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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Glorious!


밴쿠버 컨퍼런스 센터 (흔히 'VCC"라고 부른다) 주위로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레고 블록으로 만든 것 같은 저 돌고래 - 혹은 범고래? - 는 소설가, 작가, 예술가로 유명한 더글러스 코플랜드의 작품이다. 이 사진은 지난 주 금요일, 밴쿠버 마라톤 엑스포에 번호표를 받으러 간 길에 찍었다.


"Glorious!"


날씨를 얘기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캐나다에서만 그런지 모르지만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면 What a glorious weather! How glorious this weekend was! 같은 식으로 'glorious'를 애용한다. 'Gorgeous'라는 단어도 자주 쓴다. 둘 다 다소 과장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특히 겨울이 길고 날씨가 대체로 혹독하다는 캐나다의 자연 환경을 고려한다면, 그런 호들갑스러운 표현에 너그러워질 법도 하다.


지난 한 주 동안 정말 '글로리어스'한 날씨가 이어진다. 지난 밴쿠버 마라톤 주말부터다. 이번 주말 날씨도 화창하리라는 예보. 한편 2년 전까지 살아서 아직도 가끔 날씨를 들여다보게 되는 에드먼튼에는 며칠 전 눈이 내렸다. 아직도 아침 기온은 영하다. 거기도 곧 기온이 다시 솟구치고, 짧지만, 아니 짧아서 더, '글로리어스'한 여름이 올 것이다. 밤이 깊을수록 낮은 더 눈부시고, 겨울이 춥고 혹독할수록 여름은 더 뜨겁고 아름답다. 그래서 캐나다의 여름은, 전세계 어느 곳의 여름보다, 여름 못지않게, 글로리어스 하고, 고저스 하다. 



밴쿠버가 (초)여름이 되었다는 메시지는 크루즈 배들로 온다. 알래스카, 남부 캘리포니아 연안, 카리브해, 멀리는 하와이까지 가는 여러 크루즈 배들이 자주 들어오고, 그렇게 정박할 때마다 숱하게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풀어놓는다.



캐나다 플레이스 근처 푸드 코트는 이제 안보다 밖이 더 붐빈다. 푸드 코트에서 음식을 사서 밖으로 나와 볕을 즐기며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꼭 원형극장에서 연극을 기다리는 관객 같아 보이기도 한다. 물론 비가 내릴 때면 텅 빈 광장일 뿐이지만...



그랜빌 광장에서 내다본 버라드 만. 돛단 배 모양의 캐나다 플레이스, 그 옆에 정박한 대형 크루즈.



바야흐로 관광객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밴쿠버 도심의 주요 볼거리들을 둘러보는 '트롤리' 차편 매표소.



아직 이른 아침, 커피를 마시러 나왔다. 점심 무렵이 되면 분주해지지만 아직까지는 한산한 워터 스트리트, 그리고 오른쪽은 트롤리 티켓을 사려고 모인 사람들.



여름은 자전거를 타기에 그만이다. 출퇴근 길 자전거 도로의 이용자도 부쩍 늘었다. 밴쿠버는 캐나다의 다른 도시들보다 자전거 도로가 잘 조성되고 관리되는 편이라 꼭 여름이 아니어도 적지 않은 사이클리스트들이 도처에 보이곤 하지만, 그래도 여름이라 더 붐비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