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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프린스 조지


2박3일 일정으로 프린스 조지 (Prince George)를 방문했다. 정보 프라이버시, 정보 보안, 정보 관리, 프로젝트 관리 등 네 분야에 대한 이틀 간의 교육이 목적이었다. 내가 몸담은 직장의 서비스 대상이 BC 주 전체를 아우르는데, 프린스 조지는 BC 주 북부 지역의 거점이다. 밴쿠버 아일랜드, 프레이저 살리시, 인티리어 등 다른 지역들에 대한 교육도 올해 중에 예정되어 있다.


프린스 조지는, 구글하면 캐나다의 이 북부 도시보다 영국 왕실의 어린 왕자 '프린스 조지'의 이미지가 먼저, 그리고 더 많이 나타나지만, 적어도 캐나다, 특히 BC에서는 더없이 중요하고 유명한 도시이다. 'BC 주 북부의 수도'라거나 'BC 북부로 가는 관문'이라는 별칭이 그런 비중을 잘 드러낸다. 7만이 넘는 인구도, 캐나다의 맥락에서는 퍽이나 많은 규모로 여겨진다. 프린스 조지가 밴쿠버에서 북쪽으로 800 킬로미터나 떨어진 지역임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하긴 그렇게 올라가도, 실상 이 도시의 위치는 BC 주 전체로 보면 북쪽이 아닌 남쪽에 더 가깝다. 



프레이저 강과 네차코 강이 합류하고, 고속도로 16번과 97번이 교차하는 프린스 조지는 북부 지역 경제의 허브일 뿐 아니라 BC 주의 핵심 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임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 도시에 있는 '노던 BC 대학'의 임학 프로그램이 높은 수준의 품질과 실용성으로 각광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틀 밤을 묵은 호텔 'Coast Inn of the North.' 평범하기 짝이 없는 외형이지만 모든 것이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묵는 동안 편안했다. 더구나 트레이닝이 같은 호텔에서 열려 여간 편리하지 않았다. 호텔 바로 뒤에 시청이 있고, 호텔 맞은 편에는 커피와 도넛을 파는 팀 호튼스와 패밀리 레스토랑 화이트스팟이 있어서 편의성을 더했다. 한마디로 다운타운에 자리잡은 호텔이다. 호텔 옥상에는 저렇게 나무가 서 있는데 심은 것인지, 아니면 크리스마스용으로 잠시 세워둔 것인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후자라면 이제 치울 때가 됐을텐데...


아래 사진 몇 장은 호텔 주변을 달릴 때 찍은 것이다. 화요일에 인터벌 트레이닝을 해야 하지만 주위가 온통 이렇듯 눈밭이라 그럴 여건이 되지 않았다. 호텔 지하의 운동 시설을 이용해볼까도 잠시 고려했지만 몇 분 뛰어보다 포기했다. 밖에서 뛰는 게 백배 마음 편할 듯했다. 인터벌을 건너뛰는 대신 화요일과 수요일, 각각 10 킬로미터 넘게 뛰었다. 질을 양으로 보상한 셈이랄까?




아래 사진은 호텔에서 트레이닝을 하는 장면. 사람들이 안 나오도록 일부러 초점을 물주전자에 맞췄다. 내가 먼저 정보 프라이버시 트레이닝을 두 시간 하고, 오후에 데이빗이 정보 보안 분야를 다뤘다. 원정 트레이닝은 이번이 처음인 셈인데, 다음에는 좀더 '쌍방향'으로, 참가자들의 피드백과 참여가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트레이닝 내용을 바꾸려고 한다. 일방적인 강의 형이었는데도 프라이버시에 대한 의문들이 많았던지 질문이 많아서 영 지루하게만 진행되지는 않았다고 자위한다. 농담을 적절히 섞는다고 섞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참석자들 중 한두 사람이 내게 '재키'라는 별명을 붙였노라고 농담했다. 성룡의 재키 찬... 이쪽 사람들이 볼 때는 아시아 사람들이 다 비슷해 보일테니...



아래 사진 몇 장은 호텔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빨간 시계탑은 프린스 조지 시청의 상징물쯤 된다. 그 뒤로 빼곡하게 선 침엽수들이 참 멋있었다. 공원인데 막상 뛰려고 가보니 트레일을 전혀 치우지 않아 뛰기는 고사하고 걸을 만한 형편도 되지 않았다. 알버타 주의 새알밭 (세인트 앨버트)에 살 때는 공원마다 트레일을 금방 금방 제설해서 걷거나 뛰기에 여간 편리하지 않았는데...




트레이닝을 마친 뒤에는 동료들과 함께 근처 시내를 돌았다. 눈 구경조차 어려운 밴쿠버 지역에만 있다가 그야말로 '설국'을 연상시키는 프린스 조지에 오고 보니 모든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오우! 와우! 감탄사가 끊이지를 않았다. 나는 자주 알버타 주에서 살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긴 고드름이 건물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어쩌다 보니, 화요일은 '파이'로 점심과 저녁을 먹게 됐다. 그런데 두 번 다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바로 아래, 시저 샐러드와 함께 제공된 파이는 '치킨 팟 파이'라는 메뉴로 BC의 대표적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화이트 스팟에서 점심으로 먹은 것이다. 집에 돌아가면 아내에게 꼭 권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약간 심심한 듯하면서도 담백하고 가볍고 맛났다. 



트위스티드 코르크에서 먹은 저녁 메뉴는 '바이슨 앤드 기네스 파이'였다. 바이슨은 아메리칸 들소를 가리키는데, 여느 소고기에 견주어 조금 더 담백하고 덜 부담스럽고 덜 질기다는 느낌이었다. 요리에 들어간 기네스 맥주는 아마도 육질을 더 연하고 맛나게 하기 위한 것이었겠지. 이미 수프로 배가 3분의 2쯤 찬 상태여서 - '컵'과 '보울' 중 전자를 택했는데도 막상 서빙되어 나온 양은 후자에 더 가까울 만큼 많았고, 맛있었다 -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적이 걱정했는데, 워낙 맛이 좋아서 거의 다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빵은 손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