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얘기

반가운 벗이 멀리서 찾아주니... 시사저널 선배이자 토론토 이웃이던 성우제 선배 가족이 엿새 동안 밴쿠버로 놀러 오셨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보여드릴지는 뚜렷이 계획해 둔 것이 없지만, 그저 반가운 사람들이 그 먼 토론토에서 밴쿠버까지 날아오신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고 마음 설렌다. 밴쿠버 공항에 미리 나와서 성선배 댁을 기다리는 중.형수와 자매처럼 친하게 지내고 의지했던 아내가 누구보다 더 기대감에 가득찼을 듯. 크리스마스 날 아침. 성준이는 자신한테 온 선물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안달을 했지만 에리카 누나 (성선배 댁 딸)가 오면 그 때 열어보자는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후, 마침내 열었다.산타 할아버지께서 어찌 내 마음을 아시고...!! 그렇게 바라던 히로 팩토리의 Jet Rocka를 얻었다! 커피 구루 (Cof.. 더보기
벼락치기 손님 맞이 - IKEA의 소파형 침대 꼭 손님이 오기 때문은 아니지만 기왕 살 거, 손님 치르는 데 활용할 수 있으면 일거양득 아니냐는 생각에, 서둘러 이케아 (IKEA)에 가서 소파 베드를 구입했다. 베딩게(Beddinge)라는 브랜드 이름인데, 프레임과 매트리스, 매트리스 커버 해서 280달러, 세금까지 더하니 300달러가 조금 넘었다. 다른 가구 할인점과 견줘도 싼 값이지만 무엇보다 더 마음에 든 건 그 정도 가격대에서 기대하기 힘든 '품질'이었다. 이케아에선 아침도 판다. 직접 먹어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맥도날드나 A&W 같은 패스트푸드점에 견주어도 싼 값에, 품질은 오히려 그보다 더 낫다는 생각. 아이들도 좋아했다. 이런 음식 두 쟁반을 시켰는데 값이 20달러도 채 안됐다. BC주에 특히 많은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인 화이트스팟 (.. 더보기
크리스마스 분위기 크리스마스도 여행과 비슷하다. 혹은 (어릴 때) 생일이나 무슨 기념일과 비슷하다. 그 날을 기다리는 마음, 기다리며 느끼는 기대감과 흥분감이, 도리어 당일의 감흥보다 더 크고 깊은 것 같다는 뜻에서다. 누구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기대한다. 어린이들은 산타 할아버지(를 가장한 부모)의 선물이 무엇일까 기대하고, 어른들, 특히 직장인들을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여러 날의 휴일에 더 큰 기대를 건다. 점심 때마다 회사 근처를 걸으면서 - 최근엔 달리기를 많이 줄였다 자전거 타기와 병행하기가 힘들어서다 -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것들을 카메라로 잡아 보았다. 어디를 가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다. 서울에서 지겹고 지겹게 들었던 캐럴은, 이곳에서는 듣기가 어렵다 (아주 반가운 일이다). 대신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더보기
결혼 17년차 몇몇 지인들께 보낼 카드에 끼워넣으려고 얼마전 찍은 가족 사진을 요렇게 모아봤다. 어제, 12월14일이 아내와 나의 결혼 기념일이었다. 1997년에 결혼을 했으니 올해로 17년차. 캐나다의 대형 서점 체인이자 선물 가게인 인디고(Indigo)로, 고마운 몇몇 분들께 크리스마스 카드라도 사서 부쳐야 하지 않겠느냐며 운전해가는 중에 이런 대화를 나눴다. "오늘이 결혼 기념일이네?""그러네?""가만 있자, 16년 째인가?""아니지, 동준이가 열여섯 살인데 17년 째지." "와 17년!""...""참 오래 잘 참아줬네. 나랑 결혼해 줘서 고마워. 당신은 17년째,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라며 속으로 괴로워 하고 있겠지만..." (웃음)"Mom! Dad! What are you talking about?.. 더보기
불금 '불금'이 '불타는 금요일'을 뜻한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야 알았다. 일주일의 피로를 가열차게 푸는 금요일 밤의 열기가 잘 느껴지는 말이다. 이곳 캐나다에서도 금요일은 역시 많은 이들에게 '불금'에 가까울 터이지만, 내 경우는 대체로 심심하게, 그저 안도감을 느끼며, 아 주말이구나! 하고 행복해 하는 수준이라, 불금이라기보다는 '안금'에 더 가까울 듯싶다. 그런데 이번 금요일은 진짜 '불금'이었다. 퇴근 후의 불금이 아니라 출근길의 불금. '불타는 금요일'이라고 할 때의 비유적(figurative) 불이 아니라, 진짜 (literal) 불. 금요일 아침, 출근을 하는데, 북해안과 밴쿠버를 연결하는 두 다리 중 하나인 '세컨드 내로우즈 브리지'(Second Narrows Bridge)가 갑자기 초만원이었다... 더보기
동준이는 이제 열여섯 살! 지난 일요일(12월7일)은 동준이 생일이었다. 그러나 동준이는 그런 사실을 모른다 (아니 알까?). 오늘이 네 생일이야, 라고 말하니까, 동준인 대뜸 께이끄! 한다. 케이크를 먹자는 얘기다. 동생인 성준이는 제 생일과 크리스마스에만 마음이 가 있지 형 생일은 물론 엄마나 아빠의 생일에 대해서도 무감하다. 이달 말이 엄마 생일인데, 혹시 무슨 선물을 드릴지 생각해 봤니, 라고 물으니, "Oh, I forgot"이라고, 자신의 단골 변명을 내세운다. 캐나다살이의 호젓함을 절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중 하나가 동준이나 성준이 생일 때다. 물론 아내나 나의 생일이라고 해서 그런 쓸쓸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아무렇지 않은듯, 혹은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는 게 습관처럼 돼 버렸다. 그리고 내가 .. 더보기
참치 버거가 명약? "오늘 엄청 웃긴 일이 있었어"라며 아내가 들려준 이야기. 아래는 아내의 말에 따라 재구성한 엄마와 성준이와의 대화 내용. "Mom, if I become 100 years old, then mom and dad would have been passed away?"(내가 100살이 되면 엄마 아빠는 passed away 하게 되는 거야?) "그렇겠지." (성준이는 늘 영어로, 엄마는 우리말로 대화를 나눈다.) "If I'm over 100 years old, then will I die too?"(그럼 나도 100살이 넘으면 죽게 돼?) "그렇겠지." "I don't want to die. (sob) ... Could you make me a tuna burger tomorrow for lunch?"(난.. 더보기
고질라? 노, 칙질라! 김성준 군의 야심작 SF '칙질라 배틀' (Chickzilla Battle). 칙질라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란다. 닭을 뜻하는 칙(chick)과 고질라의 '질라'(zilla)를 합성했다는 것. 실제로 아래 만화에서 칙질라의 모양을 보면 신체는 몸짱이되, 얼굴은 영락없는 닭대가리다. 맞춤법에 문제가 많지만 아빠 눈에 그런 흠결은 그저 사소하게만 보인다. 걸작이닷! 아빠 엄마로서는 씁쓸한 대목. 책을 제 친구인 라이언에게 헌정한다고... 남자 친구도 이런데, 나중에 여자 친구가 생기면 얼마나 유난을 떨까 미리부터 걱정스럽다. ㅋ 더보기
납작 스탠리, 모벰버, 그리고 새 섹셔널 소파 사소하지만 잊지 말고 기록해 두었으면 싶은 것들이, 마치 햇빛에 반짝이는 사금파리처럼 주변에 널려 있다. 여기에 담은 것들도 그런 사례들이다. 행복이란 그런 사소한 것들이 우리 마음을 기쁘게 할 때, 마치 전구에 불이 켜지듯 반짝 빛나는 그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성준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숙제는 '납작 스탠리' (Flat Stanley)와 무얼 하며 놀았는지 사진과 함께 짤막한 일기를 써서 제출하는 일이다. 종이에 얼굴과 몸을 그려 오린 캐릭터이니 납작할 수밖에 없는 이 친구는 흥미롭게도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이란다. 그러니 그에게 캐나다살이를 체험시켜주는 셈인데, 위 사진은 성준이가 레고 영웅 공장 (Lego Hero Factory)의 캐릭터 중 하나인 퍼노 젯 머신 (Furno Jet Machine)을.. 더보기
플랜더즈 들판에서 (In Flanders Fields) 플랜더즈 들판에서 (In Flanders Fields). 연전에 우연히 이 시를 접하고 눈물이 핑 돌았었다. 세계 제1차 대전 중에, 캐나다의 군인 존 매크레이 (John McCrae) 중령 (아래 사진)이 플랜더즈 전투에서 전우를 잃고 쓴 시라고 한다. 내 식으로 옮겨봤는데, 실제 느끼는 감동을 제대로 표현해내기는 역부족이다. 전쟁은 참혹하다. 그 참혹한 전쟁을, 그것도 엄청난 대규모로 두 차례나 치렀고, 지금 이 시간에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때로는 종교의 이름으로, 때로는 정치적 명분을 내걸고, 때로는 사리사욕을 거창한 말들로 위장하고... 그러나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최악의 범죄이고, 절대로 용서 받지 못할, 죄악 중의 죄악이다. 이번 화요일, 11월11일은 이곳 캐나다의 R..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