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아이 서울 유


I Seoul U, Seouling, Seoulmate... 


정말 가지가지들 한다는 한탄. 돈을 낭비하다 낭비하다 저런 헛짓에도 낭비하는구나, 하는 개탄이 절로 나온다. 서울의 새로운 브랜드 구호, 혹은 상징어로 나왔다는 - 또는 억지춘향으로 지어낸 - 위의 세 문장과 단어들을 보면, 도대체 뭘 하자는 거요? 라는 질문이 절로 나오게 생겼다. 


I Seoul USeouling이 그야말로 무지와 아전인수의 극치라는 점은, 저 동사로 쓰인 - 또는 쓰이기를 바라는 - 'seoul'이라는 단어를 외국인들이 대뜸 무슨 뜻인지 알 거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데서 나온다. 또는 무슨 뜻인지 대뜸 알았으면,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가망없는 바람을 담고 있다는 데서 나온다. 그렇다 '가망없는' 바람이다. 그러므로 헛짓이다. 


Seoul? 그게 뭔데? 동사로 무슨 뜻인데? I seoul U가 나와 너를 잇는다고? 그러면 Seoul이라는 단어의 동사로서의 의미는 bridge, link, connect, 뭐 그런 거라는 강변인데, 대체 누가 그렇게 알아먹는단 말인가? 아니지 한겨레의 저 기사에 따른다면 '너와 내가 잇는 서울'이라는데, 도대체 그렇게 해석될 수 있는 구석이 전혀 없다. 보이지를 않는다. 저 구호만 봐서는 충청도 사투리를 연상시키는 '나는 서울이유'라고 짐작하거나, '나는 (I) 너를 (U) 서울 한다(Seoul)'라고 당연히 해석하게 되고, 관건은 여기에서 '서울 한다'가 대체 무슨 뜻이냐는 데로 모인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Seoulmate인데, '조금이라도'라는 단서를 붙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저 SeoulSoul과 유사하게 발음된다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말고는, Seoulmate가 대체 무슨 의미를 더 가질 수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서울 친구? 서울에 사는 친구? 서울은 영혼을 나눈 친구처럼 가까운... 도시? 도시나 지역이 soulmate가 될 수 있나?


뻘짓, 헛짓, 돈 낭비, 시간 낭비...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도저히 좋게 봐줄 수가 없는 저 가망없는 도로... I Seoul U라고? 기가 막힌다.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해서 무려 12년을 영어 공부로 보낸다. 줄여서 10년이라고 하자. 그 10년 이상 영어를 배웠으면 이 따위 작태가 어리석기 짝이 없는 헛짓거리라는 사실 정도는 알아채야 옳지 않은가? 


생각난 김에 한 가지 더. 한국에 갔다가 정말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구호 하나를 만났다. 그 구호는 한국에 머무는 내내, 심지어 캐나다로 돌아와서도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니 맴돈 정도가 아니라 머릿속을 괴롭혔다. 바로 아래 사진이다.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여성특별시 용인'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 여성을 우대하는, 혹은 적어도 남녀 평등이 다른 도시들보다 확고하게 지켜지고 존중되는 도시라는 뜻이겠지. 문제는 그걸 영어로 풀어놓은 꼴이다. The Woman Special City란다. 나는 저 표현을 보는 순간 사이키델릭 조명 휘황하게 돌아가는 어디 밤무대나 은밀한 바, 조금 더 나아가 핑크빛 조명이 거리를 밝힌 홍등가를 떠올렸다. Lunch special, Salmon special 같은 메뉴판도 떠올렸다. 


내가 본 콩글리시 중 최악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영어를 모르는 건 죄가 될 수 없다.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해야 하고, 여기저기 물어봐야 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틀리지 않도록, 내가 의도한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용인은 그런 기본적인 자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어디 술집에나 써먹을 만한 구호를 보란듯이, 경부고속도로 옆 고층빌딩 앞에 대문짝만하게 써놓았다. 


외국어는, 영어는 슬프다. 나는 '아'라는 뜻으로 썼는데 정작 영어를 모국어로 삼는 이들은 '어'로 알아먹는다. 나는 그런 사실을 모른다. 그들에게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당연히 '아'라고 봐주겠지, 스스로 단정해 버린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하지만 슬프기도 하다. 그래서 더 슬프다.  


아이 서울 유 개드립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