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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휴가 시작

옛 직장 후배이자 친구가 밴쿠버로 놀러 왔다. 한국과 캐나다 사이의 아득한 거리를 잘 알기 때문에 일삼아 찾아오기가 - 놀러온다는 핑계를 대더라도 -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다른 친구, 선배 들에게도 여러 번 캐나다로 놀러오시라는 말을 했었지만 정작 와준 사람은 거의 없다. 거기에 무슨 불만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찾아오기가 비용 면에서나 시간 면에서나, 또 체력 면에서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후배가 고맙고 반갑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후배는 금요일 오후에 왔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일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바닷가 (Seawall)를 잠깐 거닐었다. 한여름의 저녁 햇빛이 눈부셨다. 



토요일 아침, 노쓰밴의 론스데일 부둣가에 왔다. 보여주고 싶은 곳은 많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걷기 편한 데를 찾다 보니 늘 오는 곳을 오게 된다. 후배는 사람이 너무 없다, 어떻게 이렇게 한적할 수 있느냐고 신기해 했다. 금요일 저녁에 임시 카페와 바가 서는데, 그 때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불금의 밤을 보낸 사람들이 토요일에는 피곤해서 늦잠을 자는 게 아니겠느냐고 얘기해 줬다. 



밴쿠버 시가지를 배경으로. 자주 보는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멋지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날씨가 좋았다. 한국이 요즘 기록적인 가뭄으로 힘들다고 하던데, 이곳도 비가 예년보다 적게 내려 걱정이다. 하지만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BC주 북쪽 지역의 가뭄이 더 심해서 산불이 잦고 진화하기도 어렵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종종 들려온다.



형제를 한데 세워 사진을 찍었다. 성준이는 예의 익살맞은 표정으로 대응.



평소에도 자주 들르는, 노쓰밴 다운타운의 중식당 '가향루'에서 저녁을 먹고, 근처 노쓰밴 시청과 도서관 주변 광장을 산보했다. 시립 도서관에 진열된 '직원이 추천하는 책들' 코너. 이런 코너는 늘 나의 눈길과 관심을 끈다. 이런 책들 중 다만 몇 권이라도 꾸준히 읽으면 좋으련만...!



시청 앞 상징물 앞에서 장난질. 



노쓰밴의 중심가인 론스데일 거리 보도 위에 선 거인상 앞에서 놀기.



일요일 아침, 새벽 4시30분쯤 일어나 게리 베버 오픈 ATP 테니스 결승을 보았다. 페더러 대 안드레아스 세피. 페더러가 테니스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시연하면서 흥미진진한 경기를 펼친 끝에 무려 여덟 번째 우승! 경기가 끝나니 6시다. 곧장 집을 나와 달리기를 시작했다. 10시40분에 호스슈베이 (Horseshoe Bay)에서 떠나는 페리를 타자면 9시 전에 집을 나서야 하기 때문에 두 시간만 뛰기로 했다. 집에서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까지 갔다가 돌아가는 코스. 더도 덜도 아닌 딱 두 시간 만에 달리기를 그쳤다. 하프 마라톤보다 약간 긴 거리가 나왔다. 일요일부터 다음 주 수요일까지는 밴쿠버 섬에서 지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