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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돌아오니 밴쿠버는 어느덧 가을!

알람을 꺼놓고 잤다. 눈을 뜨니 커튼이 부옇다. 어느새 날이 밝았다. 시계를 보니 막 8시가 지난 시각이다. 피로가 많이 가신 느낌이다. 역시 자연스럽게 눈이 떠질 때까지 자는 게 좋아! 아내와, '오늘 밤만' - 대체 이런 말을 얼마나 되풀이했는지! - 엄마 아빠랑 자겠다며 우리 방에 들어온 성준이는 아직 꿈나라다. 


부엌으로 가 커피를 내린다. 8시30분. 뛸까? 오늘도 쉬고 내일 뛸까? 그러면 이틀을 쉬게 되는 셈인데... 자전거 통근을 핑계로 하루 건너씩 달리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거고... 뛸까? 말까? 오늘 두 시간 넘게 장거리를 뛰고 오면 페더러의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를 놓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마음속에서 티격태격 하는 와중에 주섬주섬 옷 갈아 입고, 벨트용 미니 물병 두 개에 게토레이 한 병 채우고... 배도 고픈데... 



바깥 공기가 선선하다. 분명 여름 공기는 더 이상 아니다. 고작 3주를 비웠을 뿐인데 어느새 계절이 바뀌었구나! 20도 중반을 오가던 기온도 어느새 10도 중반li대로 떨어졌다. 아직 '춥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그래도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긴 팔 옷을 입어야 한다. 길 위에 떨어진 적단풍 (red maple)의 잎들이, 아직 파릇파릇한 풀들에 대비되어 더욱 붉게 느껴진다. 다른 나무들에 견주어 다소 일찍 빛깔을 바꾸고 잎을 떨구는 적단풍이지만, 가을이 왔음을, 혹은 적어도 가을이 오고 있음을 일깨우는 데는 손색이 없다.



집을 나설 때마다 어디로 뛸까 고민한다. 사소한 것 같지만 나로서는 꽤 심각한 골칫거리다. 1, 2 km를 뛰고 말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어디로 코스를 잡느냐에 따라, 그 코스 주변의 분위기를 내가 기꺼이 즐기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평소 출퇴근하는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를 건너갔다 올까, 다른 한 쪽의 자전거 도로도 엊그제 완공되어 일반에 개방됐던데...? 그럴 참으로 나왔다가 신호등이 너무 더디다. 금새 마음을 바꾼다. 노쓰밴과 웨스트밴을 연결하는 스피릿 트레일 (Spirit Trail) 을 따라갔다 와보자. 차도 양옆으로 넉넉하게 조성된 자전거 도로를 만난다. 문득 사람 하나가 걸어가기조차 벅찰 정도로 비좁았던 (때로는 아예 그런 공간조차 찾아볼 수 없었던) 한국의 숨막히면서도 무서웠던 차도가 떠오른다. 한국에서 차를 줄이는 일은, 과연 가능할까?



잎이 커서 이름도 그렇게 붙은 '빅 리프 메이플' 몇 장이, 3분의 1쯤 지워진 자전거 도로 표지 위에 떨어져 있다. 가을 햇볕이 따뜻하고 눈부시다.



새롭게 조성된 스피릿 트레일. 왼편 유리 담장 너머는 차도이고, 그 너머로 보이는 사일로 건물은 다국적 곡물회사인 카길의 시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