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알게 되고...
지난 수요일 (7월15일) 존 헨리 바이크 샵에서 새 자전거 서치 S1 (Search S1)을 픽업했다. 그 전날 구입하고도 흙받이와 짐받이, 물병을 꽂는 케이지, 미니 펌프 등 액세서리를 부착하느라 하루를 더 묵혀야 했다. 아내가 차를 몰고 와 내가 회사에서 바이크 샵까지 타고 온 아내의 자전거와, 새로 산 자전거를 차에 실어 집으로 돌아왔다.
새 자전거는 이런저런 액세서리까지 더하면 2천달러가 넘는다. 2백만 원이 넘는, 나로서는 고가다. 아직까지 바이크 샵의 행거에 걸려 손상된 부위를 대체할 부품을 기다리는 인디 2는 1백만 원이 안 되는 값에 구입했다 (흙받이, 짐받이, 킥 스탠드 등 포함). 그에 견주면 두 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내 분수에 맞지 않는 고급 자전거를 무리해서 구입한 셈이다. 게다가 새 자전거는 케이블의 배치상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킥 스탠드를 부착할 수가 없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안 하는 게 더 낫다는 뜻이다.
서치 1에 물경 2천 달러를 지르기까지, 언제 사게 될지 기약도 없으면서, 참 숱하게 많은 자전거들을, 참 징글맞을 정도로 자주 둘러보고 구경하며 군침을 삼켜 왔다.
가노, 고스트, 구루, 나이너, 노르코, 다이아몬드백, 데빈치, 도쿄 바이크, 랄리, 로키 마운틴 바이크, 리들리, 마지, 매린, 브로디, 비앙키, 비투스, 빌리어, 설리, 스캇, 스팟 브랜드, 스페셜라이즈드, 써벨로, MEC, 오베아, 자이언트, GT, 치넬리, 캐넌데일, 코나, 콜나고, 큐브, 트렉, 펠트, 피냐렐로… 그 덕택에 온갖 자전거 브랜드와도 제법 익숙해졌다.
자전거에 재미를 붙이고 나니, 출퇴근 수준에만 그치기에는 미흡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거기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 자전거로 장거리 여행 - 흔히 ‘투어링’ (touring)이라고 부르는 - 을 해보고 싶다는 꿈고 갖게 됐고, 자전거와 관련된 가이드 북이나 소설, 수필 따위에도 눈길을 주게 됐다. 노르코의 서치 S1은 그런 뻔질난 자전거 ‘눈팅’의 결과 만나게 된, 나의 ‘꿈의 자전거’였다.
몇 가지 변수들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와 관련된 잡지나 책을 읽어 배우면서, 또 어깨 너머로 자전거 테크니션들이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단편적인 설명을 들으면서, 내가 원하는 자전거는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몇 가지 기준을 잡았다.
프레임의 재질은 스틸일 것 - 카본, 알루미늄, 티타늄, 스틸 등이 대표적이다. 대나무로 된 것도 있지만 그건 논외다. 관심도 없고… 이 중 카본은 가볍고 튼튼해 엘리트 사이클리스트들이 애용하지만 가격 면에서 일단 언감생심이다. 크롬과 몰리브데늄을 합금해 ‘크로몰리’라고 부르는 스틸은 자전거의 원 재료이자, ‘steel is forever’라는 표현처럼 내구성에서 단연 최고다. 가늘고 둥글고 날씬하면서도 강성 재질이라는 점이 매력이다. 달걀형이나 심지어 각이 진 자전거 프레임은 별로다. 그냥 평범하게 둥근 파이프 형태라도 알루미늄 재질은 너무 뚱뚱하고 둔해 보인다 (인디 2의 경우). 스틸은 설령 사고를 당해 휘어지더라도 바로 펴면 그만이다. 알루미늄이나 카본은 그럴 수가 없다. 외양뿐 아니라 '원조'의 맛 때문에, 그리고 스틸 특유의 강점 때문에 크로몰리가 좋겠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핸들은 플랫이나 드랍바 모두 O.K. - 도시형이나 출퇴근용 자전거에 흔히 쓰이는 수평 바 (플랫바)와, 손잡이가 아래로 둥글게 내려간 드랍바 두 가지가 대표적인데, 후자의 형태를 써본 적이 없어서 어느 쪽이든 좋다는 쪽이지만, 다양한 자세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후자에 점수를 더 준다.
브레이크는 디스크 - 바퀴의 림(rim)을 죄는 전통적인 림 브레이크와 디스크 브레이크 중 단연 후자를 선호하지만 전자도 상관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디스크 브레이크에도 유압식과 기계식이 있는데 어느 쪽이든 괜찮다고 판단했다.
그룹셋 - 자전거의 엔진, 혹은 심장이라 할 만한 크랭크와 디레일류어, 기어 변속 장치, 브레이크, 변속기 (쉬프터) 등을 한데 묶어 흔히 ‘그룹셋’이라고 하는데, 일본 시마노가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미국의 스램 (SRAM), 이태리산 콤파뇰로 등이 있다. 나는 시마노의 소라나 티아그라, 105 정도가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자전거 전문지를 읽어보고는 105로 굳혔다. 그 중에서도 올해 나온, 2단 크랭크에 11단 기어를 갖춘 5800 모델을 찾기로 했다.
케이블 - 개인적으로는 좀 지나치다 싶게 이 케이블의 배치와 연결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인디 2를 타고 출퇴근을 해보니, 특히 비를 자주 맞고 먼지나 흙, 이물질 등이 많이 튀기 때문에 케이블이 밖으로 노출된 경우 손상 위험이 컸다. 자주 정비해야 하고, 케이블 장력 (텐션)도 더 자주 살펴야 했다. 그래서 케이블 전체를 피복으로 감싸, 먼지나 이물질, 빗물 등에 의해 오염되고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도록 배려한 자전거를 선호하게 됐다. 하지만 의외로 이런 자전거는 많지 않았다. 열에 일고여덟은 체인스테이 (체인 지지대) 아래부터는 케이블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내구성이 가장 좋아야 할 투어링 자전거들조차 그랬다. 마치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내가 비교해 본 자전거들 중에서는 자이언트의 리볼트와 노르코의 서치 정도만이 케이블을 피복으로 감싸놓았다. 하긴 케이블이 노출되어 있으면 교체하거나 정비하기는 더 편한 면도 있을 것이다.
체인스테이의 길이 - 체인 지지대의 길이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무 짧으면 안장을 지지하는 봉과 뒤바퀴의 간극이 너무 비좁아 흙받이조차 설치할 공간이 안 나온다. 도로 전용 바이크들 중에는 이런 게 많다. 제작될 때부터 아예 흙받이나 짐받이 따위는 설치하지 말라는 뜻. 무게를 줄여 속도를 높이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사이클로크로스(험한 지형 위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도저히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곳에서는 자전거를 메고 달리기도 하는 경주) 용 자전거의 경우 이 부분의 길이가 41.5-42.5 cm 정도다. 앞뒤로 짐을 잔뜩 싣고 긴 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고안된 투어링 자전거의 경우는 그보다 4, 5 cm 더 길어서 46 cm 안팎이다. 노르코 서치의 경우 이 길이는 43.5 cm. 조금 더 길었으면 싶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여겨지는 수준이다.
애프터 서비스, 수리의 편의성 - 자잘하게 손을 보거나 정비하거나 부품을 갈거나 고칠 일이 의외로 많은 게 자전거다. 특히 매일 25km 이상 자전거를 타는 경우에는 더욱 더 자전거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포장 도로를 탄다고 하지만 울퉁불퉁한 곳도 많고 과속 방지턱이나 도로가 손상되어 움푹 패인 곳도 많다. 자전거에도 만만찮은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전거 수리점이 언제든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게 나로서는 중요한 결정 요인 중 하나다. 나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전거 판매 수리점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편리한 곳은 노르코 자전거를 총판하는 존 헨리 바이크와, 리들리와 고스트, 그리고 자체 브랜드의 자전거를 파는 MEC다. 두 곳중 한 곳에서 자전거를 사면 그 다음이 편안하다.
노르코 서치 S1의 사양
첫 며칠간의 라이딩 인상
7월15일부터 타기 시작했으니 아직 일주일도 채 안 됐다. 드랍바 스타일의 핸들이 아직 어색하고, 타는 자세도 수평 바를 쓸 때와는 달라서 익숙해지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자전거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10점이고, 별 다섯 개 만점에 다섯이다. 비교하고 또 비교하고, 고르고 또 고르고 해서 어렵사리 선택한 보람을 절실히 느낀다.
새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면서 연상한 단어는 ‘inviting’이었다. 어서 더 페달을 밟으라고 부추기는 듯했다. 그만큼 페달을 통해 전달되는 동력의 효율성이 더없이 높다고 느껴졌다. 밟으면 그게 곧바로 바퀴에 전달되는 듯했다. 내 다리의 추진력이 중간에 허투루 소모되지 않고 고스란히 동력으로 전달되는 느낌, 앞으로 죽죽 나가는 속도감이 대단했다. 그러면서도 안정적이었고, 무엇보다 울퉁불퉁 비포장 도로나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 그 충격이 적절히 완충되는 느낌이었다.
105 기어 세트는 기어를 바꿀 때마다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인디 2를 탈 때나 아내의 얼라이트 3을 탈 때 느꼈던 둔탁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가볍고 날렵하고 빠르고, 그러면서도 높은 안정감을 주었다. 일요일 아침, 시모어 보전 지역의 트레일을 타면서, 새 자전거의 매력을 흠뻑 즐겼다 (위 사진).
출퇴근을 자전거로 바꾸면서 달리기의 부하를 어느 수준으로 설정해야 할지 많이 헤맸다. 지금도 헤매고 있다. 주 5일에서 4일로 바꿨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2주간 7회’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하루 건너씩 뛰는 빈도다. 월수금일화목토… 물론 일요일 (혹은 토요일)은 장거리이고, 뛰지 않는 토요일(혹은 일요일)에는 시모어 트레일로 자전거 라이딩을 하기로 했다. 어떻게 풀려나갈지는 두고 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