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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서 헤매다 - 16K 트레일 레이스 일요일 아침, 16K 트레일 경주에 참가했다. MEC 레이스 시리즈 세 번째. 집 근처의 린 계곡 (Lynn Creek)을 오르내리는 코스여서 굳이 아침부터 가족을 끌고 나와야 할 필요가 없었다. 경주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2km 남짓밖에 되지 않아 갈 때는 몸 푸는 기분으로, 경주를 끝내고 돌아올 때는 마무리 운동을 하는 셈치고 부담없이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경주 자체는 매우 힘들었다. 혼자 막연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트레일 경주를 뛰기는 지난 4월의 10K 스쿼미시 레이스 이후 두 번째인데, 그 때 했던 '죽다 살아났다'라는 표현이 다시금 생생하게 실감나는 경주였다. 비탈은 뛸 엄두조차 내기 어려울 만큼 가파른 경우가 많아서 걸었는데, 걷는 것조차 벅차다는 생각이 종종 들만.. 더보기
자전거 통근 주간 이번 주 (5월25일 - 31일)가 "Bike to Work Week", 자전거로 통근하자는 캠페인이 펼쳐지는 기간이다. 메트로 밴쿠버 지역의 시 정부, 자치 단체, 자전거 관련 비영리 단체들이 여럿 참여해 제법 큰 규모로 펼쳐지는 연례 행사다. 월요일인 어제는 오전에 잠깐 비가 내려서 그런가 다른 주와 별반 차이를 못 느꼈는데, 오늘은 자전거 통근자가 퍽 많아졌음을 여실히 느끼겠다. 나는 작년 이맘때까지는 일회성으로 참여해서, 계속 자전거로 통근을 할 수 있을까 없을까 고민하고 걱정했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런 캠페인과는 무관하게, 꾸준히 자전거를 이용한다. 아직도 이따금씩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느낀 적은 한.. 더보기
자전거 연습 아침을 먹고 집 뒤 시모어 보전지역 (Lower Seymour Conservation Reserve)으로 갔다. 아이들에게 자전거 타기를 연습시키기 위해서였다. 아내에게도 자전거를 타지 않겠느냐고 떠봤지만 차에 자전거를 석 대까지 넣기는 무리라는 핑계를 댔다. 억지로 구겨넣으면 석 대까지도 영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아무리 미니밴이라고 해도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했다. 자전거 운반용 힛치 (hitch)가 필요했다. 그래서 동준이와 성준이의 자전거만 실었다 (가능하면 이번 주 중에 힛치를 달 계획이다). 자전거 타기를 연습시키는 방식은 위 사진처럼 좀 무모했다. 나는 동준이를 맡고 아내는 성준이를 맡아, 옆에서 뛰면서 도와주는 방식. 성준이는 자전거도 작고 기어도 저단으로 천천히 진행했기 때문에 아내도 그.. 더보기
인터스텔라 지난 화요일에 본 크리스토퍼 놀란의 걸작 '인터스텔라' (Interstellar)의 영상, 대사, 대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근래 본 영화/드라마들 가운데, 인터스텔라만큼 가슴을 뒤흔든 것은 없었다. 우리는 한때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을 보며, 인간은 얼마나 티끌처럼 사소한 존재인가, 저 별들 중 어디엔가 혹시 다른 생명체가 살지 않을까 궁금해 하곤 했다. 그리고 이 세상이, 아니 우주가 얼마나 크고 깊고 넓은가, 제대로 가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경이로워 하곤 했다. 저 별들 중 어떤 것은 이미 사라져 버렸고 우리는 단지 그것이 날려 보낸 몇백년, 혹은 몇천년 전의 빛을 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갖곤 했다. 황량하게 메말라 먼지만이 자욱하게 날리는 지구에서, 쿠퍼는 한.. 더보기
Glorious! 밴쿠버 컨퍼런스 센터 (흔히 'VCC"라고 부른다) 주위로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레고 블록으로 만든 것 같은 저 돌고래 - 혹은 범고래? - 는 소설가, 작가, 예술가로 유명한 더글러스 코플랜드의 작품이다. 이 사진은 지난 주 금요일, 밴쿠버 마라톤 엑스포에 번호표를 받으러 간 길에 찍었다. "Glorious!" 날씨를 얘기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캐나다에서만 그런지 모르지만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면 What a glorious weather! How glorious this weekend was! 같은 식으로 'glorious'를 애용한다. 'Gorgeous'라는 단어도 자주 쓴다. 둘 다 다소 과장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특히 겨울이 길고 날씨가 대체로 혹독하다는 캐나다의 자연 환경을 고려한다면, .. 더보기
성준이의 수학 여행 2 화요일 오후, 짐을 꾸리다 말고 탐험가용 모자를 쓰고 한껏 폼을 잡은 성준이. 금요일 오후 세 시를 조금 넘어서,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성준이구나, 라고 바로 감이 왔다. 물론 엄마가 전화를 걸어서 성준이에게 통화하라고 시킨 것이겠지만... 오후 세 시에 돌아온다고 했으니 지금쯤 집에 왔을텐데, 전화를 해볼까, 아니면 집에 갈 때까지 기다릴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Daad~! I'm back!" 목소리에서 의기양양함이 묻어났다. "구임둥!! You're home!" ('Kim'을 다소 과장스럽게 바꾼 뒤에 '둥'이란 접미사를 넣은 것인데, 동준인 '디제이둥', 엄마는 '마미둥'이다 하하)."How was your camp?""Great!" 그리곤 뭔가 아작아작 씹는 소리. "What are you.. 더보기
체인 교체 새 자전거 체인 SRAM PC 991 (9-스피드용) 자전거를 탄 지 채 2,500 km도 안돼 - 정확히는 2478 km - 체인을 갈았다. 혹자는 5000 km나 심지어 1만 km를 타도 체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걸 과장이나 허풍이라고 쳐도 2,500 km 만에 체인을 교체했다면 체인 수명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라거나, 아직 멀쩡한 걸 너무 일찍 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전문가의 말을 듣거나 관련 자료를 읽어 보면 얼마만에 체인을 교체해야 한다는 정확한 공식이나 숫자는 없다. 얼마나 자주 자전거를 타는가, 타는 지형은 얼마나 평탄하거나 가파른가, 악천후 속에서도 자전거를 꾸준히 타는가 등의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교체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체인 마모와 유격.. 더보기
성준이의 수학여행 1 화요일 - 캠핑 전날초딩 2학년인 성준이가 학교에서 주최하는 2박3일 캠프를 떠났다. 장소는 북쪽으로 1시간쯤 차를 달리면 나오는 스쿼미시 (Squamish). 생애 처음으로 부모 품을 떠나 따로 잠을 자게 된 것인데, 거의 매일 새벽 서너 시만 되면 제 방을 나와서 엄마 옆으로 쪼르르 달려와 잠을 청하곤 하는 습관을 잘 아는 터여서 걱정이 컸다. 과연 안 울고 혼자 잘 잘 수 있을까? 혹시 한밤중에 깨어 울지나 않을까? 부모의 그런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본인은 무척이나 흥분하고 기대에 들떠서, 엄마가 장만해 준 캠핑용 모자를 쓰고, 혼자 짐을 꾸린다며 부산을 떨었다. 물론 엄마가 다 다시 싸야 했지만... 수요일 - 캠핑을 떠나는 날수요일 아침, 공교롭게도 동준이의 스쿨버스가 늦게 오는 날이어서 아.. 더보기
벽화가 된 동화 동네 서점이 문을 닫으면서 얻게 된 동화의 그림 석 장을 코스코에 맡겨 패널로 만들었다. 맡긴 지 한 달 가까이 돼서 완성품이 나왔고, 어제 아내가 찾아왔다. 아주 만족스럽게 나왔다. 'Is This a Moose?'라는 책의 그림이다. 글 리처드 T. 토머스, 그림 톰 리크텐헬드. 성준이가 자기 방에 걸겠다고 골랐다. 나도 그게 가장 마음에 든다, 엄마 아빠 방에 걸고 싶다고 했더니 가위바위보 (Rock Paper Scissor)로 결정하잔다. 하여 3판 2선승의 대결이 즉석에서 열렸는데 세 판까지 갈 것도 없이 첫 두 판에서 지고 말았다. 흑흑! 이건 동준이 방에 건 그림. 'The Adventures of Beekle: The Unimaginary Friend'라는 더없이 흥미롭고 독특한 동화의 삽.. 더보기
국민학교 졸업 앨범 잦은 이사 와중에 잃어버린 것이 어디 하나둘이랴. 때로는 의도적으로, 때로는 우발적으로, 참 많은 것을 잃었다. 의도적인 경우는, 이게 무슨 필요가 더 있으랴 싶어 내버렸는데, 나중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괜히 버렸다 끝까지 지고 오는 건데, 라고 후회하는 경우. 참 좋아했던 여러 한국 작가/평론가 들의 작품집들, 하루키 번역본들이 그 중 두 가지 사례다. 또 하나는 우발적으로 잃어버리고 안타까워 하는 경우다.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졸업 앨범도 그 중 하나. 언제 어디에서 유실되었는지 알 도리가 없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그러다 다시 만났다. 네이버의 닫힌 온라인 동아리 서비스인 밴드의 국민학교 동창회를 통해서다. 동창들 중 하나가 앨범을 스캔해서 올렸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난 것과 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