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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2015년의 마지막 주말은...

토론토 사시는 성우제 선배댁이 크리스마스 연휴를 이용해 밴쿠버를 찾아 오셨다. 말 그대로 '有朋自遠方來'다. 나와 성우제 선배는 <시사저널> 시절 인연을 맺었다. 1991년에 입사했으니 24년 째인 셈. 아내는 형수님을 친언니처럼 따르고, 형수님은 친동생처럼 아내를 예뻐해 주시고... 토론토와 밴쿠버의 거리는 비행기로도 다섯 시간을 날아야 하는 멀고 먼 거리. 그만큼, 여간만한 일이 아니면 찾아가 볼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그래서 더욱 고맙고...


지난해 이맘때와 달리 올해는 비행편이 두 시간 넘게 연착되는 바람에 양쪽이 다 애를 먹었다. 8시 도착 예정이던 비행편은 11시가 다 돼서야 밴쿠버에 닿았다. 항공 여행은 너무나 자주, 예상을 배반한다. 항공 여행의 가장 큰 이유가 속도인데, 비행 시간의 앞과 뒤에서 허비하게 되는 시간이 때로 너무 길다. 



도착 다음날인 26일 박싱데이에는 리치몬드에 있는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성우제 선배, 성준이와 함께 '스타워즈 7편 - 포스 깨어나다'를 봤다. 관람 시간이 10시인데 30분 전까지 극장 문도 열지 않은 상태였다. 겨우 들어가 보니, 이번엔 3D 관람관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며 또 10여 분을 밖에서 서성거렸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데도 극장은 만원이었다. 두 번째 보는 영화지만 여전히 재미졌고... 무엇보다 성준이와 난생 처음 함께 본 영화였다는 남다른 의미 때문에 오래 기억될 듯.



일요일 아침엔 달리기. 성우제 선배는 나보다 더 오랜 달리기 경력을 자랑하시는지라 큰 어려움 없이 하프 마라톤 거리를 채웠다. 세컨드 내로우즈 크로싱을 건너 이스트 밴쿠버를 잠시 달리다 되돌아 가서 헤이스팅스 공원의 엠파이어 필드의 트랙을 여러 바퀴 돌았다. 


눈이 예보된 상태였지만 실제로는 약한 비만 뿌렸다. 영상 2도. 축축한 공기 탓인지 영상인데도 꽤 서늘했다. 그래도 비의 기세가 만만해서 뛰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게다가 평소처럼 혼자가 아니어서 잡담을 나누며, 즐겁게 뛸 수 있었고...



일요일은 늘 그렇듯, 두 시간 남짓한 장거리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심신이 다 노곤하다. 하지만 편안한 노곤함이고 행복한 노곤함이다. 일요일 하루를 오롯이 선물로 받은 것 같은 안온함. 집에 돌아와 커피를 내리고, 아침을 먹고, 아내와 더불어 (요즘은) '복면가왕'을 시청한다. 개그콘서트와 웃찾사도 찾아서 몇몇 에피소드를 선별해 보며 낄낄 웃고... 오늘은 그런 즐거움이 두 배로 늘었다. 성선배와 형수님 덕택.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고, 아내와 형수는 밴쿠버 다운타운으로 맛사지 서비스를 받으로 나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