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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사소한, 그러나 사소하지 않은, 일상

카메라를 늘 휴대하면서 온갖 사진들을 찍는다. 거의 습관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모아두는 플리커에는 어느새 8만 장이 넘는 사진들이 쌓였다. 8천 장도 아니고 8만 장이다. 아니 그 숫자를 넘는다. 그걸 누가 다 보랴 싶지만 이게 나중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산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 사소하게만 여겨지지도 않는다. 



자전거 관리...라지만 대개는 체인과 드라이브트레인을 닦아주고, 기어 변속이 무리없이 잘 되도록 케이블의 장력 (tension)을 조절해 주고, 체인에 윤활유를 발라주는 정도다. 매일, 퇴근하자마자 한다. 당연한 일상의 습관으로 만들었다. 보통 10~15분 걸린다. 이게 나의 교통 수단이고, 어떤 면에서는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매일 하는 점검과 관리가 결코 사소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점심때 회사 주변을 걷는다. 햇볕이 따가워서 주로 그늘을 찾아다니며 걷는다. 위 사진의 대형 시계는 워터 스트리트의 관광 명물이다. 주기적으로 기차 소리를 내면서 증기를 뿜어댄다. 관광객들은 그게 신기하고 재미 있어서 사진을 찍고, 다음 '뿌뿌~!'를 기다리고... 내겐 사소해 보이지만, 밴쿠버를 찾아온 관광객들에게는 기억하고 싶은 이벤트 중 하나일 테다.



밴쿠버 컨벤션 센터 옆에는 여송연들을 삐뚤빼뚤하게 세워놓은 듯한 올림픽 성화대 (왼쪽)와, 폭스 스포츠 중계센터가 서 있다. 물론 폭스의 중계센터는 7월 초까지 이어지는 여자 월드컵 축구 대회 기간에만 운영되고 유지되는 가건물이다. 두달여 만에 뚝딱, 저 큰 건물을 세웠는데, 거기에 들어간 자재의 품질이 퍽 좋아 보여서, 저것들을 가져다 우리 헌 집을 헐고 새로 짓는 데 썼으면 좋겠다, 라고 허튼 상상도 했다. 내게는 한 달여 만에 부수고 말 저 건물이 참 아까운 돈 낭비로 보이지만, 아마도 폭스 스포츠 쪽으로 볼 때는 사소한 돈 몇 푼 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듯하다. 설령 사소하지 않더라도, 시청률을 제대로 끌어올리자면 당연히 이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지난 일요일에는 집 근처에 있는 식용 채소 전용 텃밭으로 노쓰밴쿠버 시가 운영하는 라우텟 (루텟?) 농원 (Loutet Farm)에 비를 받아 재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Rain barrel'을 얻으러 갔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시가 90달러짜리를 50달러에 팔았다). Rain barrel은 이름 그대로 그냥 평범한 통에 수도꼭지를 달 수 있는 구조. 그냥 버려지는 빗물을 모았다가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통이다. 성준이한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요즘은 가끔 사진사로 부려먹는데 제법 찍는다. 종종 유세를 부려서 좀 거슬리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