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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의 편지 "산타 답장은 줬어?' "아, 아직..." 아내가 화들짝 놀라며 편지를 찾는다. 이제 줄 때가 됐다는 판단이다. 성준이가 예년보다 일찍, 서둘러서 산타 클로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갖고 싶은 레고 장난감이 너무 많은데 그걸 엄마 아빠가 다 사줄 리도 없고, 더구나 비싸다고 말하면 살짝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데, 결국 기댈 언덕은 연중 최대 축제인 크리스마스이고, 원하는 건 무엇이든 알아서 주시는 것 같은 마이티 산타 할아버지가 아니겠는가. 아래 편지는 지난 10월 중순에 성준이가 쓴 편지. 열심히 코치는 하지만 수신인에 대한 배려와 허사가 너무 없이 즉각 본론으로 들어가, 나는 레고 리퍼블릭 건쉽이 갖고 싶다고 요구한다. 이 제품은 더 이상 만들지 않기 때문에 산타가 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아빠가 .. 더보기
자전거 출퇴근 캠페인 주간 봄과 가을에 일주일씩 하는 '자전거 출퇴근 주간' (Bike to Work Week)이 지나간다. 10월26일부터 11월1일까지. 하지만 31일과 1일이 주말이니 무의미하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모두 아홉 명이 참가했다. '참가'라고 해야 저 캠페인 사이트에 팀으로 직장이름 등록하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다른 참가 기업들과 직간접으로 경쟁도 되니, 약간의 자극은 되는 셈이다. 자전거 통근 캠페인 관련 2014년 5월 포스팅 | 2014년 11월 | 2015년 5월 자전거 출퇴근을 독려하는 캠페인 부스는 일주일 동안 사이클리스트들이 주로 많이 다니는 길목에 설치되는데, 아래 사진처럼 일반 보행자들을 상대로 홍보하기 위해 광장에 임시로 천막을 치기도 한다. 내가 일하는 직장 바로 옆이 밴쿠버선 신문사와 로.. 더보기
아이 서울 유 I Seoul U, Seouling, Seoulmate... 정말 가지가지들 한다는 한탄. 돈을 낭비하다 낭비하다 저런 헛짓에도 낭비하는구나, 하는 개탄이 절로 나온다. 서울의 새로운 브랜드 구호, 혹은 상징어로 나왔다는 - 또는 억지춘향으로 지어낸 - 위의 세 문장과 단어들을 보면, 도대체 뭘 하자는 거요? 라는 질문이 절로 나오게 생겼다. I Seoul U와 Seouling이 그야말로 무지와 아전인수의 극치라는 점은, 저 동사로 쓰인 - 또는 쓰이기를 바라는 - 'seoul'이라는 단어를 외국인들이 대뜸 무슨 뜻인지 알 거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데서 나온다. 또는 무슨 뜻인지 대뜸 알았으면,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가망없는 바람을 담고 있다는 데서 나온다. 그렇다 '가망없는' 바람이다. 그러므로.. 더보기
다시 달리기 일요일 아침, 채 일곱 시가 되기 전, 가볍게 뛴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사위는 어두웠지만 하늘의 별은 맑고 선명하기만 했다. 밤새 비가 살짝 내려 바닥은 축축했다. 오카나간 마라톤 이후 2주 만에 재개하는 달리기다. 지난 일요일에는 달리기 대신 30 km 남짓 자전거를 탔다. 몸무게의 몇 배나 되는 충격을 고스란히 다리에 싣는 부담은, 특히 마라톤을 뛴 뒤에는 적어도 2주 정도 삼가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었다. 그래서 마라톤을 뛴 뒤에는 늘 2주 정도를 쉬어 왔다. 점심 시간에도 뛰는 대신 부지런히 걸었다. 오랜만에 종종 걸음을 치듯 뛰어보니 더없이 상쾌한 기분이다. 론스데일 부두 쪽으로 가려다, 일곱 시 10분이나 20분쯤이면 해가 뜨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출을 보겠다는 욕심에 세컨드 내로우즈 다.. 더보기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한 페친이 링크한 아래 소식을 보고, 이런 댓글을 달았다. 요즘의 한국 소식을 보며 들었던 생각과 소회의 일단이다. 그리고 그 아래 캡처한 그림들은, 도대체 이게 21세기 대명천지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믿기 어려웠던, 정말 '믿거나 말거나' 코너쯤에나 나올 듯한 소식들... 적어도 한국의 정치판만 집약해서 본다면 정신병자들의 집합소 같습니다. 광기도 저런 광기가 없고, 비이성과 무뇌적 맹신도 저런 극단이 없어요. 개탄스럽다, 슬프다, 분노스럽다... 어떤 형용어로도 이 착잡한 마음자락을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도대체 저런 무비판적, 광신적 쓰레기들이 어떻게 저런 자리에까지 올라서 저런 비극적 코미디를 연출할 수 있고, 또 저런 작태가 국민에 의해 용인될 수 있는지, 새삼 궁금해집니다. 한국 사회판의 .. 더보기
사이먼 래틀 - 베를린 필의 베토벤 사이클 '약동하는 베토벤'. 사이먼 래틀 경과 BPO의 베토벤 사이클을 들으며 받은 첫 인상을 두 마디로 표현하면 그렇다. 속도를 다소 높이고 울림은 약간 줄이고 기름기와 어깨의 힘은 뺀, 그러나 팽팽한 긴장감과 에너지는 풍만한, 굉장한 베토벤 사이클이다. '어, 이건 좀 다른데?' 베토벤 교향곡 5번의 첫 몇 소절이 나오자마자 든 느낌이다.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빈 필의 5번이 떠올랐다. 제시부의 긴장감과 템포가 그 연주 못지 않았다. 오케스트라의 편성 규모만 다소 줄어든 느낌이랄까? 베토벤 당대의 연주 형식과 규모, 속도를 따르면서도 현대적 세련미를 잘 섞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하 BPO)의 온라인 서비스인 디지털 콘서트 홀 (Digital Concert Hall)을 통해 사이먼.. 더보기
쥐스탱 트뤼도라고? 선거가 끝났다. 하루아침에 집권당이 바뀌었다. 10년 가까이 집권해 온 스티븐 하퍼의 보수 토리당이, 진흙탕 흑색 선거전 대신 긍정적 정책 제시하는 데 주력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 저스틴 트루도의 자유당에 대패했다. 캐나다는 올해 43세의 젊고 패기 있는, 그러나 실제 정치력은 전혀 검증되지 않은 트루도를 새 총리로 뽑은 셈이다. 나는 트루도보다 토마스 멀케어가 트루도보다 더 경륜과 정치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그가 이끄는 신민당 (NDP)를 지지했지만 초반의 기세를 유지하지 제대로 못한 데다, '될 데를 밀어주자'는 전략적 투표 탓에 자유당에 대거 표를 빼앗기면서 제3당에 머물렀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캐나다의 건전한 정치 문화가 더없이 좋다. 정치를 못한다 싶으면 가차없이 표로 심판해 .. 더보기
지역 서점을 둘러보는 맛 어디 낯선 도시나 마을에 가서 좋은 서점을 만나면 반갑다. 반가움을 넘어 살짝 흥분되기까지 한다. 거의 모든 비즈니스 업종이 거대 기업들의 손아귀에 들어가 획일화되고 프랜차이즈로 축소 - 아니, 전락 - 하는 요즘의 달갑지 않은 대세를 고려하면 반가움은 더욱 크다. 그런 지역 독립 서점들의 미래가 별로 밝지 않다는 현실 때문에, 반가움 뒤에는 종종, 다음에 와도 살아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바람과 회의가 스며들기도 한다. 모자이크 서점 지난 11일 오카나간 마라톤을 뛰기 위해 컬로나에 갔다가, 실로 오랜만에 좋은 서점을 만났다. ‘모자이크 서점’ (Mosaic Books)이라는 곳으로, 납작납작하고 아담한 벽돌 건물들이 더없이 정겹고 낭만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다운타운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었다. 서점에 .. 더보기
지진 대피 훈련 오전 10시15분, ‘BC 지진 대피 훈련’ (The Great BC Shakeout)이 있었다. 딱 1분간 하는 훈련. Drop, Cover and Hold On. 대피 요령이다. 주변 정황을 재빨리 살펴서 단단하고 안정된 지지물 아래 들어가 지진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게 전부다. 사무실의 경우 책상 밑으로 들어가는 게 상책. 이렇게 권하는 핵심 이유는, 어딘가로 움직이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데 있다. 사전 예고 없이 일어나는 지진은 워낙 강력해서 어딘가로 뛰거나 심지어 기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바닥에 쓰러질 공산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지진의 최초 양상이 어떨지 알 수 없으므로 즉각 엎드려서 책상이나 무엇을 꼭 붙들고 충격에 대비하라는 조언이다. 1분.. 더보기
Privacy Breach - Who Does What? PRIVACY BREACH – WHO DOES WHAT? It seems next to impossible to pass a day without hearing about “privacy breach” or “privacy incident” these days. Nurses in a Victoria hospital, for example, were caught snooping patient’s medical records just out of curiosity, and fired because of their unlawful activities. A health researcher lost his laptop in a café, where he came by to buy a coffee and a dou..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