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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동준이는 이제 열여섯 살!

지난 일요일(12월7일)은 동준이 생일이었다. 그러나 동준이는 그런 사실을 모른다 (아니 알까?). 오늘이 네 생일이야, 라고 말하니까, 동준인 대뜸 께이끄! 한다. 케이크를 먹자는 얘기다. 


동생인 성준이는 제 생일과 크리스마스에만 마음이 가 있지 형 생일은 물론 엄마나 아빠의 생일에 대해서도 무감하다. 이달 말이 엄마 생일인데, 혹시 무슨 선물을 드릴지 생각해 봤니, 라고 물으니, "Oh, I forgot"이라고, 자신의 단골 변명을 내세운다.


캐나다살이의 호젓함을 절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중 하나가 동준이나 성준이 생일 때다. 물론 아내나 나의 생일이라고 해서 그런 쓸쓸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아무렇지 않은듯, 혹은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는 게 습관처럼 돼 버렸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 하나가 내 생일을 챙겨주는 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아내도 그런 생각일 거라고 믿는다). 친구들과 술 한 잔 기울인다고 해서, 혹은 주변 친척이 한데 모여 생일 축하합니다, 를 외친다고 해서, 지금보다 중뿔나게 덜 외롭거나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동준이에게 미안하다. 



가족을 모아다가 사진을 찍었다. 성준인 아이패드 미니를 보는 데 정신이 팔려 사진조차 안 찍겠다고 버텨서 아빠 성질을 제대로 건드렸다. 암튼 괘씸한 녀석!



덩치는 이렇게 산만해졌지만 생각의 수준은 두세 살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제 생일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누구 생일이든, 혹은 무슨 행사든 케이크가 놓이면 좋아한다. 엄마가 작아 보인다.사진기를 들이댈 때마다 'Cheese~!' 하는 재주는 사줄 만하다.



케이크. 근처 대형 식품체인인 Save-on-Foods에 딸린 제과점에서 초콜렛 케이크와 이것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단다. 전에 초콜렛 케이크를 골랐는데 맛이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기억이 작용한듯 동준이를 이걸 골랐다. 아주 크림으로 온통 범적이 된, 보기만 해도 느끼한 케이크인데... 그래도 맛나게 잘 먹었다. 동준이 어렸을 때는 저기 꽂힌 곰돌이 푸 같다며 엄마 아빠가 많이 행복해 했는데...



Happy Birthday to Dear Dongjoon! 동준이의 촛불 끄는 위용만은 대단하다. 동준아, 이제는 더 이상 발작 같은 거 하지 말고, 밝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살아다오. 엄마 아빠가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