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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체인 교체

새 자전거 체인 SRAM PC 991 (9-스피드용)


자전거를 탄 지 채 2,500 km도 안돼 - 정확히는 2478 km - 체인을 갈았다. 혹자는 5000 km나 심지어 1만 km를 타도 체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걸 과장이나 허풍이라고 쳐도 2,500 km 만에 체인을 교체했다면 체인 수명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라거나, 아직 멀쩡한 걸 너무 일찍 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전문가의 말을 듣거나 관련 자료를 읽어 보면 얼마만에 체인을 교체해야 한다는 정확한 공식이나 숫자는 없다. 얼마나 자주 자전거를 타는가, 타는 지형은 얼마나 평탄하거나 가파른가, 악천후 속에서도 자전거를 꾸준히 타는가 등의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교체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체인 마모와 유격 거리 변화를 알려주는 체인 체커. 0.75를 가리키고 있다. 


어제 협동조합식 스포츠용품 프랜차이즈인 MEC (Mountain Equipment Co-op)'에서 개설한 한 시간 남짓 동안의 자전거 관리법 기초 (101)' 강좌에 나가기 전까지도, 체인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매일 퇴근하자마자 체인과 스프로켓 (기어박스) 등을 열심히 닦아주고, 윤활유도 칠해주고 하면서 나름 정비에 신경을 써 왔기 때문에, 그 튼튼한 체인이야 처음에 목표로 삼은 2만 마일 - 오늘 1만 마일로 낮춰 잡았다 - 을 채울 때까지 끄떡 없는 것 아니냐고, 정말 순진무식하게 단정해 온 터였다.


강좌를 들어보니 전혀 그게 아니었다. 타이어나 튜브 못지 않게 자주 갈아줘야 할 것이 체인이었다. 특히 나처럼 매일 자전거를 타는 경우에는 그 빈도가 더 높아질 수도 있었다. 


강사의 말에 따르면 체인을 교체해야 하는 가장 주된 원인은 늘어나서 변속이 잘 되지 않고 튀거나 기어를 손상시키기 때문인데, 적당한 시기에 교체해 주지 않고 계속 무리해서 탈 경우 체인만이 아니라 스프로켓을 포함한 기어박스까지 통째로 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제때 갈아주었더라면 25-100 달러면 될 것을, 그보다 5-10배나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교체한 체인에 적용해 본 체인 체커. 새 체인이니 아직 팽팽하다는 표시.


체인을 연결하는 링크가 헐거워지고 체인 간의 유격 거리가 멀어지는 현상에 착안해 '체인 체커'(Chain Checker)가 나왔다. 내가 구입힌 필저 체인 체커는 0부터 0.5, 0.75, 1.00%로 표시되어 있다. 체커의 한 쪽을 체인 홈에 끼우고, % 숫자가 적힌 다른 쪽을 체인 위에 대면, 새 체인은 한 쪽 끝이 거의 체인 위에 얹히다시피 하면서 홈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체인 소모/연장 정도가 클수록 끝이 깊이 들어간다. 0 혹은 0.5까지는 현재의 체인을 계속 써도 무방하고, 0.75~1 범위에 놓이면 교체해야 한다. 어제 만난 강사는 그러나 1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다면서 0.75 정도가 교체하기에 최적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자전거를 구입한 존 헨리 바이크 샵에 가서 체인 얘기를 했더니 그곳 테크니션도 체인 체커를 갖다 대보며 체인을 살펴 보았다. 뭐 파는 쪽에서야 설령 교체 시기가 아직 안 됐어도 됐다고 해야 할 판이겠지만... 그도 예상대로 교체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2,500 km 정도밖에 안 탔는데 너무 이른 것 아니냐고 슬쩍 시비를 걸었더니, 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자주 타느냐,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지형과 기후 환경이 어떠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RAM PC 991을, 지금 쓰는 것보다 훨씬 더 가볍고 내구성도 뛰어나서 앞으로 꽤 오래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부추겼다. 지금 자전거의 체인의 품질은 어느 수준이냐고 물었더니 하이엔드 쪽은 결코 아니라고 깎아내렸다. 어쨌든 그의 말이 아주 틀리지는 않은 것이, 지금까지 쓰던 것은 같은 SRAM사의 제품이지만 번호가 951이다. 그 위로 971, 991이 놓인다. 


몇 주 전 펑크가 나서 회사와 집 중간에 오도가도 못하고 쩔쩔매면서 아내에게 차를 몰고 와 달라고 SOS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을 때, 스스로 참 한심하고 부끄러웠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펑크 정도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자잘한 자전거의 결함을 바로잡을 줄 모르다니! 그래서 신청한 게 자전거 관리법 101이었다. 그래서 난생 처음 타이어 수리하는 법도 실습할 수 있었다. 


내일 (토) 아침에는 '자전거 관리법 201 - 변속기' 편 강좌를 듣는다.101이 아닌 201이라는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젠 '중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