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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노쓰밴의 가을

일요일 아침, 빅토리아 마라톤 이후 2주 만에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회사 동료인 존과 함께 달리기 위해 그의 집까지는 자전거로 간 뒤 (왕복 15km 정도), 10km 남짓을 뛰다 걷다 했다. 노쓰밴쿠버는 어느덧 깊은 가을이었다. 그러고 보니, 한 주만 더 지나면 11월이고, 일광시간절약제도 끝난다. 벌써 한 해가 이울었구나!



점심 때는 자전거 용품을 사러 스포츠용품점 MEC에 들렀다가, 린 계곡 (Lynn Creek) 트레일을 따라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풍성한 가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침 브리지만 공원 표지판에 트레일의 주요 단풍나무들인 Vine maple 잎과 Bigleaf Maple 잎이 간밤의 비바람 결에 붙어 제법 운치를 냈다.



Big Leaf Maple은 이름 그대로 잎이 엄청 크다. 여느 단풍나무 잎보다 서너 배는 더 크다. 크다 보니 나뭇가지들에 자주 걸려서 이런 풍경을 연출한다.



Big Leaf Maple. 같은 나무에 난 단풍잎들조차 저마다 다른 속도로 물들거나 떨어진다.



덩굴단풍쯤으로 번역할 수 있는 Vine maple 잎들이 아직 초록빛이다. 집 근처에 주로 자라는 단풍나무들은 덩굴단풍, 큰잎 단풍, 그리고 적단풍이다.



어젯밤에도 꽤 많은 비가 내렸다. 2주 가까이, 그것도 주로 밤 시간대에 비가 내렸고, 때때로 세찬 바람도 불었다. 그 때문인지 잎들이 많이 졌고, 이렇게 나뭇가지마다 단풍잎들이 걸렸다. 사진 속의 단풍은 큰잎 단풍이다. 비가 많은 지역이어서 나무들에 이끼가 푸짐하다.



스포츠용품점인 MEC에서 집까지는 2km쯤 된다. 땀 많은 동준이는 뛰다 걷다 하는 가운데 어느새 땀범벅이 됐다. 좀더 자주 걸려야 하는데 마음만 앞선다.



린 계곡 초입의 덩굴단풍. 집에서 불과 몇 분 만에 이런 숲속으로 진입해 계절의 변화를 맛볼 수 있다는 게 더없이 큰 행운이자 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집 뒷뜰에 선 나무도 Big Leaf Maple이다. 여름에 좋은 그늘을 지우며 서늘한 공기를 제공하는 대신 가을에는 엄청난 양의 낙엽을 지워 적잖은 일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 MEC에서 구입한 세척제와 오일로 흙과 먼지에 찌든 자전거를 청소했다. 이렇게 주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