때문인가 물도 한없이 조용하고 평평했다. 작은 물결조차 일지 않았다. 그렇게 평화롭고 신비로울 수가 없었다. 안개에 가려 1백여 m 밖이 제대로 분간되지 않았다. 패들을 저어나갈 때마다 하나둘씩 그 풍경을 드러내는 호숫가 풍경이 실로 아름답고 장엄했다.
여기저기 보이는, 점점이 날아다니는 갈매기들. 자맥질 하는 룬(loon)의 신비로운 자태. 좋이 4, 5m는 돼 보이는 호숫가. 그러나 물밑이 훤히 비칠 만큼 호수는 맑았다. 손을 담가보았다. 서늘했다. 좀더 깊이 담가보았다. 수면과 그 아래 간의 온도 차가 선연했다. 수면 위로 수많은 벌레들이 떠다녔다. 아마 안갯속에서 물과 하늘을 구분하지 못해 익사했을 터이다.
"카야킹보다 더 우아하고 섬세한 레크리에이션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라고 데이빗은 말했다. 동감이었다. 특히나 오늘처럼 안개 자욱한 호수 위의 카야킹이라면, 바람이 잠든 잔잔한 물 위의 카야킹이라면, 심지어 패들조차 젓지 않은 채, 그냥 하염없이 앉아, 명상에 빠져도 좋을 듯했다.
영신이랑 동준이가 여기에 함께 있었으면... 카약을 타는 내내, 특히 드리프트우드 비치의 그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그들이 여기에 없는 것이 더없이 아쉬웠다.
드리프트우드 비치의 모래들은 여느 해변의 모래보다 다소 굵었다. 모래와 자갈의 중간쯤. 그러나 물에 잘 닦이고 갈려 동글동글했다. 마치 구슬 같았다. 조심스레 해변으로 가닿는 물결이 그 동글동글한 잔자갈과 부딪혀 음악과도 같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수많은 잔구슬을 쟁반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굴리는 듯한 소리였다. 자르르자르르.... 마치 자장가 같기도 했다. 지극히 아름답고 평화로운 자장가.
안개 | 2005년 6월 13일 오전 10:26
와와 호숫가의 외로운 카누.
어제 슈피리어 호수를 덮었던 안개가 오늘은 와와로 옮겨온 모양입니다. 와와의 여름은 서늘하다고 합니다. 30도 위로 올라가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하네요. 대신 안개가 많이 낀다고 하는데, 오늘의 안개는 그 '여름 안개'의 수준에는 못 미치는 듯합니다. 그냥 살짝, 와와 호수 위로 회색 띠를 만든 정도입니다.
와와 호숫가에 카누 한 척이 놓여 있었습니다. 동준이랑 아내를 태우고 저녁 한 때 슬슬 노나 젓다 집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