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얘기

자전거 쇼핑


오랫동안 뒤뜰 창고에 버려두었던 녹슨 옛 자전거 넉 대를 처분하고, 동준이의 새 자전거를 사러 노쓰밴과 밴쿠버의 여러 가게를 전전했다. 저 사진에 나온 것들 중 적어도 두 대는, 자전거에 대해 지금 아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저런 자전거는 사지 않았을텐데 싶은 것들이다. 사실은 싼맛에 산 그 값만큼도 타지 못한 채 녹만 잔뜩 먹이고 말았지만... 


요즘 자전거들이 대부분 몇십 단의 복합 기어를 장착하고 있어서  그걸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기 때문에 동준에게 맞는 자전거를 고르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혀 기어가 없는 자전거를 사면 평지 말고는 탈 수가 없는데, 노쓰밴에 언덕이 좀 많은가. 게다가 큰 몸집으로 이것저것 부숴뜨리기 일쑤여서 가능하면 튼튼한 산악 자전거형 타이어와 프레임을 원했지만 그저 튼튼한 걸 찾는다는 이유만으로 우라지게 값비싼 산악 자전거를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Trek, Specialized, Giant, Rocky Mountain Bike, Kona, Ghost, MEC 등 웬만한 브랜드는 다 훑어보았다. 결국 내 자전거를 산 존 헨리 바이크샵에서 노르코의 도시형 자전거를 사는 것으로 낙착을 보았다. 산악형처럼 튼튼할 리는 없는 도시형 자전거지만 기어박스가 여느 자전거처럼 외부로 노출된 게 아니라 내부로 들어간 이른바 '인터널 기어 허브' (IGH)를 쓰는 '시티 글라이드' (City-Glide).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페달 쪽 3단 (혹은 2단) 기어와, 뒷바퀴 쪽 8단 (혹은 9, 10, 11단)을 조절해야 하는 여느 자전거와 달리, 시티 글라이드는 페달 쪽은 1단이고, 뒷바퀴 쪽만 8단인 데다, 오른쪽 핸들 바 자체를 앞뒤로 돌려 기어 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돼 있어서, 동준이가 굳이 몇 단인지 모르더라도 앞뒤로 장난 삼아 돌리면서 그냥 탈 수 있다. 게다가 체인이 벗겨질 위험도, 기어 비가 바뀔 때마다 들리는 철컥거리는 소음도 없이 부드럽고 유연하게 기어 비가 오르내린다. 정가는 840 달러인데 730달러로 할인된 값에 사기로 했다



(업데이트: 2015-04-20) 하루 사이, 생각이 바뀌었다. 동준이가 자주 탈 것도 아닌데 너무 비싸다는 아내의 의견에 따라 코스코에서 파는 산악형 자전거 '켄트 테라 쇼군'이라는 제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값은 300달러. 본래 사기로 했던 시티글라이드의 절반도 안 되는 값인데, 적어도 모양으로만 보면 동준이가 좀 심하게 굴러도 잘 견디게, 퍽 튼튼하게 생겼다. 기어 조절도 그냥 핸들을 돌리면 되는 것 같았다.



성준이 자전거도 장만했다. 자전거 가게를 들를 때마다 자기 몸에 맞을 법한 자전거를 만지작거리고 타보면서 이것 좋다, 저것 좋다고 설레발을 쳤는데, 역시 존 헨리 바이크 샵에서 데토네이터 (Detonator)라는 산악형 자전거를 닮은, 디스크 브레이크의 ‘쿨’한 자전거 한 대를 ‘득템’했다 (460달러). 안타깝게도 매장에는 없어서, 토론토에서 배달되자면 일이 주일은 걸릴 듯하다. (나이 대에 따른 남자아이용 자전거들의 이름이 웃겼다. Ninja, Menace, Eliminator, Ignitor…) 이제 남은 것은 엄마용 자전거인데 아무래도 예산 문제상 좀더 기다려야 할 듯싶다. 노르코 쪽에서 찾는다면 산티아고 같은 게 퍽 여성스러워 보이면서도 기어가 적당히 들어가서 쓸 만해 보이기는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