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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다시 달리기

일요일 아침, 채 일곱 시가 되기 전, 가볍게 뛴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사위는 어두웠지만 하늘의 별은 맑고 선명하기만 했다. 밤새 비가 살짝 내려 바닥은 축축했다. 


카나간 마라톤 이후 2주 만에 재개하는 달리기다. 지난 일요일에는 달리기 대신 30 km 남짓 자전거를 탔다. 몸무게의 몇 배나 되는 충격을 고스란히 다리에 싣는 부담은, 특히 마라톤을 뛴 뒤에는 적어도 2주 정도 삼가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었다. 그래서 마라톤을 뛴 뒤에는 늘 2주 정도를 쉬어 왔다. 점심 시간에도 뛰는 대신 부지런히 걸었다. 오랜만에 종종 걸음을 치듯 뛰어보니 더없이 상쾌한 기분이다. 



론스데일 부두 쪽으로 가려다, 일곱 시 10분이나 20분쯤이면 해가 뜨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출을 보겠다는 욕심에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전거로 출근할 때,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아침 풍경이 참 멋있다는 생각이었다. 자전거를 한참 타다가 중간에 서서 백팩을 열고 카메라를 꺼내는 일이 영 귀찮고 번거롭다는 생각에 그저 열심히 눈도장만 찍어 온 터였다.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늘 아름답지만 아직 해가 뜨기 전의 야경은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다. 동쪽 방향, 그러니까 밴쿠버에서 노쓰밴쿠버로 넘어올 때 타는 방향의 자전거 겸 보행자 도로를 탔다.



수리 중인지 건조 중인지, 제법 큰 화물선이 정박해 있다. 저런 배의 불빛은 늘, 저 안은 어떨까, 저 선실에서 며칠 생활해 보면 참 재미있겠다, 라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물 위로 비친 불빛이 마치 유채화를 보는 것처럼 운치 있었다.



바로 앞의 다리는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 (Bridge). 내가,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다리'라고 보르는 구조물은 사실은 '세컨드 내로우즈 크로싱' (Crossing)이다. 입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크로싱이라는 말보다는 브리지라고 부른다. 어쨌든 둘 다 브리지는 브리지니까. 둘 다 크로싱이라고 불러도 마찬가지겠다. 다리 건너 보이는 풍경 중 왼쪽은 노쓰 밴쿠버, 오른쪽은 버나비다. 두 도시를 가르는 물길이 '세컨드 내로우즈'인 거고. 



버나비 쪽 풍경이다. 건조 - 아니면 수리 - 되는 배는 노쓰밴쿠버 쪽에 있고, 버나비 언덕 아래 있는 공장은 미국의 거대 정유회사 셰브론 (Chevron)의 것이다.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해가 붉게 타오를 듯 타오를 듯 약만 올렸다. 어제 비를 뿌린 구름들은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채 하늘에 걸렸다. 저 정도로 구름들이 틈을 만들어주면, 해가 솟았을 때 '불타는 노을'이 연출될텐데... 그러나 끝내 노을의 장관은 볼 수 없었다.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해돋이를 본다고 세컨드 내로우즈 크로싱 위를 두 번 왕복했지만, 해는 저 수준 이상으로 찬란한 노을을 연출해 주지 않았다. 그래도 서서히 동터오는 동녘 하늘과, 그 하늘 아래로 펼쳐진 노쓰밴과 버나비의 공장 풍경은 충분히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