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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하는 아빠가 성공하는 딸 만든다"를 찾아서 오늘, 참 우연하게 한국 언론의 '까이꺼 대충...'주의를 새삼 확인하고 퍽이나 씁쓸했다. 말로만 팩트 팩트 외칠 뿐 실제로는 적지 않은 기자들이 팩트를 확인하는 데 너무 게으르다는 한 증거를 보고 만 탓이다 (기자들이 왜 '사실'이라고 안 하고 굳이 '팩트'라고 말하는지도 나는 자주 궁금하다. '지식인'이라고 해도 되는데 굳이 '인털렉추얼'이라고 고집하던 한 언론인도 문득 떠오르는 순간). 오늘 본 기사는 이거다. "설거지하는 아빠가 성공하는 딸 만든다"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2014년 5월30일치 기사. 좋아하는 한 후배의 비디오 포스팅을 보고 찾아본 기사다. 먼저 이 문장. "29일(현지시간) 미국 '심리과학' 학회지 최신호에 실린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연구 논문을 보면 어머니가 양성 평등 의식을 어.. 더보기
사슴과 공작 래스트레버 해변 주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과 트레일. 며칠 캠핑하기에 그만일 듯한 곳. 나흘 간의 밴쿠버 섬 휴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을 꼽으라면 단연 '사슴'이 되겠다. 캐나다야 워낙 자연 자원이 풍부하고 숲이 지천이다 보니 온갖 야생동물로 넘쳐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공원에서, 특히 가정집 뒤뜰에서 동물을 만나기는, 너구리나 스컹크, 다람쥐 정도를 예외로 친다면, 쉽지 않다. 그런데 이번 여행 동안에는 유독 사슴을 자주 마주쳤다. 사슴도 사람들에 익숙한지, 아주 근접하지 않는 한 도망가지 않고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래스트레버 해변 주립공원 화요일 아침, 파크스빌의 래스트레버 해변 주립공원 (Rathtrevor Beach Provincial Park)을 뛰다가 만난 사슴. 사람으로 치면.. 더보기
밴쿠버 섬 휴가 (2) 부차트 가든, 그리고 빅토리아 6월23일(화) - 부차트 가든화요일 아침, 파크스빌을 나와 빅토리아에서 멀지 않은 '브렌트우드 베이'라는 동네로 갔다. 토론토에 관광을 가면 나이아가라 폭포를 빼놓을 수 없듯이, 밴쿠버 섬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 혹은 그런 것처럼 여겨지는 - 곳이 있다. 바로 부차트 가든 (Butchart Garden)이다. 로버트 핌 부차트와 그의 아내 제니 부차트가 1900년대 초, 본래 석회암 광산이던 곳을 개조한 부차트 가든은 문을 열자마자 높은 인기를 누렸고, 지금은 매년 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밴쿠버 섬 최고의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 역사적 중요성 때문에 국립 사적지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후배도 "밴쿠버 섬에 오면 꼭 가봐야 되는 데가 있다던데...무슨 가든이라고 하던데요?" 하며 부차.. 더보기
밴쿠버 섬 휴가 (1) 파크스빌과 퀄리컴 비치 6월21일(일) - 밴쿠버 섬으로...아침은 배가 떠나는 웨스트 밴쿠버의 호스슈베이에서 먹기로 하고 8시30분쯤 집을 나섰다. 타기로 마음 먹은 배편은 10시40분 출발. 그러나 시간이 생각처럼 여유롭지 못해서 음식을 카페에서 먹어야 할지, 픽업해 차 안에서 먹어야 할지 참 애매했다. 결국 전자를 택했는데, 시간이 하도 빠듯해 심리적으로 쫓기며 먹다 보니 음식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10달러 가까이 하는 아침 식사의 품질은 또 왜 그 모양인지... 다시는 가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것으로 치밀어 오르는 화를 달랬다. 관광지의 '바가지 상혼'은 만국 공통인 듯. 나나이모로 가는 BC페리 위에서. 배 뒤로 바닷물이 하얀 포말을 만들며 배를 따라온다. 아래는 구글 지도로 찍은 여행 .. 더보기
휴가 시작 옛 직장 후배이자 친구가 밴쿠버로 놀러 왔다. 한국과 캐나다 사이의 아득한 거리를 잘 알기 때문에 일삼아 찾아오기가 - 놀러온다는 핑계를 대더라도 -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다른 친구, 선배 들에게도 여러 번 캐나다로 놀러오시라는 말을 했었지만 정작 와준 사람은 거의 없다. 거기에 무슨 불만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찾아오기가 비용 면에서나 시간 면에서나, 또 체력 면에서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후배가 고맙고 반갑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후배는 금요일 오후에 왔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일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바닷가 (Seawall)를 잠깐 거닐었다. 한여름의 저녁 햇빛이 눈부셨다. 토요일 아침, 노쓰밴의 론스데일 부둣가에 왔다. 보여주고 싶은 곳은 많지만 시간이 부족하.. 더보기
사소한, 그러나 사소하지 않은, 일상 카메라를 늘 휴대하면서 온갖 사진들을 찍는다. 거의 습관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모아두는 플리커에는 어느새 8만 장이 넘는 사진들이 쌓였다. 8천 장도 아니고 8만 장이다. 아니 그 숫자를 넘는다. 그걸 누가 다 보랴 싶지만 이게 나중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산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 사소하게만 여겨지지도 않는다. 자전거 관리...라지만 대개는 체인과 드라이브트레인을 닦아주고, 기어 변속이 무리없이 잘 되도록 케이블의 장력 (tension)을 조절해 주고, 체인에 윤활유를 발라주는 정도다. 매일, 퇴근하자마자 한다. 당연한 일상의 습관으로 만들었다. 보통 10~15분 걸린다. 이게 나의 교통 수단이고, 어떤 면에서는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매일 하는 점검.. 더보기
성준이 생일, 그리고 말러 분주하게 보내면 심지어 주말조차 제법 길다고 느껴진다. 이번 주말이 그렇다. 다른 주말에 견주어 일이 많았다. 금요일 (6월12일)은 성준이의 여덟 번째 생일이었다. 실상은 birth'day'가 아니라 birth'week', 심지어 birth'month'처럼 여겨진 6월의 둘째 주였고, (5월 중순부터 지속된) 한 달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흐름에서 가속도를 느낀다는데, 어린 시절에는 그 반대의 인상을 같는 것 같다. 감속도, 혹은 아예 시간이 멈추어 있는 듯한 답답함. 왜 이렇게 시간은 더디게 흐를까? 조촐하게 촛불 끄고 케이크 자르는 '예식'을... 성준이 옆에 놓인 레고 '아이언맨'은 생일선물. '헐크 버스터 스매쉬'를 사달라고 노래를 부른 게 벌써 여러 달 전이었다. 나는 자주 그 이름을 헷.. 더보기
몸의 소리 지난 주말 (6월6일)에 뛴 휘슬러 하프 마라톤의 한 장면. 트레일이 퍽 아름다웠지만 비탈을 오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진 출처는 Rob Shaer Photo. 어제는 정말 긴 잠을 잤다. 일곱 시를 갓 넘은 시점부터 졸리기 시작해서, 미야자키 하야오와 그의 지블리 스튜디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넷플릭스로 보다가 절반도 넘기지 못하고 TV를 껐다. 그리곤 이 닦고 잠자리로 직행했다. 중간에 잠깐씩 잠이 깨기는 했지만 오늘 아침 6시 반이 가깝도록 자고 또 잤다. 꿈도 꿨는데 - 늘 꾸겠지만 꿈의 기억은, 대개는 눈 뜨면 즉각 휘발해 버리지 않는가 - 그 중 하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아마 우스워서 그렇겠지. 언덕에 놓은 자전거 헬멧이 바람에 떠밀려 길고 아득한 언덕 아래로 떼구르르 굴러 달아나는데, 마치.. 더보기
자전거와 기저귀 자전거를 일삼아 타지 않던 시절, 사이클리스트들의 ‘야한’ 복장에 불만이 많았었다. 꼭 저렇게 몸에 짝 달라붙는 라이크라 옷을 입어야 하나? 꼭 ‘빤쓰’만 입은 것 같은 저 하의는 뭐냐? 또 상의 전체에 요란뻑쩍지근하게 장식된 글씨와 마크와 그림은 또 뭐냐? 꼭 저런 식으로 ‘나 자전거 타오!’ 하고 광고를 하고 다녀야 하나? (위 사진은 처음 산 펄 이주미의 사이클 반바지.) 자전거를 일삼아 타게 된 지금, 그런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있지만 거개는 납득하게 됐다. 일단 나부터 ‘빤쓰’처럼 다리에 밀착되는 사이클링 반바지를 입게 됐다. 재미 있는 것은 사이클링 반바지 자체가 ‘빤쓰’ 구실도 한다는 점이다. 속옷을 입지 않은 채로, 사이클링 반바지만 입는다는 말이다. 반바지 .. 더보기
휘슬러 하프 마라톤 퍽 오랫동안, 몇 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하는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그 탓인가, 집에서 휘슬러까지 120km 남짓밖에 안 되는데도 꽤나 멀다고 느껴졌다. 구불구불, 휘슬러로 가는 길은 실로 장관이었다. 높은 산맥과 그 사이로 그림처럼 놓인 바다와 호수. 묵기로 한 호텔에서 경주 참가에 필요한 패키지를 받을 수 있어서, 더욱이 하프 마라톤 출발점이 도보로 1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지척이어서, 집에서 저녁을 먹고 밤 여덟 시 넘어 휘슬러에 닿았어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게다가 여름이어서 여덟 시가 넘은 시간도 대낮처럼 훤했다. 대회장인 휘슬러 빌리지 올림픽 플라자. 투숙한 호텔에서 10분 정도 걸어서 닿았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지만 방향을 잘 몰라 좀 헤맸다.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