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얘기

플랜더즈 들판에서 (In Flanders Fields)


플랜더즈 들판에서 (In Flanders Fields). 


연전에 우연히 이 시를 접하고 눈물이 핑 돌았었다. 세계 제1차 대전 중에, 캐나다의 군인 존 매크레이 (John McCrae) 중령 (아래 사진)이 플랜더즈 전투에서 전우를 잃고 쓴 시라고 한다. 내 식으로 옮겨봤는데, 실제 느끼는 감동을 제대로 표현해내기는 역부족이다.


전쟁은 참혹하다. 그 참혹한 전쟁을, 그것도 엄청난 대규모로 두 차례나 치렀고, 지금 이 시간에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때로는 종교의 이름으로, 때로는 정치적 명분을 내걸고, 때로는 사리사욕을 거창한 말들로 위장하고... 그러나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최악의 범죄이고, 절대로 용서 받지 못할, 죄악 중의 죄악이다. 


이번 화요일, 11월11일은 이곳 캐나다의 Remembrance Day이다. 한국식 표현을 빌린다면 캐나다판 '현충일'이 되겠다. 그러나 나는 저 단순한 'Remembrance'라는 말이 훨씬 더 간곡하게 들린다. 기억하자. 상기하자. 잊지 말자.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하고, 그 참혹함 속에서, 내 가족과 벗, 이웃, 국민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쳤던 순국선열들을 기억하자. 저 플랜더즈 들판에서 외롭게 죽어간 군인들을 기억하자. 그래서 다시는, 정말 다시는, 그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In Flanders fields 


In Flanders fields the poppies blow

      Between the crosses, row on row,

   That mark our place; and in the sky

   The larks, still bravely singing, fly

Scarce heard amid the guns below.


We are the Dead. Short days ago

We lived, felt dawn, saw sunset glow,

   Loved and were loved, and now we lie

         In Flanders fields.


Take up our quarrel with the foe:

To you from failing hands we throw

   The torch; be yours to hold it high.

   If ye break faith with us who die

We shall not sleep, though poppies grow

         In Flanders fields.


- In Flanders Field by John McCrae




플랜더즈 들판에서


플랜더즈 들판에 양귀비꽃이 날리네,

줄줄이 늘어선, 우리의 자리를 표시한

십자가들 사이로, 그리고 하늘에선

종달새가 여전히 힘차게 노래하며 날지만

지상의 총소리에 묻혀 드문드문 들릴뿐.


우리는 망자들. 불과 며칠 전까지

우리는 살아서, 새벽을 느꼈고, 불타는 석양을 보았지,

사랑했고, 사랑 받았고, 그러나 이제는 누워 있네

플랜더즈 들판에.


우리가 벌였던 적과의 싸움 이어주게

죽어가며 우리가 이 횃불을

그대들에게 던지네 그대 손으로 높이 들기를.

그대들이 목숨 바친 우리의 신의 저버린다면 

우리는 잠들지 못하리, 비록 양귀비꽃이 자란다 해도

플랜더즈 들판에.


- 존 매크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