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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 조지 2박3일 일정으로 프린스 조지 (Prince George)를 방문했다. 정보 프라이버시, 정보 보안, 정보 관리, 프로젝트 관리 등 네 분야에 대한 이틀 간의 교육이 목적이었다. 내가 몸담은 직장의 서비스 대상이 BC 주 전체를 아우르는데, 프린스 조지는 BC 주 북부 지역의 거점이다. 밴쿠버 아일랜드, 프레이저 살리시, 인티리어 등 다른 지역들에 대한 교육도 올해 중에 예정되어 있다. 프린스 조지는, 구글하면 캐나다의 이 북부 도시보다 영국 왕실의 어린 왕자 '프린스 조지'의 이미지가 먼저, 그리고 더 많이 나타나지만, 적어도 캐나다, 특히 BC에서는 더없이 중요하고 유명한 도시이다. 'BC 주 북부의 수도'라거나 'BC 북부로 가는 관문'이라는 별칭이 그런 비중을 잘 드러낸다. 7만이 넘는 인구도, .. 더보기
What's in a name? What’s in a name? 이름이란 무엇인가. 이름을 잘못 건사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비행기를 못 타는 일이 생긴다. 아니, 놓치는 일이 생긴다. 이곳 캐나다에서, 직장에서 내 이름은 케빈이다. 케빈 킴. 하지만 공식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아니다. 공식 이름은 여전히 김상현이다. Sanghyun Kim. 운전면허증, 의료보험 카드, 여권 등 공식 문서의 이름은 다 상현 킴이다. 회사의 인사 데이터베이스에만 케빈 킴으로 돼 있다. 굳이 공식 개명을 하지 않아도 사는 데는 불편함이 없었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웹 체크인으로 표를 인쇄해 공항에 와서야, 혹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회사 공무로 가는 출장의 비행기 표에 적힌 이름 (케빈 킴)이, 지갑에 넣어 휴대하는 운전면허증이나 의.. 더보기
2016년의 첫 일출 새해가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해야 매일 뜨고 지는 것이지만 제대로 보기는, 2016년 새해 들어서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일요일 아침, 블랙베리의 '해돋이' 알람을 듣고 깼다 (알람 사운드의 이름이 'sunrise'다). 6시30분. 이제 서서히 낮이 길어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밖은 어둡다. 넥서스 7을 열어 날씨를 보니 체감온도가 영하 1도란다. 에드먼튼 시절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처음 얼마 동안은 쌀쌀하다. 오늘은 따로 속도를 높이거나 가외의 노력을 더하지 않고 편하게 뛰는 일정이다. 늘 하프마라톤을 겨우 넘기는 수준으로만, 멀지만 썩 멀지는 않은 거리를 뛰어 온 터여서, 오늘은 2, 3 킬로미터쯤 더 멀리 뛰기로 했다. 일요일의 먼 거리 달리.. 더보기
중국의 범죄소설 '모살' 올해 처음 뗀 책은 중국 범죄소설이다. 차이쥔의 ‘모살’ (谋杀似水年华)이라는 책이다. 리디북스에서 공짜로 30일간 빌려준다기에 내려받았고, 나름 재미 있어서 후딱 읽어버렸다. 모살은 계획된 살인, 영어로는 ‘premeditated murder’쯤 되겠다. ‘1급 살인’이니 범인은 중형을 언도받을 게 틀림없다. 중국 원제를 구글에 넣어 번역시키니 ‘The murder of Things Past’란다. 과거의 살인, 추억의 살인쯤으로 해석될 수 있을까? 한편 네이버 중국어 사전을 써보니 ‘물같이 흐르는 세월 살인’이라고,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도무지 갈피가 서지 않는 말이 되고 만다. ‘모살’은 재미로는 사줄 만했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로는 높은 점수를 주기가 어려웠다. 화자의 시점이 고르지 못하고,.. 더보기
이젠 이별할 때 12월29일/화아직 빅토리아. 이른 아침, 뛸 때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치고, 낮이 되면서 햇빛이 구름 사이로 나왔다. 하지만 아직 따뜻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바람까지 불었다. 어제 가보기로 한 부차트 가든을 수박 겉핥기로 둘러본다. 그러려니 미리 짐작은 했지만 가지각색 수천 종의 화려한 꽃들로 유명한 '가든'에 꽃 하나 피어 있지를 않으니 꽃을 보는 재미는 애시당초 글렀다. 꽃이 진 자리에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꼼꼼하고 세밀하게도 해놓았으니, 오히려 밤에 와야 꽃을 보는 느낌에 더 가까울 듯싶다. 그래도 볕이 좋고 사람이 거의 없으니 호젓하게 걷는 재미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아래 '성큰 가든' (Sunken Garden)의 본 모습은 이렇다. 부차트 가든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기 위해.. 더보기
빅토리아 1박2일 성우제 선배네와 함께 빅토리아에 간다. 새벽같이 일어나, 집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진 호스슈베이 (Horseshoe Bay)의 페리 터미널로 이동. 영하의 날씨에 길이 반들반들 얼었다. 호스슈 베이의 아침 풍경. 아직 날이 밝기 전, 밖으로 새어나오는 카페와 레스토랑의 불빛은, 밖이 춥고 황량할수록 더 따뜻하고 안락해 보인다. 호스슈 베이에서 내다본 바다 너머, 설산준령이 펼쳐져 있다. 하얗게 눈을 인 설산들이 장려하다. 그 설산준령 위로 햇빛이 축복처럼 내린다. 따뜻해 보이는 햇살, 그래서 바닷물은 더욱 차 보이고... 페리에 올랐다. 동준이는 이 사진을 찍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작으로 쓰러졌다. 넉달 만인가? 페리에선 난리가 났다. 응급처치 요원이 달려오고, 간호사가 달려오고, 승객들 중에 끼어 .. 더보기
2015년의 마지막 주말은... 토론토 사시는 성우제 선배댁이 크리스마스 연휴를 이용해 밴쿠버를 찾아 오셨다. 말 그대로 '有朋自遠方來'다. 나와 성우제 선배는 시절 인연을 맺었다. 1991년에 입사했으니 24년 째인 셈. 아내는 형수님을 친언니처럼 따르고, 형수님은 친동생처럼 아내를 예뻐해 주시고... 토론토와 밴쿠버의 거리는 비행기로도 다섯 시간을 날아야 하는 멀고 먼 거리. 그만큼, 여간만한 일이 아니면 찾아가 볼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그래서 더욱 고맙고... 지난해 이맘때와 달리 올해는 비행편이 두 시간 넘게 연착되는 바람에 양쪽이 다 애를 먹었다. 8시 도착 예정이던 비행편은 11시가 다 돼서야 밴쿠버에 닿았다. 항공 여행은 너무나 자주, 예상을 배반한다. 항공 여행의 가장 큰 이유가 속도인데, 비행 시간의 앞과 뒤에서 허비.. 더보기
TGIF - 일상 스케치 금요일은 '팀버 트레인 데이'다. 나한테가 아니라 룸메이트인 데이비드에게. 그는 아이티 보안 관리자로 정보 프라이버시 관리자인 나와 한 방을 쓴다. 창밖으로 그랜빌 광장과 밴쿠버 항구, 그리고 버라드 만(灣)과 그 너머 북해안이 보이는, 전망 좋은 3층 사무실이다. 팀버 트레인은 사무실에서 코르도바 거리를 따라 도보로 7, 8분 걸어가면 나오는 소담한 커피 전문점이다. 거기에서 내려주는 아메리카노 커피와 스콘 (작고 동그란 빵의 일종)이, 데이비드의 말에 따르면 '밴쿠버 최고'다. 다만 스타벅스 사이즈로 치면 톨, 혹은 중간이나 그보다 조금 못 미치는 크기의 커피가 3달러나 하기 때문에 매일 마시긴 다소 부담스러워서 평소에는 사내에 설치된 큐릭 (Keurig) 캡슐형 커피 머신을 이용한다. 그래서 금요일.. 더보기
구글 크롬캐스트 구글 크롬캐스트 비디오 TV를 안 본 지 몇 년이 지났다. 에드먼튼 시절부터니까 한 5년쯤 됐나? 그런데 딱히 아쉬움을 느낀 적이 없다. 넷플릭스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점, 웬만한 뉴스와 정보는 TV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으로 차고 넘치게 얻을 수 있다는 점 등이 부분적인 이유일텐데,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컴퓨터나 태블릿의 콘텐트를 고스란히 TV의 대형 화면으로 중계해주는 구글의 크롬캐스트이다.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것을 찾아보거나 들을 수 있다고 해도, 기껏해야 13인치나 15인치밖에 안 되는 랩탑 컴퓨터의 화면에만 의존했다면 'TV의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적지 않았을 터이다. 삼만 원 정도밖에 안 하는 구글의 크롬캐스트는 그런 아쉬움을 말끔히 지.. 더보기
극과 극 - 3년전 오늘, 에드먼튼 페이스북의 새로운 기능 중 하나로 이용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은 1년전, 혹은 몇년 전 오늘의 기록이다. 페이스북을 이용한 기간이 길수록 과거사는 좀더 다양해진다. 어, 이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 이제사 생각난다... 페이스북이 알려주는 과거의 에피소드는, 현재의 상황과 더욱 표나게 대비되는 내용일수록, 강한 인상과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가령 지난 7일(월)의 경우, 3년전 알버타 주에서 직장을 다니던 시절인데 철 이른 폭설로 통근에 애를 먹은 내용이 나와 있었다. 이 내용을 보고 블로그를 뒤져보니 고생한 내용을 일기처럼 적어놓았다. 그런가 하면 3년전 오늘 - 역시 알버타 주에 살던 시절이다 - 에드먼튼의 기온이 영하 22도를 기록했단다. 11월, 그것도 아직 초순인데 그런 맹추위가 닥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