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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빅토리아 1박2일

성우제 선배네와 함께 빅토리아에 간다. 새벽같이 일어나, 집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진 호스슈베이 (Horseshoe Bay)의 페리 터미널로 이동. 영하의 날씨에 길이 반들반들 얼었다. 



호스슈 베이의 아침 풍경. 아직 날이 밝기 전, 밖으로 새어나오는 카페와 레스토랑의 불빛은, 밖이 춥고 황량할수록 더 따뜻하고 안락해 보인다. 



호스슈 베이에서 내다본 바다 너머, 설산준령이 펼쳐져 있다. 하얗게 눈을 인 설산들이 장려하다.



그 설산준령 위로 햇빛이 축복처럼 내린다. 따뜻해 보이는 햇살, 그래서 바닷물은 더욱 차 보이고...



페리에 올랐다. 동준이는 이 사진을 찍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작으로 쓰러졌다. 넉달 만인가? 페리에선 난리가 났다. 응급처치 요원이 달려오고, 간호사가 달려오고, 승객들 중에 끼어 있던 의사도 가세하고... 한 시간 남짓한 짧은 항해의 후반 동안, 동준이는 페리의 응급처치실 침대에서 자다 깨다 했다.  



빅토리아에 왔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나나이모에 닿은 뒤, 차로 한 시간 남짓 내려와 빅토리아 다운타운을 걷는다. 동준이 때문에, 그리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부차트 가든을 찾기로 한 일정을 내일로 미루고, 빅토리아로 직행한 것이다. 



빅토리아의 차이나타운이다. 규모는 작은 대신 깔끔하고 단정하다. '세련되다'라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로, 여느 차이나타운들과는 꽤 표나게 구별된다. 아래 사진은 거기에서 만난 벽화 앞에서 찍었다.



차이나타운엔 늘 저런 대문이 서 있다. 여기에서부터, 혹은 여기까지가 차이나타운이라는 표시다. 사진의 복장에서 보듯 날씨가 쌀쌀했다. 한자릿수의 영상 기온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제법 찼다.



성우제 선배께서 차이나타운의 한 가게에서 효자손 (등긁개)을 두 개 샀는데 졸지에 스타워즈의 광선검 노릇을 하게 됐다. 또 한 가지 아이러니는 차이나타운에서 산 효자손의 제조처가 실상은 'Made in Korea'였다는 것.



북극곰 (폴라베어) 앞에 두 형제가 섰다. 동준이는 거의 자동으로, 성준이는 다소 마지 못한 표정으로. 이 북극곰의 형상은, 우리가 본 모형 중에서는 가장 그럴듯해 보였다. 필립 풀만의 걸작 '황금 콤파스'에 나오는 곰이 연상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