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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TGIF - 일상 스케치 금요일은 '팀버 트레인 데이'다. 나한테가 아니라 룸메이트인 데이비드에게. 그는 아이티 보안 관리자로 정보 프라이버시 관리자인 나와 한 방을 쓴다. 창밖으로 그랜빌 광장과 밴쿠버 항구, 그리고 버라드 만(灣)과 그 너머 북해안이 보이는, 전망 좋은 3층 사무실이다. 팀버 트레인은 사무실에서 코르도바 거리를 따라 도보로 7, 8분 걸어가면 나오는 소담한 커피 전문점이다. 거기에서 내려주는 아메리카노 커피와 스콘 (작고 동그란 빵의 일종)이, 데이비드의 말에 따르면 '밴쿠버 최고'다. 다만 스타벅스 사이즈로 치면 톨, 혹은 중간이나 그보다 조금 못 미치는 크기의 커피가 3달러나 하기 때문에 매일 마시긴 다소 부담스러워서 평소에는 사내에 설치된 큐릭 (Keurig) 캡슐형 커피 머신을 이용한다. 그래서 금요일.. 더보기
자전거 출퇴근 캠페인 주간 봄과 가을에 일주일씩 하는 '자전거 출퇴근 주간' (Bike to Work Week)이 지나간다. 10월26일부터 11월1일까지. 하지만 31일과 1일이 주말이니 무의미하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모두 아홉 명이 참가했다. '참가'라고 해야 저 캠페인 사이트에 팀으로 직장이름 등록하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다른 참가 기업들과 직간접으로 경쟁도 되니, 약간의 자극은 되는 셈이다. 자전거 통근 캠페인 관련 2014년 5월 포스팅 | 2014년 11월 | 2015년 5월 자전거 출퇴근을 독려하는 캠페인 부스는 일주일 동안 사이클리스트들이 주로 많이 다니는 길목에 설치되는데, 아래 사진처럼 일반 보행자들을 상대로 홍보하기 위해 광장에 임시로 천막을 치기도 한다. 내가 일하는 직장 바로 옆이 밴쿠버선 신문사와 로.. 더보기
생애 첫 가족 라이딩 한국을 다녀온다고 3주를 빼먹는 바람에 동준이한테 배정된 BC 주정부의 오티즘 펀드가 좀 남았다며, 매주말 수영만 하기보다는 자전거를 한 번 태워보면 어떻겠느냐고 아내가 내게 의향을 물었다. 펀드는 주로 동준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주는 보조교사의 급료로 쓰였다. 동준이가 다니는 학교의 보조교사를 학교 밖에서도 커뮤니티 센터의 수영장에 가거나 운동을 시키는 데 딸려 보냈다. 보조교사는 '노벨'이라는 이름의 스리랑카 출신 남성인데, 키는 나보다 작지만 라디오 아나운서 뺨치는 목소리에, 차분하고 침착한 성정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동준이도 잘 따른다. 장거리 달리기를 이미 토요일에 마친 터여서, 일요일이 비었다. 근처 '시모어 보전구역' (Lower Seymour Conservation Reserve, "LS.. 더보기
알차게 보낸 주말 어떻게 주말을 보내야 '알차게 보냈다'라는 평가를 받는가? 나만의 사전에 따르면, 뭔가 집안일을 하나 둘쯤 해서 아내에게 생색을 낼 만한 '표'가 나야 한다. 내가 얼마나 먼 거리를 뛰었느냐, 자전거를 탔느냐 따위는 '알차게 보냈다'라는 판단의 기준에 들기는 하지만 가산점이 거의 없다. 우선순위에서도 한참 밀린다. 점수를 많이 따려면 뭐든 집안일을 해야 한다. 일요일 아침에 뛰다가 만난 새들. 템플턴 고등학교 앞 보도에 조성된 장식물인데 유난히 올빼미가 많았다. 아마 올빼미가, 그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지혜나 지식을 상징하는 것처럼 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튼 이미지 관리 면에서는 올빼미가 가장 남는 장사를 한 새다. 각설하고, 그런 기준에 따르면 이번 주말은 퍽 알찼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 더보기
비와 자전거 비가 내렸다. 단비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비 많기로 유명한 - 대체로 ‘악명 높은’에 가까운 - 밴쿠버에서, 이토록 애타게 비를 기다린 적도 드물었던 것 같다. 빗속 달리기부러 알람을 꺼놓고 잤더니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각에 잠이 깼다. 여섯 시가 막 넘었다. 평소의 출근 시간에 맞추자면 조금 서둘러야 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빨리 뛰어야 한다는 뜻. 주룩주룩이 아니라 투둑투둑, 아직까지는 간헐적으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마운틴 하이웨이를 잠시 타다가 커크스톤 애비뉴를 거쳐 동준이가 다니는 서덜랜드 중고등학교 (세컨더리) 트랙에 갔다. 트랙은 바닥이 고르다. 뛸 때 발목의 긴장감이 훨씬 덜하다. 그만큼 속도를 내기도 좋다. 집까지 가는 길이 3km쯤 되니까 1마일만 뛰고 가자. 부러 시계를 안 본 채 .. 더보기
새 자전거 노르코 서치 S1 사랑하면 알게 되고... 지난 수요일 (7월15일) 존 헨리 바이크 샵에서 새 자전거 서치 S1 (Search S1)을 픽업했다. 그 전날 구입하고도 흙받이와 짐받이, 물병을 꽂는 케이지, 미니 펌프 등 액세서리를 부착하느라 하루를 더 묵혀야 했다. 아내가 차를 몰고 와 내가 회사에서 바이크 샵까지 타고 온 아내의 자전거와, 새로 산 자전거를 차에 실어 집으로 돌아왔다. 새 자전거는 이런저런 액세서리까지 더하면 2천달러가 넘는다. 2백만 원이 넘는, 나로서는 고가다. 아직까지 바이크 샵의 행거에 걸려 손상된 부위를 대체할 부품을 기다리는 인디 2는 1백만 원이 안 되는 값에 구입했다 (흙받이, 짐받이, 킥 스탠드 등 포함). 그에 견주면 두 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내 분수에 맞지 않는 고급 자전거를.. 더보기
가뭄 자전거 수리가 더디다. 필요한 부품, 특히 앞 바퀴를 고정하는 포크를 교체해야 하는데 지난 주 화요일 쯤이면 되리라던 게, 그로부터 일주일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언제 되느냐고 물으면 어깨만 으쓱, 부품이 오면 오는 거지 자기들로서는 알 수 없다는 대답. 답답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임시변통으로 아내의 자전거를 타보기로 했다. 출근을 앞두고 연습차 동네 뒷산 - 시모어 보전 지역 (LSCR) - 으로 라이딩을 나갔다. 많은 상품이나 제품, 서비스가 그렇듯이, 자전거도 어느 수준까지는 값과 성능이 대체로 비례한다. 싸면 싼 이유가 있는 것이고, 비싸면 비싼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내의 얼라이트 (Alight) 자전거는 가벼운 라이딩이나 가까운 거리의 출퇴근 용이다. 여러모로 성에 안 찰 수.. 더보기
사소한, 그러나 사소하지 않은, 일상 카메라를 늘 휴대하면서 온갖 사진들을 찍는다. 거의 습관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모아두는 플리커에는 어느새 8만 장이 넘는 사진들이 쌓였다. 8천 장도 아니고 8만 장이다. 아니 그 숫자를 넘는다. 그걸 누가 다 보랴 싶지만 이게 나중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산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 사소하게만 여겨지지도 않는다. 자전거 관리...라지만 대개는 체인과 드라이브트레인을 닦아주고, 기어 변속이 무리없이 잘 되도록 케이블의 장력 (tension)을 조절해 주고, 체인에 윤활유를 발라주는 정도다. 매일, 퇴근하자마자 한다. 당연한 일상의 습관으로 만들었다. 보통 10~15분 걸린다. 이게 나의 교통 수단이고, 어떤 면에서는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매일 하는 점검.. 더보기
몸의 소리 지난 주말 (6월6일)에 뛴 휘슬러 하프 마라톤의 한 장면. 트레일이 퍽 아름다웠지만 비탈을 오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진 출처는 Rob Shaer Photo. 어제는 정말 긴 잠을 잤다. 일곱 시를 갓 넘은 시점부터 졸리기 시작해서, 미야자키 하야오와 그의 지블리 스튜디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넷플릭스로 보다가 절반도 넘기지 못하고 TV를 껐다. 그리곤 이 닦고 잠자리로 직행했다. 중간에 잠깐씩 잠이 깨기는 했지만 오늘 아침 6시 반이 가깝도록 자고 또 잤다. 꿈도 꿨는데 - 늘 꾸겠지만 꿈의 기억은, 대개는 눈 뜨면 즉각 휘발해 버리지 않는가 - 그 중 하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아마 우스워서 그렇겠지. 언덕에 놓은 자전거 헬멧이 바람에 떠밀려 길고 아득한 언덕 아래로 떼구르르 굴러 달아나는데, 마치.. 더보기
자전거와 기저귀 자전거를 일삼아 타지 않던 시절, 사이클리스트들의 ‘야한’ 복장에 불만이 많았었다. 꼭 저렇게 몸에 짝 달라붙는 라이크라 옷을 입어야 하나? 꼭 ‘빤쓰’만 입은 것 같은 저 하의는 뭐냐? 또 상의 전체에 요란뻑쩍지근하게 장식된 글씨와 마크와 그림은 또 뭐냐? 꼭 저런 식으로 ‘나 자전거 타오!’ 하고 광고를 하고 다녀야 하나? (위 사진은 처음 산 펄 이주미의 사이클 반바지.) 자전거를 일삼아 타게 된 지금, 그런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있지만 거개는 납득하게 됐다. 일단 나부터 ‘빤쓰’처럼 다리에 밀착되는 사이클링 반바지를 입게 됐다. 재미 있는 것은 사이클링 반바지 자체가 ‘빤쓰’ 구실도 한다는 점이다. 속옷을 입지 않은 채로, 사이클링 반바지만 입는다는 말이다. 반바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