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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자전거 통근 주간


이번 주 (5월25일 - 31일)가 "Bike to Work Week", 자전거로 통근하자는 캠페인이 펼쳐지는 기간이다. 메트로 밴쿠버 지역의 시 정부, 자치 단체, 자전거 관련 비영리 단체들이 여럿 참여해 제법 큰 규모로 펼쳐지는 연례 행사다. 월요일인 어제는 오전에 잠깐 비가 내려서 그런가 다른 주와 별반 차이를 못 느꼈는데, 오늘은 자전거 통근자가 퍽 많아졌음을 여실히 느끼겠다. 


나는 작년 이맘때까지는 일회성으로 참여해서, 계속 자전거로 통근을 할 수 있을까 없을까 고민하고 걱정했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런 캠페인과는 무관하게, 꾸준히 자전거를 이용한다. 아직도 이따금씩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점점 더 자전거의 매력에 속절없이 빠져드는 중이다.



집과 직장 사이에서 늘 고민하게 되는 구간이 있다. 1 km 남짓한 파월 스트리트 구간이다. 좁은 편도 2차선에 자전거 도로가 따로 없고 교통량이 퍽 많은 구간이다. BC 주의 도로 교통법이 자전거와 자동차와 동일한 도로 이용권을 부여했다고 하지만 그 구간에서 도로를 타기는 그리 쉽지 않다. 일단 사고가 날까봐 두렵고, (한국 사람의 DNA에 유독 많다고 느껴지는) 다른 운전자들의 따가운 시선이 싫어서다. 그래서 자주 보도를 이용하는데, 이것은 엄밀히 말해 불법이다. 그 구간이 상습적으로 막히는 구간이어서, 도로보다 보도가 더 빠르다는 점도 유혹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건, 방금 말했다시피 불법이다. 게다가, 자전거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리고 객관적 통계에 따르면, 보도로 자전거를 타는 것이 도로를 이용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그냥 '더 위험하다'가 아니라 '훨씬 더 위험하다'이다. 도로보다 보도에서 일어나는 자전거 사고가 두 배 이상 높다면 '훨씬 더'라고 할 만하다. 보행자와 부딪힐 위험성은 말할 것도 없고, 주차장에서 나오는 차나 도로에서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 보도 쪽으로 커브를 트는 차와 부딪힐 위험성도 다분하다. 운전자의 심리상 도로 주변을 살피지 보도 쪽에 주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보행자는 느리지만 자전거는 빠르다는 점도 그런 사고에 한몫 한다.



달리기를 해가며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던 것처럼, 자전거를 타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 내가 상식이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은 상식이 아니라는 깨닫는 경우도 많다 (사실은 지나치게 많다. 나의 무지를 자꾸자꾸 실감한다). 


무엇이든 그저 표면적으로 보는 것과, 실제 그것을 만지고 연구하고 경험하는 것의 차이는 낮과 밤만큼이나 크고 깊다. 무엇이든, 설령 그게 아무리 사소하고 단순해 보이는 경우라도, 너무 쉽게 단정하고 판단할 일이 아니다. 세상의 수많은 것들, 일들, 사물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넓고 다양하고 매혹적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그런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