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얘기

포틀랜드 탈출...드디어 집에 오다

드디어 비행기를 타는 곳으로 들어왔다. 새벽 네시 40분에 일어나 호텔의 셔틀버스를 타고 허둥지둥 포틀랜드 공항으로 '다시' 돌아왔다. 표 받는 데만 한 시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전산망에 우리 이름이 없다고 해서 또 한바탕 심장마비에 가까운 충격을 받을 뻔했다가 에어 캐나다에 전화를 걸더니 이름이 있다며 다시 반전. 미국 들어갈 때는 검문이 삼엄하기 그지 없더니, 막상 미국을 나오기는 너무나 쉬웠다. 과연 한 시간 안에 6시55분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 점만은 안심이었다. 성준이의 표정과 자세에서 피로감이 드러난다. 에고 힘들다 힘들어. 포틀랜드를 나가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커피 피플이라는 카페에서 물이며 음료수, 커피, 빵 등을 잔뜩 샀다. 알래스카 항공에서 준 식사 쿠폰 한 장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믿는 구석도 있었다. 아침이 얼마나 하랴... 1인당 8달러에 총 4명 해서 32달러가 한끼 식사분이었는데 두 장은 어제 저녁 식사비로 살뜰히 썼고, 나머지 한 장을 오늘 냈다. 점원 아가씨가 조금 느려서 이게 뭐냐, 왜 32달러가 아니라 8X4라고 돼 있느냐 (8달러는 1인당 정액이어서 인쇄된 것이고, 거기에 우리는 4명이니까 그런거다, 라고 설명해도 고개만 갸우뚱...), 8달러짜리 아니냐, 시간을 끌었다. 그러다 다른 고참 점원이 들어와서 아, 나 이런 쿠폰 본 적 있다, 32달러 맞다고 한 다음에야 실랑이가 끝났다. 


포틀랜드 공항의 주차 타워. 비행기를 타러 걸어가는 길에서 본 모습이다. 아직 어둑한 새벽이다. 


아까 옥신각신했던 커피 피플의 커피. 그래도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No back talk라고 할 만했다. 포틀랜드가 또 커피로 유명한 동네 아닌가.


밴쿠버 공항에 내렸다. 짐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다. 아침이라 그런가 공항이 휑뎅그레 했다.


에드먼튼행 비행기를 찾아가는 길. 줄은 더없이 한산했다. 에드먼튼 가는 비행편이 여의치 않아 알래스카 항공에서 탑승권을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해 줬다. 번호는 2번 두 자리와 3번 두자리. 좌석 등급에 따른 차별이 도드라지기로 비행기 여행만한 게 없는데 과연 그랬다. 일단 화물에 'Priority'라는 딱지가 붙었고,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휴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에어 캐나다의 휴게실은 '메이플 리프 라운지'라고 불렀는데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가벼운 식사거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거기에서 내려마신 밴 후트 커피. 마시고 싶은 종류를 고르면 자동으로 내려줬다. 역시 신선하고 맛있었다. 뜻하지 않은 온갖 고초를 겪었지만 그래도 오는 길은 편안하기 그지 없었다. 널찍한 좌석에서 편안하게 돌아왔다. 성준인 오는 동안 제가 좋아하는 위글스(The Wiggles)를 실컷 감상할 수 있었고... 힘들고 피곤했지만 즐겁고 유쾌한 일도 많았던, 쉬 잊지 못할 여행이었다. 다음에는 차로, 포틀랜드를 포함한 서부 해안 일대를 길게 돌아볼 참이다.


또 하나의 소득, 아니 손실 -이라지만 좋은 일-은 성준이의 유치 두 개다. 어제 공항에서 지루하고 곤고하게 알래스카 항공의 전산망이 정상으로 복구되기를 기다리는 와중에, 다른 한 이가 결국 빠졌다. 성준이의 표정에 자랑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제 더 건강하고 튼튼한 새 이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어쨌든 집에 도착하니 온 심신의 긴장이 탁 풀리는 듯한 느낌이다. 우리집 화장실 벽에 걸려 있는 이 문구가 새삼 공감된다. Though we may roam, the tender bonds with those we love still pulls our hearts toward home. 요점은 '집이 쵝오!'라는 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