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러닝|사이클링

자전거 전용 도로 답사 + 장거리 달리기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로 들어서는 초입. 표지판이 방향을 잘 말해준다. 여기에서 1.5 km 쯤 가면 다리가 끝나고 스탠리 공원이 시작된다.


나가기 싫을 때가 있다. 아니, 많다. 오늘 아침처럼 밖에 비가 내릴 때는 더욱 나가기가 주저된다. 싫다. 그냥 하루 건너뛸까? 그런 생각이 든다. 특히 일요일 아침인 경우에는 더욱 더.


그럴 때 생각의 꼬리를 좇으면 안 된다. 생각이 길어질수록 이불을 걷어내고 나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게 더 길어지면 지는 게임이 된다. 해법은 ‘생각을 말자’이다. Just do it. 그냥 아무 생각 없이 - 이리저리 치밀어오르는 생각이나 나가지 않을 변명을 의도적으로 밀어내고 - 옷 갈아 입고, 나가야 한다.


타이트 입고, 재킷 걸치고, 게토레이 한 통을 두 개의 물통에 나눠 넣고 ‘연료 허리띠’ (fuel belt)를 차고, 허리띠에 블랙베리 셀폰과 카메라, 초콜렛 바를 넣고, 방수가 되는 나이키 러닝화를 신고 문밖으로 나서니 오전 6시40분이다. 낮이 점점 더 길어진다고는 하지만 아직 밖은 어두웠다.



아칙 일곱 시도 채 안 된 일요일 아침. 트랜스 캐나다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집에서 나와 5분쯤 아래로 걸어내려가면 이 고속도로 위를 건너는 다리를 만난다.


오늘은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까지 연결되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간선 도로를 따라 다리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복잡한 교통 사정도 교통 사정이지만 자전거용 도로가 나타났다 지워졌다를 반복해서 안전하다는 느낌이 덜 들었다. 정신적 긴장도도 퍽 높았다. 혹시 교통이 덜 복잡한 뒷길로 이어진 자전거 도로는 더 낫지 않을까? 그 도로의 사정은 어떨까? 그런 의문을 오늘 달리기로 풀어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리고 도로 사정이 좋으면 세컨드 내로우즈 브리지를 건너는 코스 대신 그 길을 시도해 보자는 계산이었다. 


비는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았다. 부슬부슬 가랑비였다. 그나마도 밖으로 나선 지 한 시간쯤 지나서는 거의 그쳤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1번 도로를 따라 새로 조성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달렸다. 중간에 끊어지는 일 없이 잘 이어졌고, 길이 달라지거나 방향이 바뀌는 곳에는 표지판이 어디로 가라는 친절한 안내 문을 달고 있었다. 



새로 조성된 자전거 전용 도로를 따라 1번가를 타면 거대한 공장을 만난다. 세계 최대 곡물 회사인 카길의 캐나다 공장이다. 24시간 쉼없이 돌아가는 공장의 소음은 종종 불안하고 위압적이다.


중앙선을 중심으로 차도, 자전거 도로, 주차용 도로/공간 순서로 짜여 있어서, 자전거를 타기가 퍽 수월할 듯했다. 비탈도 거의 없었고, 위험한 급 커브나 급경사 구간도 눈에 띄지 않았다. 집에서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 초입까지는 약 10 km였다. 다리를 건너 회사까지 5-6 km를 더 가야 될 터이므로 총 16 km 안팎이 될 듯했다. 아마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를 통한 코스보다는 편도로 3 km 이상 더 길겠지만, 도로 바닥 [노면]의 상태가 훨씬 더 좋아 보였다. 



요즘 주로 이용하는 이스트 밴쿠버쪽 코스. 거리가 채 12 km가 안돼서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를 거치는 쪽보다 시간은 덜 걸리지만 노면 상태가 엉망이다.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를 건너는 일도, 보행자 통로가 하나밖에 없는 데다 비좁아 양방향 자전거 출근자가 서로 마주칠 때마다 퍽 불편하다.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를 이용하는 서쪽 코스. 거리가 3-4 km 더 길지만 노면 상태가 좋다. 하지만 과거에는 간선 도로인 머린 드라이브 (Marine Drive)를 이용했는데, 도로의 교통량이 많은 데다, 그 도로를 따라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다 없다 해서 위험하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많았다. 이번에 답사한 길은 머린 드라이브가 아니라 그 뒤로 난 부속 도로로, 교통량도 훨씬 더 적고, 자전거 전용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서 부담없이 활용할 수 있을 듯했다.


이스트 밴쿠버를 거쳐 회사로 가는 길은, 무엇보다 불규칙하고 누더기 같은 노면 때문에 자전거를 타기가 영 불편했다.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를 통하는 코스에 비해 거리가 짧고, 교통량이 적다는 이점 때문에 그 길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승차감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다. 한쪽 보행자 도로를 보수한답시고 막아놓는 바람에 - 벌써 1년도 훨씬 넘었다. 새로 도로를 놓아도 그렇게는 안 걸리겠다 - 한쪽 보행자 도로를 양방향 자전거 출퇴근자들이 함께 이용해야 한다는 점도 작지 않은 불편이다. 어느 한 쪽이 완전히 정지해서 한쪽 다리 난간으로 바짝 붙어야 다른 통행자가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통로가 좁기 때문이다. 


내일은 오늘 답사해 본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출근할 계획이다. 그래서 괜찮다면 그 쪽을 메인 코스로 바꾸는 방안도 고려해볼 생각. 


내일도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업데이트 (2월4일) - 그래서 다음날인 월요일, 이 코스로 출근해 봤다. 웬걸, 멀었다. 멀어도 너무 멀었다. 물론 동쪽 루트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얘기다. 10마일이 넘게 나왔다. 편도로 16 km라는 얘긴데, 동쪽 코스의 11 km 남짓과 견주면 5 km가 더 멀다. 도로가 반반해서 승차감은 좋을지 모르지만 15-20분 넘게 시간을 써가며 에둘러가야 할 만한 가치는 없다는 판단이다. 아래는 그 날 출근한 기록의 요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