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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2016년의 첫 레이스 - '퍼스트 하프' 하프마라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퍼스트 하프 하프마라톤' 레이스를 달렸다. 작년은 발렌타인 데이 다음날인 2월15일이었는데, 올해는 바로 그 날과 정확히 겹쳤다. '퍼시픽 로드러너스'라는 러닝클럽에서 주최하는 이 대회는 이름이 시사하듯이, 적어도 밴쿠버 지역에서는, 매년 첫 테이프를 끊는 하프마라톤 대회이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콘도 촌 중 하나인 예일타운의 '라운드하우스 커뮤니티 센터'에서 출발해 BC플레이스 스테이디엄 주위를 돈 뒤 스탠리 공원의 씨월(Seawall)을 일주해 돌아오는 코스이다 (아래 그림은 행사장의 TV 모니터를 찍은 것)



올해는 작년과 달리 썩 내키지 않았다. 어제부터 줄기차게 비가 내린 탓이다. 아침에도 비가 제법 기세좋게 내렸다. 자전거로 갔다 올까 하다가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에 차를 몰고 갔다. 커뮤니티 센터 근처에 주차하고 - 일찍 간 덕택에 주변은 아직 한산했다 - 번호표 받고, 길 건너 커피점에 가서 스콘(scone)과 블랙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때웠다. 비는 꾸준히 세상을 적시고 있었고... (아래 '어번 페어'라는 이름의 도심 식료품 체인 안에 커피점이 딸려 있다. 도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이유인지는 몰라도 교외의 대형 식료품점보다는 좀 비싼 편이라고 한다.)



라운드하우스 커뮤니티 센터. 건물이 퍽 소박하면서도 실용적이다. 비가 내려서 많은 부대 전시 시설은 안으로 들어갔다. 막 행사 준비가 시작될 무렵이라 한산해 보인다.  



실내로 들어온 여러 전시 홍보 시설 중 하나. 밴쿠버 마라톤 홍보 (왼쪽), 그리고 캐나다 러닝 시리즈를 구성하는 6월의 스코시아뱅크 하프 마라톤과 9월의 이스트사이드 10K 레이스의 포스터가 오른쪽이다. 나는 셋 모두 뛸 계획이다. 하프마라톤과 10K 레이스는 별로 부담스럽지 않은데, 밴쿠버 마라톤이 보스톤 마라톤과 불과 2주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서 적잖이 걱정스럽다. 밴쿠버 마라톤부터 등록한 다음에, 마음을 바꿔 보스톤 마라톤을 신청한 탓이다. 보스톤 마라톤을 뛰고 나서 몸의 컨디션을 보아가며 밴쿠버 마라톤을 뛸지 말지 결정할 생각이다. 



올해의 완주 메달에서는 빨간 하트가 단연 하이라이트다. 발렌타인 데이에 열린 행사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올해로 벌써 27회 째다.  



아내에게 발렌타인 데이 선물 겸 해서 - 본인은 별로 탐탁치 않아 할 수도 있겠지만 - 대회 주최측에서 주는 티셔츠를 여성용으로 신청했다. 아침에 번호표를 받을 때도, "너 티셔츠를 여성용으로 했던데 맞냐?"라고 새삼 확인을 했다. "맞다, 내가 입을 게 아니고 아내에게 줄 거다"라고 했더니 행사 진행 요원들이 "달리긴 네가 달리고 티셔츠는 네 아내가?" 하며 하하 웃었다. 다행히 아내에게 잘 맞는다. 집에 돌아와서 동준이한테 메달 걸리고, 아내에게 티셔츠 입혀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성준인 내가 놀리는 말을 던지는 바람에 저런 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