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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밴쿠버 섬 휴가 (1) 파크스빌과 퀄리컴 비치 6월21일(일) - 밴쿠버 섬으로...아침은 배가 떠나는 웨스트 밴쿠버의 호스슈베이에서 먹기로 하고 8시30분쯤 집을 나섰다. 타기로 마음 먹은 배편은 10시40분 출발. 그러나 시간이 생각처럼 여유롭지 못해서 음식을 카페에서 먹어야 할지, 픽업해 차 안에서 먹어야 할지 참 애매했다. 결국 전자를 택했는데, 시간이 하도 빠듯해 심리적으로 쫓기며 먹다 보니 음식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10달러 가까이 하는 아침 식사의 품질은 또 왜 그 모양인지... 다시는 가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것으로 치밀어 오르는 화를 달랬다. 관광지의 '바가지 상혼'은 만국 공통인 듯. 나나이모로 가는 BC페리 위에서. 배 뒤로 바닷물이 하얀 포말을 만들며 배를 따라온다. 아래는 구글 지도로 찍은 여행 .. 더보기
휴가 시작 옛 직장 후배이자 친구가 밴쿠버로 놀러 왔다. 한국과 캐나다 사이의 아득한 거리를 잘 알기 때문에 일삼아 찾아오기가 - 놀러온다는 핑계를 대더라도 -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다른 친구, 선배 들에게도 여러 번 캐나다로 놀러오시라는 말을 했었지만 정작 와준 사람은 거의 없다. 거기에 무슨 불만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찾아오기가 비용 면에서나 시간 면에서나, 또 체력 면에서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후배가 고맙고 반갑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후배는 금요일 오후에 왔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일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바닷가 (Seawall)를 잠깐 거닐었다. 한여름의 저녁 햇빛이 눈부셨다. 토요일 아침, 노쓰밴의 론스데일 부둣가에 왔다. 보여주고 싶은 곳은 많지만 시간이 부족하.. 더보기
사소한, 그러나 사소하지 않은, 일상 카메라를 늘 휴대하면서 온갖 사진들을 찍는다. 거의 습관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모아두는 플리커에는 어느새 8만 장이 넘는 사진들이 쌓였다. 8천 장도 아니고 8만 장이다. 아니 그 숫자를 넘는다. 그걸 누가 다 보랴 싶지만 이게 나중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산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 사소하게만 여겨지지도 않는다. 자전거 관리...라지만 대개는 체인과 드라이브트레인을 닦아주고, 기어 변속이 무리없이 잘 되도록 케이블의 장력 (tension)을 조절해 주고, 체인에 윤활유를 발라주는 정도다. 매일, 퇴근하자마자 한다. 당연한 일상의 습관으로 만들었다. 보통 10~15분 걸린다. 이게 나의 교통 수단이고, 어떤 면에서는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매일 하는 점검.. 더보기
성준이 생일, 그리고 말러 분주하게 보내면 심지어 주말조차 제법 길다고 느껴진다. 이번 주말이 그렇다. 다른 주말에 견주어 일이 많았다. 금요일 (6월12일)은 성준이의 여덟 번째 생일이었다. 실상은 birth'day'가 아니라 birth'week', 심지어 birth'month'처럼 여겨진 6월의 둘째 주였고, (5월 중순부터 지속된) 한 달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흐름에서 가속도를 느낀다는데, 어린 시절에는 그 반대의 인상을 같는 것 같다. 감속도, 혹은 아예 시간이 멈추어 있는 듯한 답답함. 왜 이렇게 시간은 더디게 흐를까? 조촐하게 촛불 끄고 케이크 자르는 '예식'을... 성준이 옆에 놓인 레고 '아이언맨'은 생일선물. '헐크 버스터 스매쉬'를 사달라고 노래를 부른 게 벌써 여러 달 전이었다. 나는 자주 그 이름을 헷.. 더보기
Glorious! 밴쿠버 컨퍼런스 센터 (흔히 'VCC"라고 부른다) 주위로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레고 블록으로 만든 것 같은 저 돌고래 - 혹은 범고래? - 는 소설가, 작가, 예술가로 유명한 더글러스 코플랜드의 작품이다. 이 사진은 지난 주 금요일, 밴쿠버 마라톤 엑스포에 번호표를 받으러 간 길에 찍었다. "Glorious!" 날씨를 얘기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캐나다에서만 그런지 모르지만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면 What a glorious weather! How glorious this weekend was! 같은 식으로 'glorious'를 애용한다. 'Gorgeous'라는 단어도 자주 쓴다. 둘 다 다소 과장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특히 겨울이 길고 날씨가 대체로 혹독하다는 캐나다의 자연 환경을 고려한다면, .. 더보기
성준이의 수학 여행 2 화요일 오후, 짐을 꾸리다 말고 탐험가용 모자를 쓰고 한껏 폼을 잡은 성준이. 금요일 오후 세 시를 조금 넘어서,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성준이구나, 라고 바로 감이 왔다. 물론 엄마가 전화를 걸어서 성준이에게 통화하라고 시킨 것이겠지만... 오후 세 시에 돌아온다고 했으니 지금쯤 집에 왔을텐데, 전화를 해볼까, 아니면 집에 갈 때까지 기다릴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Daad~! I'm back!" 목소리에서 의기양양함이 묻어났다. "구임둥!! You're home!" ('Kim'을 다소 과장스럽게 바꾼 뒤에 '둥'이란 접미사를 넣은 것인데, 동준인 '디제이둥', 엄마는 '마미둥'이다 하하)."How was your camp?""Great!" 그리곤 뭔가 아작아작 씹는 소리. "What are you.. 더보기
성준이의 수학여행 1 화요일 - 캠핑 전날초딩 2학년인 성준이가 학교에서 주최하는 2박3일 캠프를 떠났다. 장소는 북쪽으로 1시간쯤 차를 달리면 나오는 스쿼미시 (Squamish). 생애 처음으로 부모 품을 떠나 따로 잠을 자게 된 것인데, 거의 매일 새벽 서너 시만 되면 제 방을 나와서 엄마 옆으로 쪼르르 달려와 잠을 청하곤 하는 습관을 잘 아는 터여서 걱정이 컸다. 과연 안 울고 혼자 잘 잘 수 있을까? 혹시 한밤중에 깨어 울지나 않을까? 부모의 그런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본인은 무척이나 흥분하고 기대에 들떠서, 엄마가 장만해 준 캠핑용 모자를 쓰고, 혼자 짐을 꾸린다며 부산을 떨었다. 물론 엄마가 다 다시 싸야 했지만... 수요일 - 캠핑을 떠나는 날수요일 아침, 공교롭게도 동준이의 스쿨버스가 늦게 오는 날이어서 아.. 더보기
울타리 심기 울타리 삼아 관목을 심기로 했다. 길에서 집이 너무 훤히 보여서 집 앞에 울타리를 쳐야겠다는 생각을, 집을 살 때부터 했는데, 이제사 겨우 실행에 옮기게 됐다. 나는 그냥 키 낮은 흰색 나무 울타리를 치자는 쪽이었고, 아내는 비용도 많이 들고 보기에도 별로 좋지 않을테니 적당한 관목을 갖다 심자는 쪽이었다. 우리집 넘버 원께서 그러자는데, 그래야지 별 수 있으랴! 일 안하는 사람들이 폼은 잘 잡는다. 땅 파기 전에 성준이와 포즈를 취했다. 성준이는 마당에서 스쿠터를 타다가 엄마 아빠가 뭔가 일을 벌인다고 하니까 냉큼 합류. 코스코 가든센터에서 'Goldmound Spirea'라는 관목 화분을, 일단 여섯 개만 샀다. 화분 하나에 10달러 남짓. 사전을 찾아보니 'Spirea'는 조팝나무 과의 식물이란다... 더보기
자전거 쇼핑 오랫동안 뒤뜰 창고에 버려두었던 녹슨 옛 자전거 넉 대를 처분하고, 동준이의 새 자전거를 사러 노쓰밴과 밴쿠버의 여러 가게를 전전했다. 저 사진에 나온 것들 중 적어도 두 대는, 자전거에 대해 지금 아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저런 자전거는 사지 않았을텐데 싶은 것들이다. 사실은 싼맛에 산 그 값만큼도 타지 못한 채 녹만 잔뜩 먹이고 말았지만... 요즘 자전거들이 대부분 몇십 단의 복합 기어를 장착하고 있어서 그걸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기 때문에 동준에게 맞는 자전거를 고르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혀 기어가 없는 자전거를 사면 평지 말고는 탈 수가 없는데, 노쓰밴에 언덕이 좀 많은가. 게다가 큰 몸집으로 이것저것 부숴뜨리기 일쑤여서 가능하면 튼튼한 산악 자전거형 타이어와 프레임을 원했.. 더보기
그럼 나도 브루크너로 힐링을! 정녕 세상에는 이렇게나 상처 받은 사람이 많은 거냐? 페이스북을 훑다 보면 힐링, 힐링, 온통 힐링이다. 꼭 병원 복도를 걸어가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사는 게 곧 상처 받는 일, 이라는 식의 논리라면 뭐 그럴 수도... 그래도 걸핏하면 '힐링', '힐링' 하는 데는 좀 뜨악해질 수밖에 없다. 힐링은 치유라는 뜻이고 - '힐링'이라는 단어 자체의 뉘앙스에 뭔가 '쿨'하다는 느낌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 그렇다면 그것은 이미 어딘가에 상처가 있다는, 과거에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한국 사람들은 유독 상처를 자주 입으시는가 (accident prone), 아니면 세상사에 과민하신가, 그도 아니면 그냥 멋으로 그 단어를 쓸 뿐인가? 말과 글은 다르고, 그래서 말로는 '내 1년 밑의 후배 아무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