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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자전거와 기저귀


자전거를 일삼아 타지 않던 시절, 사이클리스트들의 ‘야한’ 복장에 불만이 많았었다. 꼭 저렇게 몸에 짝 달라붙는 라이크라 옷을 입어야 하나? 꼭 ‘빤쓰’만 입은 것 같은 저 하의는 뭐냐? 또 상의 전체에 요란뻑쩍지근하게 장식된 글씨와 마크와 그림은 또 뭐냐? 꼭 저런 식으로 ‘나 자전거 타오!’ 하고 광고를 하고 다녀야 하나? (위 사진은 처음 산 펄 이주미의 사이클 반바지.)


자전거를 일삼아 타게 된 지금, 그런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있지만 거개는 납득하게 됐다. 일단 나부터 ‘빤쓰’처럼 다리에 밀착되는 사이클링 반바지를 입게 됐다. 재미 있는 것은 사이클링 반바지 자체가 ‘빤쓰’ 구실도 한다는 점이다. 속옷을 입지 않은 채로, 사이클링 반바지만 입는다는 말이다. 반바지 안에는 마치 기저귀처럼 생긴 쿠션이 들어가 있는데, 이걸 ‘샤무아’(Chamois)라고 부른다. 자전거 안장과 사타구니 사이의 완충제 구실을 하는 샤무아가 달린 반바지나 타이즈를 입을 때는, 그 사이에 팬티를 입지 말아야 한다. 땀을 흡수하고, 안장과의 반복되는 마찰로 사타구니와 음낭의 허물이 벗겨지거나 심지어 피가 날 수도 있는 사태를 예방해주는 샤무아의 역할 자체를 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화 정도가 아니라 팬티가 그런 마찰을 악화할 수도 있다.


다양한 형태의 사이클리스트용 기저귀, 아니 샤무아. 출처: 아웃도어 리서치


샤무아가 부착된 사이클링 반바지의 그런 역할과 기능을 알고서도  계속 망설였다. 괜히 민망한 생각까지 들었다 (아무튼 한국 교육이 내게 전수한 ‘남 눈치 보기’, ‘남은 나를 어떻게 볼까 신경 쓰기’의 병통은 이렇게 징글맞게도 나를 따라다닌다. 꿈깨라, 아무도 너한테 신경 안 써!). 그 전까지는 달리기 할 때 입던 타이즈와, 날이 더워지면서부터는 역시 달리기 할 때 입던 반바지를 걸쳤는데, 역시 불편했다. 마지못해 하나 구입했다. 입어 보니 꼭 기저귀를 찬 기분이다. 민망한 느낌도 떨치기 어렵고…


요즘은 점점 더 사이클링에 특화된 복장과 장비들에 너그러워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도 몸에 짝 달라붙는 사이클링 상의는 아직이다. 달릴 때 입는 티셔츠, 달리기 대회에서 얻은 티셔츠로 대신한다. 밖으로 내어입지만 않으면 상관없다는 생각 (밖으로 내어 입으면 자칫 어딘가에 걸릴 수가 있다. 자전거를 탈 때는 특히 ‘끈 처리’에 주의해야 한다, 신발 끈부터 좀 긴 티셔츠의 아랫자락까지. 



클립리스 페달에도 많이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정지하기 전에 발을 바깥으로 틀어 부착된 클립에서 분리해야 하는 것을 깜빡 잊어 여러 번 넘어졌다. 이제는 꽤 편안하다. 아직도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따로 시간을 낸다는 뜻이 아니라 계속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practising by doing" 하겠다는 뜻이다. 



참고할 만한 책과 자료도 부지런히 챙겨 보고 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유익한 자료는 'BikeSense Manual'이다 (같은 웹사이트에 있는 다른 자료도 퍽 유익하다. HUB는 '자전거로 통근하기' 캠페인을 주도하는 단체다.). BC의 도로 교통법상 자전거도 도로에서 차량과 동일한 권리 - 따라서 의무도 마찬가지 -를 갖는다는 게 핵심이다. 자전거를 타지만, 마음가짐과 규칙과 요령과 기술은 승용차를 운전할 때와 동일해야 한다는 것. 가장 먼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보도를 타는 것이다. 일반 도로가 좁을 경우, 차를 피해 보도로 올라가기보다는 도리어 도로의 중앙으로 자전거를 몰아 다른 차량이 위험할 정도로 가깝게 자전거 옆을 지나친다거나, 심지어 자전거를 보도 쪽으로 밀어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자료를 보고, 책을 읽으니, 내가 몰랐던 내용, 잘못 알고 있었던 내용이 무척이나 많다. 하나마나한 얘기지만, 배움에는 정말 끝이 없다.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개인적 선택의 문제지만, 적어도 본인의 안전과 생명에 관련되는 내용이라면 선택이 아닌 필수 과목으로 여기고 찬찬히 배워야 할 터이다. 지금 내게는 그 과목이 '자전거 바로 타기', '자전거를 안전하고 즐겁게 타기'이다. 


"Keep pedaling!" 혹은 "Keep riding!" ... 요즘 나의 만트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