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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Bike to Work Week"를 마치다

자전거로 오가는 직장과 집 사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간은 동쪽 4번가(4th St. E)이다. 자전거 전용 도로다. 물론 차도 다니지만 소통이 뜸하고 조용하다. 이 길에만 들어서면 '아 집에 다 왔다'라는 안도감이 든다.


목요일. 자전거 통근 나흘째다. 비가 내렸다. 사방이 축축했다. 길이 미끄러웠다. 넘어질까봐 조심했다. 내리막에서는 미리 브레이크를 밟았다. 오르막에서는 가급적 오른쪽으로 붙어서 갔다. 더 빠른 사이클리스트들이 추월하기 쉽도록. 아니, 그보다는 다른 사이클리스트와 부딪히는 사고를 피하려고. 


나흘째. 아직도 두 마음이다. 자전거 통근을 계속해 볼까? 다시 버스로 돌아갈까? 무지 피곤하다. 어제 특히. 오전 15km 자전거 출근, 점심 10km 달리기, 오후 다시 15km 퇴근. 자전거 탈 때 쓰는 근육과 달릴 때 쓰는 근육이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다리를 많이 쓰는 건 마찬가지. 


자전거 구간이 평지라면 좋았겠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바람일 뿐. 적응하든가 포기하든가 둘 중 하나다. 


오후 퇴근길, 등에 맨 배낭이 다 빨랫감이었다. 그것도 이미 다 젖은 빨랫감. 회사에는 신발 두 켤레가 폭삭 젖은 채, 꼬깃꼬깃 뭉친 신문지들을 안에 넣고 있다. 운동화를 말리는 방법. 그리고 지금 신은 신발은 출발하면서 곧 젖었다. 달리면서 맞는 비는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날아온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달릴 때도 비가 화살처럼 날아와 얼굴과 몸에 닿았다. 그래도 막상 맞아보면 괜찮다. 때로는, 아니 자주,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축축하게 젖은 목요일이 갔다. 다음 주에도, 그 다음에도 계속 자전거를 탈까? ...



금요일. 사무실 집기를 교체하는 관계로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퇴근했다. 어제 비가 왔다는 게 거짓말처럼 여겨질 정도로 날씨가 화창했다 (위 사진. 사무실에서 내다본 풍경이다. 바다로 밴쿠버와 노쓰밴쿠버를 오가는 대중 교통 수단인 '씨버스'(Seabus)가 막 출발했다). 비 내릴 때와 맑을 때,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 그보다 더 다를 수가 없다. 게다가 오늘은 금요일이 아닌가!


일주일 간의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캠페인도 오늘이 끝이다. 주최측에 따르면 작년보다 참가자가 2,000명이나 더 늘었다고 한다. 아마 나도 그 중 하나에 들겠지. 캠페인에 참가하면서 내 직장 동료들이 꾸린 '팀'에도 이름을 넣었다. 밴쿠버 시청이나 UBC (University of BC) 같은 대규모 고용업체는 10개, 20개씩 자전거 출퇴근 팀을 자랑했지만 내가 몸 담은 FNHA에는 딱 하나, 그것도 달랑 6명뿐이다. 그게 뭐 중요하거나 무슨 특별한 의미를 띠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다음 주는 6월의 시작이기도 하다. 6월치 버스 정기권을 끊어야 하는데 끊지 않았다. 6월 한 달, 또 시도해 보려 한다.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이번 한 주 동안 자전거로 오간 거리와 칼로리 소모량. 자전거로 다닌 덕택에 33kg의 온실기체를 절약했다는 표시가 내게는 더 뜻깊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