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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가뭄

자전거 수리가 더디다. 필요한 부품, 특히 앞 바퀴를 고정하는 포크를 교체해야 하는데 지난 주 화요일 쯤이면 되리라던 게, 그로부터 일주일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언제 되느냐고 물으면 어깨만 으쓱, 부품이 오면 오는 거지 자기들로서는 알 수 없다는 대답. 답답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임시변통으로 아내의 자전거를 타보기로 했다. 출근을 앞두고 연습차 동네 뒷산 - 시모어 보전 지역 (LSCR) - 으로 라이딩을 나갔다. 많은 상품이나 제품, 서비스가 그렇듯이, 자전거도 어느 수준까지는 값과 성능이 대체로 비례한다. 싸면 싼 이유가 있는 것이고, 비싸면 비싼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내의 얼라이트 (Alight) 자전거는 가벼운 라이딩이나 가까운 거리의 출퇴근 용이다. 여러모로 성에 안 찰 수밖에. 그래도 탈 만하다.



LSCR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간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트레일이 시각적으로 가장 그럴듯하게 펼쳐지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LSCR 출발 지점에서 12 km쯤 올라가면 시모어 댐이 나온다. 밴쿠버 지역의 주요 식수원 중 하나다. 오래 이어진 가뭄으로 댐의 수위가 표나게 줄었다. 지난 3주 동안 매주 여기에 올라왔다는 한 라이더는 올 때마다 눈에 띄게 줄어드는 수위가 여간 불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 동안 비가 예보되었지만 잔뜩 흐린 먹구름으로 헛기세만 등등할 뿐, 실제 비는 그리 많이 내리지 않았다. 비 많기로 유명한 밴쿠버가 가뭄이라니... 비야 좀 내려라!



울울창창한 숲의 풍경은 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저 푸르른 숲도, 불 한 번 나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할 수 있다. 그만큼 메마른 계절이다. 비가 필요하다, 비가. 



'Extreme'이라는 단어가 주는 절박감과 위기감은 적잖이 크고 강하다. 담배를 피워서도 안되고, 캠프 파이어는 더더욱 금물. 비 많은 가을까지는 아직 몇 달이나 더 남았는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