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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계곡에서 헤매다 - 16K 트레일 레이스

일요일 아침, 16K 트레일 경주에 참가했다. MEC 레이스 시리즈 세 번째. 집 근처의 린 계곡 (Lynn Creek)을 오르내리는 코스여서 굳이 아침부터 가족을 끌고 나와야 할 필요가 없었다. 경주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2km 남짓밖에 되지 않아 갈 때는 몸 푸는 기분으로, 경주를 끝내고 돌아올 때는 마무리 운동을 하는 셈치고 부담없이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경주 자체는 매우 힘들었다. 혼자 막연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트레일 경주를 뛰기는 지난 4월의 10K 스쿼미시 레이스 이후 두 번째인데, 그 때 했던 '죽다 살아났다'라는 표현이 다시금 생생하게 실감나는 경주였다. 비탈은 뛸 엄두조차 내기 어려울 만큼 가파른 경우가 많아서 걸었는데, 걷는 것조차 벅차다는 생각이 종종 들만큼 경사가 급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 곳에서도 나는 듯이 - 내 눈에는 - 앞서 나가는 달림이들이 있었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래 나는 정말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보통 수준의 달림이일 뿐'이라고 새삼 실감했다. 누구보다 더 빨리 뛰어야 한다거나, 내 뒤에 오는 누군가에게 추월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부담은 가져서도 안 되고 가질 수도 없는, 온전히 나 혼자만의 레이스였지만 그렇다고 쉬엄쉬엄 걸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올라가고 내려가고 이리 돌고 저리 돌고, 뿌리가 거미줄처럼 바닥을 덮은 숲길이나 잘 닦인 트레일이나 계곡 사이를 연결한 다리나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비좁은 오솔길이나 판자를 산뜻하게 깎아 길을 낸 계곡의 트레일을 달리면서, 한 편으로는 힘들다고 헉헉대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이 근처 자주 뛰어서 길을 제법 안다고 자부했었는데 그게 말짱 엉터리였구나 깨달았다. 이런 데가 있었네, 어 이런 데도 있었구나!



내가 뛴 16K 레이스의 코스 지도, 그리고 해발 고도를 보여주는 그림. 트레일 레이스가 잘 포장된 도로를 달리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힘들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닫는다. 하지만 힘든 만큼, 도로 경주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기막힌 자연의 축복을 만끽할 수 있다는 선물이 있다. 16km를 달리는 데 1시간37분이 넘게 걸렸다. 하프 마라톤을 뛰었다면 2시간이 넘었을, 참으로 저조한 기록. 그래도 별로 불만은 없다. 불만은 무슨... 그저 '무사히 마쳤다'라는 안도감과 뿌듯함이 더 크다. 이 코스 중 몇 군데는 가족과 함께 하이킹을 가봐야겠다고도 생각한다.




한 편 토요일에는...



Attended yet another "Bike Maintenance" course at MEC, and this time it was about "drivetrain," a system that transmits power on bicycles, or it might be said as an "engine." It looked complicated at first, but surprisingly simple and straightforward as it turned out.


그리고 금요일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밴쿠버 컨벤션 센터 옆에 가건물이 들어섰다. 여자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Fox Sports가 중계센터로 짓는 건물이다. 한 달 남짓 뒤면 다시 허물어야 할 건물인데, 참 아깝다. 그 옆에 선 레고블록으로 조립한 듯한 고래는 밴쿠버 출신의 작가 겸 예술가인 더글러스 코플랜드의 작품인데, 언뜻 보면 모자이크 처리한, 그래서 '19금 고래'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건 음담패설의 대가로 꼽히는 옛 직장 선배의, 역시 당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보여준 지적이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