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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TV를 끊다! 저로서는 중대한 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TV 끊기. 믿어지십니까? 아내로부터 '테돌이'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TV에 붙어살아 왔는데 TV를 끊다니... (또다른 별명은 '리돌이'입니다. 리모콘을 갖고 전채널을 매 5, 6분 간격으로 훑어대니까... 흐흐). 그런데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돼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케이블TV 채널 수를 반으로 줄였는데, 그러고 보니 제가 즐겨보는 스포츠 채널 셋 중 둘이 빠져버렸고, 결국 그 재미가 시들해진 데다, 갑자기 새롭게 관심이 불붙기 시작한 클래식 음악 듣기가 겹치면서 TV의 우선순위도 자꾸 밀리게 됐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생각해 보니 지난 한 주 동안 TV 본 게 채 한 시간도 안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아내한테, "우리 케이블TV 끊어버릴까?"라고.. 더보기
아름다운 레드버드 요 몇 주 동안, 틈만 나면 근처 '휘트니 블락' (Whitney Block, 아래 사진)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러 갔다. 내가 일하는 온타리오 주정부 건물들에는 무슨무슨 '블락'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맥도날드 블락, 퍼거슨 블락, 모왓 블락, 그런 식으로... 휘트니 블락은 그 중에서도 여러 부처의 장관, 부장관 사무실이 입주한 곳이다. 그 앞에는 레드버드(Redbud, Cercis canadensis)라는 관목 한 그루가 서 있는데, 그 종명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캐나다의 토종 식물 중 하나이고, 이맘때 살짝 피우는 꽃이 퍽이나 예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는다. 요 몇 주간 휴식 시간이나 점심 때마다 휘트니 블락에 들른 것도 그 꽃 피는 과정을 훔쳐보기 위해서였다. 이 나무에 붙은 별명 .. 더보기
4월의 스키 여행 부활절 휴일을 이용해 미국 버몬트 주로 스키여행을 다녀왔다. 버몬트 주는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 그러나 이번에는 스키 리조트만 '찍고' 왔다. 다음에는 좀더 본격적으로 버몬트 주 '관광'을 해볼 생각. 이번에 다녀온 '제이 피크' (Jay Peak) 스키 리조트는 버몬트 주에 즐비한 스키 리조트들 중에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한, 미국 쪽에서 본다면 제일 궁벽한 곳이었다. 그러나 캐나다 쪽에서 본다면 가장 가깝고, 따라서 접근성도 가장 뛰어난 곳이었다. 봄 기운이 완연해야 맞을 4월 초순. 그러나 제이 피크 주위로 종일 눈발이 날렸다. 봉우리 근처가 그 눈발로 뿌옇게 윤곽만 겨우 드러냈다. 그간 이따금씩 찾았던 온타리오 주의 이러저러한 '언덕 스키장'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단순히 코스만 길고 다양한.. 더보기
잊고 싶은 기억: 토론토에서 기차로 출퇴근하기 토론토에는 그 인근 지역과 연결된 통근 전용 열차가 있다. 'GO'라는 이름이 붙은 기차 서비스다. 관할 기구는 토론토 시가 아니라 온타리오 주정부다. 이름은 번듯한 'GO'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너무 많다. 걸핏하면 늦고, 중간에 이유없이 - 물론 뭔가 있겠지만 그 이유를 제대로 알려주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결과적으로는 '이유없이'와 다를 바가 없다 - 선 채 가지 않거나, 한두 편 취소하기를 밥 먹듯 한다. 아래 글들은 1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토론토의 시베리아'로 불리는 스카보로 지역에 살면서 기차로 출퇴근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아, 다시 열 받는다. (2012년 2월18일) 정차역을 지나쳤습니다...! "다음역은 루지힐입니다." 길드우드 역에서 한 5분쯤 달리면 내가 내릴.. 더보기
도심의 거미줄 토론토에는 아직 전차 (電車 streetcar)가 다닌다. 사전에 따르면 전차는 '도시 길거리에 설치된 선로 위를 전기의 힘으로 운행하는 철도차량'을 일컫는다. 토론토 시 전역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전차 노선이 제법 잘 발달해 있어서 꽤 많은 이들이 전차를 이용해 통근한다. 내가 아침저녁으로 오가는 베이 스트리트와 칼리지 스트리트에도 전차가 다닌다. 콘크리트 도로 위로 움푹 패어 뻗어나간 선로를 볼 때마다, 그 콘크리트 위를 가득 메운 승용차들과 연결지어 '불협화음'이라는 말을 떠올리곤 한다. 전차와 승용차,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게 승용차 탓인지, 아니면 전차 탓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차가 앞으로도 오래도록 존속하면서, 토론토의 중요한 대.. 더보기
신나는 눈썰매 타기 영하 16도, 18도까지 곤두박질쳤던 기온이 일요일에는 점점 올라가더니 오후 들어서는 영상으로 돌아섰다. 오전 영하 12도였던 게 오후에는 영상 4도다. 오전 내내 하늘을 덮었던 회색 구름도 어느덧 물러나, 눈부신 햇살이 사방을 물들였고 파란 하늘이 열렸다. 오늘도 눈썰매를 안탈 수 없지. 날씨가 화창해서 그런지 지난 주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몰려나왔다. 뭐 그래봤자 20명 안팎이었지만... 이번에는 짤막한 비디오도 찍었다. 동준이의 신나는 슬라이딩. 엄마와 성준이의 2단 썰매 타기. 더보기
동준이의 발렌타인 데이 선물 한국도 떠들썩할테지만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다. 발렌타인 데이. 아무리 그럴듯한 연원을 갖다 붙이고 미화하려 해도, 결국 그 뿌리는 '도저한 상업주의'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까닭에, 나는 이 날이 영 마뜩찮다. 화이트 데이? 그건 아예 끄집어내지도 말자. '도저한 상업주의'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맘때가 그런 때임을 광고 전단지들이 먼저 알려주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주말 동안 온갖 술이 다 세일이다. 맥주, 양주, 와인, 샴페인... 또 돌연 보석이며 장신구를 파는 가게들의 전단지가 추가된다. 싸랑하는 그녀에게 바치시라...운운 하면서. 집에 텔레비전이 있었다면 그곳에서 먼저 발렌타인 데이가 멀지 않았음을 지겹도록 주입 받았을텐데, 그런 짜증을 덜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사람.. 더보기
LSD...그리고 눈썰매 타기 일요일. 날씨는 두 주 가까이 푸근하다. 낮 기온이 영상을 가리키는 이런 날씨의 겨울이라면 정말 살 만하다. 오늘은 좀 길게 뛰는 날. 오는 4월에 있을 '새알밭 텐 마일러' (16km)의 코스를 뛰어보려다 몇몇 보도 위의 눈이 아직 제대로 치워지지 않은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미처 생각해둔 코스가 없어 이리 돌고, 저리 돌고, 저쪽으로 내려갔다가, 다른 쪽 눈밭 길을 좀 달렸다가, 하면서 11마일 (약 19km)을 채웠다. 그렇게 이 골목 저 골목 다니다가, 동네 언덕에서 눈썰매 타는 아이들을 보았다. 잊고 있었다. 그래 저런 언덕이 있었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언덕으로 갔다. 그리곤 신나는 미끄럼, 미끄럼. 작년만 해도 언덕이라면 질색을 하던 동준이도, 올해는 웬일인지 순순이.. 더보기
수 세인트 마리, 온타리오 트레이닝 데이 | 2005년 6월 14일 오전 5:45 덴젤 워싱턴의 악역이 돋보였던 영화 제목을 위에 달아보았습니다. 오늘(13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간 교육을 받기 위해 수세인트마리(Sault Ste. Marie)에 내려와 있습니다 (토론토에서 보면 한참 '올라가야' 하는 곳이지만, 와와에서 보자면 200여km를 '내려가야' 하는 곳입니다). 지난 5월30일부터 제 타이틀이 바뀌었습니다. '계약직 산림관' (Contract Forester)에서 '인턴 산림관'(Forester Intern)으로. 후자가 전자보다 급여는 다소 짜지만 단순한 '와와 지구' 차원이 아닌 MNR 차원의 타이틀인 데다 다양한 훈련 및 교육 기회를 주기 때문에 훨씬 배울 것이 많고, 따라서 정식 '지역 산림관' (Area Fo.. 더보기
와와 살이, 와와 주변의 풍경 영상 19도 | 2005년 5월 8일 오전 8:10 와와의 오늘 최고 기온이 19도였습니다. 토론토의 21도에 그리 많이 뒤지지 않았습니다. 와와의 여름은 대체로 20도 안팎이라고 합니다. 30도를 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는군요. 여름 날씨가 그처럼 서늘한 대신 아침 저녁으로 안개가 자주 낀다고 했습니다. 어쨌든 오늘은, 봄날씨 치고는 제법 더운 편이었습니다. 와와 호수의 다른 편에 있는 산에 올랐습니다. 호수를 거닐 때마다 다른 편 산정에 놓인 거대한 라디오 탑과, 그 오른 편에 보이는 집 한 채가 늘 궁금하던 참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제법 비탈도 졌고, 무엇보다 쨍쨍한 햇살 탓에 땀도 좀 흘리면서, 오랜만의 등산을 즐겼습니다. 한국에서 살 때 가끔 등산하던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산정에서 내려다보이는 풍..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