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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성준이의 수학여행 1

화요일 - 캠핑 전날

초딩 2학년인 성준이가 학교에서 주최하는 2박3일 캠프를 떠났다. 장소는 북쪽으로 1시간쯤 차를 달리면 나오는 스쿼미시 (Squamish). 생애 처음으로 부모 품을 떠나 따로 잠을 자게 된 것인데, 거의 매일 새벽 서너 시만 되면 제 방을 나와서 엄마 옆으로 쪼르르 달려와 잠을 청하곤 하는 습관을 잘 아는 터여서 걱정이 컸다. 과연 안 울고 혼자 잘 잘 수 있을까? 혹시 한밤중에 깨어 울지나 않을까? 부모의 그런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본인은 무척이나 흥분하고 기대에 들떠서, 엄마가 장만해 준 캠핑용 모자를 쓰고, 혼자 짐을 꾸린다며 부산을 떨었다. 물론 엄마가 다 다시 싸야 했지만... 



수요일 - 캠핑을 떠나는 날

수요일 아침, 공교롭게도 동준이의 스쿨버스가 늦게 오는 날이어서 아내는 집에 남고, 내가 성준이를 끌고 학교에 갔다. 성준이를 보내고 거기에서 곧바로 출근할 요량으로 자전거에 성준이의 백팩과 옷가방, 슬리핑 백을 얹고, 성준이는 맨몸으로 걸렸다. 물론 그래도 본인은 학교까지 가는 언덕이 너무 힘들다며 투정을 부렸지만….


다른 부모들도 아이들 짐을 들고 학교에 왔다. 우리처럼, 정작 아이들은 신이 나서 들뜬 표정인 데 반해 부모 - 특히 엄마 - 들은 아이가 2박3일을 잘 견디고 올까 걱정 가득한 표정이었다. 성준이와 비교적 친하게 지내는 일본 아이 아키라의 엄마는 자기가 노쓰 쇼어에서 학교를 다닐 때도 2학년인가 3학년 때 2박3일 수학 여행을 갔고, 두 학년 위인 아키라의 누나도 2년 전에 다녀왔다며, 일단 가보면 정말 재미있고 추억도 많이 남는다고 귀띔해 주었다. 


코치 버스가 왔고, 큼지막한 이름표를 목걸이처럼 건 아이들이 줄을 지어 버스에 올랐다. 나를 본 성준이가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카메라가 하필이면 그 때 말썽을 부려서 - 배터리 방전! - 사진 한 장 제대로 못 찍었다. 정작 꼭 필요할 때만…!


수요일 오후

퇴근해 집에 오니 적막강산이다. 유독 집안이 조용하고 심심한 느낌. 동준이가 달려와 반갑다며 키스를 했다. 이젠 성준이가 아빠 허리를 꽉 안고, 숨 막혀 고통스러운 척하는 아빠를 보며 낄낄거려야 하는데... 


그 쬐끄만 녀석 하나 자리를 비웠다고 이렇게 집안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질 수가 있나! 특히 아내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그렇지 않은 척, 조용히 부엌에서 칼질을 하고 있는데, 속으로는 성준이가 잘하고 있을까 궁금해 하고 근심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심상한 척하려 애쓰는데 잘 안 되는 그런 표정. “보고 싶지?” “궁금하지?” 짖궂게 물으니 아내는 고개를 끄덕인다. 혹시 동준이도 제 동생이 집에 없는 것을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