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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움직이는 속도가 더딜수록 길에 대한 느낌도 더 각별하고, 제각기 다른 길의 매력도 더욱 절실히 감지하게 되는 것 같다. 차로 달릴 때보다는 자전거로 달릴 때, 자전거를 탈 때보다는 뛸 때... 일요일인 오늘은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날인데, 지난 몇 주 동안 15-16 마일을 넘어선 적이 없다. 피로하고 버겁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아마 자전거 타기의 여파가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다. 오늘은 달리는 코스를, 여느 때보다 유독 더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왼쪽, 오른쪽, 유턴... 그렇게 만난 길들만 모아 봤다. 집에서 나와 린 계곡 트레일을 타고 내려와 - 그 사진은 그간 많이 찍어서 따로 담지 않았다 - 바다와 가까운 차도로 방향을 잡았다. 여기는 'Cotton Road'라는 데다. 최근 길을 정비해 자.. 더보기
사람이 많으면 피곤해! 정말 봄이다. 맑은 날이 이어지고, 낮 기온은 10도를 넘어선다. 햇살은 예전보다 더 눈부시고, 조금씩 더 따갑게 느껴진다. 게다가 이번 주말부터 일광 시간 절약제가 시작된다. 한국에서 큰 처형이 잠시 밴쿠버에 들르셨다. 방문의 주목적은 질환이 깊어진 부친을 뵙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실내에만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주말을 맞아 써리 남쪽에 있는 관광 타운 화이트 락 (White Rock)을 찾았다. 몇년 전, 아직 알버타 주에 살던 시절에, 역시 관광객 기분으로 들른 적이 있지만, 우리도 동네에 그리 낯익지는 않았다. 와본 지 오래됐다는 점은, 차를 너무 멀리 대놓고 바닷가 번화가까지 걸어가겠다는 계획에서 잘 드러났다. 'Buena Vista Avenue'라는 이름만 보고, 경치가 좋다는 .. 더보기
내가 사랑하는 길 오늘은 좀 늦게 뛰러 나갔다. 알람은 6시를 갓넘어 울었지만 끄고 더 잤다. 일요일인데 뭐 어떠랴... 여덟 시쯤 나섰다. 평소처럼 물 한 컵 마시고, 작은 물통 두 개에 게토레이 한 병을 나눠 넣고, 피넛 젤 하나를 먹었는데, 정말 환장하게 맛이 없었다. 달리기 중간쯤에 더 먹으려고 여분으로 하나를 주머니에 챙겼다. 보통 초콜렛 바를 두 개쯤 넣어가는데 하필 다 떨어져서, 레이스 때 먹고 남은 젤로 대신한 것이다. 본래는 토요일에 10K짜리 MEC 레이스를 뛰겠다고 금요일을 쉬었는데, 그만 500점짜리 두바이 오픈 테니스 결승을 보느라고 토요일의 레이스를 걸렀다. 레이스 시작은 아홉 시, 테니스 중계는 7시부터... 로저 페더러와 노박 조코비치, 당대의 '테니스 월드 넘버 원/투'가 붙는데 안 볼 도리.. 더보기
북세일, 환풍기, 그리고 대통령의 욕조 퍼스트 하프 마라톤을 뛰고 난 직후에 몸살에 배탈까지 나서 다소 고전했다. 그래서 금요일을 쉬었고, 그 덕택에 금토일 사흘을 내리 쉬는 또 한 번의 '롱 위크엔드'를 보냈다. 일요일인 오늘부터 역순으로, 사흘 간의 '놀멘놀멘'을 적는다. 2월22일, 일요일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혹은 최선을 다해 뛴 하프 마라톤의 후유증을 던다는 변명으로, 목요일과 금요일, 토요일까지 달리기를 쉬었다. 목요일까지는 자전거로 왕복 24 km 정도를 달렸으므로 운동을 아예 안한 것은 아니었고, 그래서 마음도 덜 불편했다. 하지만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의 퇴근길은 정말 힘들었다. 씨버스로 자전거를 싣고 건너가서 아내를 만나 차로 귀가할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참았다. 잘 참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금요일과 토요일을 아무 운동.. 더보기
'퍼스트 하프' 하프 마라톤 - 3년 만의 기록 경신 2015년 들어 처음으로 레이스에 참가했다. 퍼시픽 로드러너스 (Pacific Roadrunners)라는 유서 깊은 러닝 클럽에서 주최하는 하프 마라톤 대회인데 올해로 벌써 26회 째다. 인기가 좋아 서둘러 등록하지 않으면 참가를 못할 수도 있다. 아무려나, 다른 데서는 아직 한겨울일 2월에 레이스를 한다는 게 아직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 밴쿠버에 사는 혜택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더 좋았던 것은 오늘 대회에서 개인 기록을 세운 것. 2012년 밴쿠버 하프 마라톤 기록보다 2분 정도를 단축했다 (GPS 기록은 맨 아래). 토요일인 어제, 번호표를 받으러 밴쿠버 다운타운에 있는 스포츠용품점인 '포러너스'에 다녀왔다. 도로 곳곳이 무슨 행사로 차단 중이어서 교통 체증이 퍽 심했고, 번호표 하나 받으러 이렇.. 더보기
자전거 전용 도로 답사 + 장거리 달리기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로 들어서는 초입. 표지판이 방향을 잘 말해준다. 여기에서 1.5 km 쯤 가면 다리가 끝나고 스탠리 공원이 시작된다. 나가기 싫을 때가 있다. 아니, 많다. 오늘 아침처럼 밖에 비가 내릴 때는 더욱 나가기가 주저된다. 싫다. 그냥 하루 건너뛸까? 그런 생각이 든다. 특히 일요일 아침인 경우에는 더욱 더. 그럴 때 생각의 꼬리를 좇으면 안 된다. 생각이 길어질수록 이불을 걷어내고 나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게 더 길어지면 지는 게임이 된다. 해법은 ‘생각을 말자’이다. Just do it. 그냥 아무 생각 없이 - 이리저리 치밀어오르는 생각이나 나가지 않을 변명을 의도적으로 밀어내고 - 옷 갈아 입고, 나가야 한다. 타이트 입고, 재킷 걸치고, 게토레이 한 통을 두 개의 물통에 .. 더보기
무리하는 걸까? 지난 주에 이어 오늘(수)도 빅토리아 출장. 하지만 이번 것은 미처 예정에 없던 일이어서 교통편을 잡느라 애를 좀 먹었다. 갈 때는 수상 비행기로 쉽게 갔으나 오는 비행편이 만석이어서 국제공항을 이용해 웨스트젯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하루를 빅토리아에서 묵어야 하는데 그럴 마음은 없었고... 항공기는 이륙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착륙했다. 채 30분도 안 걸렸다. 하지만 활주로에 들어서고, 활주로에 내려 공항까지 닿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공항에서 스카이트레인으로 회사까지 와서 다시 자전거로 갈아타고 집까지 오니 어느덧 여섯 시 반. 낮이 길어졌다지만 아직은 겨울인지라 이미 사방이 깜깜했다. 그래도 집에 왔다는 안도감에 한없이 행복했다. 지난 몇 주간 매일 자전거로 통근을 했고, 점심 시간.. 더보기
So that each tomorrow finds me farther than today January - no raceFebruary 15 (Sun) - First Half-Marathon (Vancouver)March 22 (Sun) - Modo 8K Spring Run (Canada Running Series, Vancouver)April 11 (Sat) - April Fool's Half-Marathon at Sunshine Coast (Gibsons)May 3 (Sun) - BMO Vancouver Marathon (Vancouver)June 6 (Sat) - - Whistler Half-Marathon (Whistler); June 28 (Sun) ScotiaBank Half-Marathon (Vancouver)July - no raceAugust - no raceSeptember.. 더보기
7분 운동법 가능하면 더 짧은 시간에, 가능하면 더 효과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 스포츠의학 협회 (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에서 간행하는 '건강과 체력 저널' (Health & Fitness Journal) 5월호가 그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이 운동법은 모두 12가지 체조로 구성되는데, 유달리 값비싼 운동 기구나 장비, 혹은 특별한 장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신의 체중, 의자 하나, 그리고 몸을 기댈 만한 벽만 있으면 된다. 이 동작들을 완수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채 10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 단순하고 짧아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할 것 같지 않은 이 운동은 높은 .. 더보기
시애틀 마라톤을 포기하다 이번 일요일로 예정된 시애틀 마라톤을 뛰지 않기로 했다.아예 시애틀 여행 자체를 취소하기로 했다. 서둘러 토요일과 일요일 호텔 예약을 취소했다. 일요일 분은 따로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데, 토요일 분은 모르겠다. 금요일(오늘) 오후 6시 전에 취소해야 벌금이 없는데, 그보다 40분쯤 지난 시각에 취소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시애틀 마라톤에 등록해 놓고, 뛰는 날이 가까워 올수록 불안했고 부담스러웠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제외한다면 아마도 미국에서 가장 분주한 시기일 추수감사절이 낀 주말에 마라톤이 열린다는 사실을, 등록할 당시에는 미처 몰랐다. 알았을 수도 있지만 그게 내 주의를 크게 끌지 않았다. 그런데 날이 부득부득 다가올수록 엄청난 교통 체증과, 국경을 통과할 때 감내해야 할 지루하고 긴 기다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