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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꿈, 그리고 다시 밴쿠버 오늘 아침 달림 길에서 만난 거미줄. 그 위에 맺힌 이슬. 사는 일은 이처럼 팍팍하다. 혹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다. 밴쿠버냐 에드먼튼이냐,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눈을 뜨니 새벽 4시다. 악몽...까지는 아니지만 찜찜한 꿈을 꾸었다. 심난한 꿈 때문에 깬 것인지, 오줌이 마려워 깬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잠이 들지 않았다. 꿈은 군대, 그 중에서도 소위로 임관해 훈련받던 시절의 것이었다. 내가 소속된 중대를 찾지 못해 헤매는데, 이미 부대는 각 중대별로 나뉘어 훈련지로 이동하고 있었다. 화장실을 들어갔는데 - 그것도 뜬금없는 예술의전당 화장실 - 세면대마다 구멍이 막혀 오물이 가득차 있어서 손을 씻을 수도 없었다. 문도 온통 오물 투성이어서 밀고 나오기가 여간 끔찍하지 않았다. 내 소총과 철모, 군.. 더보기
가깝고도 먼 밴쿠버 여름의 짙은 녹음을 보여주는 노쓰사스카체완 강변과 그 너머 알버타 대학 캠퍼스. 못가겠노라 응답 준 게 지난 금요일이었는데, 며칠 지난 지금도 마음 한 구석은 헛헛하다. 아직도 혼자 가만히 앉아 있노라면, 그냥 갈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날아간 화살인 것을... 지난 달, 밴쿠버에 있는 한 공기업의 프라이버시 매니저 자리에 지원했다. 노트북 영상과 병행한 전화 인터뷰를 거쳤고, 곧바로 신원 조회와 추천인 세 명의 이름과 연락처를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인터뷰를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나로서는 다소 의외였지만 마달 이유는 없었다. 처음 제공한 추천인들 중 두 명이 공교롭게 휴가를 떠나는 바람에 다른 추천인을 구하느라 .. 더보기
밴쿠버 가는 길 5월5일(일) 열리는 밴쿠버 마라톤에 참가하려 5월2일(목), 긴 장정에 올랐다. 새알밭에서 밴쿠버, 좀더 정확하게는 처가가 있는 써리(Surrey)까지의 거리는 1,250 km. 하지만 로키 산맥을 넘어야 하다 보니 길이 여간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도로 곳곳이 공사중이거나 중앙선을 새로 페인트 칠하느라 원활한 진행을 막는 경우가 많았다. 금요일과 다음 주 월요일 이틀을 휴가내고, 목요일 오후 3시30분, 회사 근처 도서관 건물 곁에서 가족을 만나 곧바로 캘거리 남행을 시작했다. 오늘 목적지는 400 km쯤 떨어진 밴프. 하루에 몰아서 가기에는 너무 멀다는 생각에 그 쯤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그리곤 다음날(금), 다시 도로로 나서, 800 km 넘는 여정을 거쳐 써리에 닿았다. 달려도 달려도.. 더보기
포틀랜드 탈출...드디어 집에 오다 드디어 비행기를 타는 곳으로 들어왔다. 새벽 네시 40분에 일어나 호텔의 셔틀버스를 타고 허둥지둥 포틀랜드 공항으로 '다시' 돌아왔다. 표 받는 데만 한 시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전산망에 우리 이름이 없다고 해서 또 한바탕 심장마비에 가까운 충격을 받을 뻔했다가 에어 캐나다에 전화를 걸더니 이름이 있다며 다시 반전. 미국 들어갈 때는 검문이 삼엄하기 그지 없더니, 막상 미국을 나오기는 너무나 쉬웠다. 과연 한 시간 안에 6시55분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 점만은 안심이었다. 성준이의 표정과 자세에서 피로감이 드러난다. 에고 힘들다 힘들어. 포틀랜드를 나가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커피 피플이라는 카페에서 물이며 음료수, 커피, 빵 등을 잔뜩 샀다. 알래스카 항공에서 준 식사 쿠폰 한 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