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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쓰밴

사소한, 그러나 사소하지 않은, 일상 카메라를 늘 휴대하면서 온갖 사진들을 찍는다. 거의 습관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모아두는 플리커에는 어느새 8만 장이 넘는 사진들이 쌓였다. 8천 장도 아니고 8만 장이다. 아니 그 숫자를 넘는다. 그걸 누가 다 보랴 싶지만 이게 나중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산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 사소하게만 여겨지지도 않는다. 자전거 관리...라지만 대개는 체인과 드라이브트레인을 닦아주고, 기어 변속이 무리없이 잘 되도록 케이블의 장력 (tension)을 조절해 주고, 체인에 윤활유를 발라주는 정도다. 매일, 퇴근하자마자 한다. 당연한 일상의 습관으로 만들었다. 보통 10~15분 걸린다. 이게 나의 교통 수단이고, 어떤 면에서는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매일 하는 점검.. 더보기
자전거 통근 주간 이번 주 (5월25일 - 31일)가 "Bike to Work Week", 자전거로 통근하자는 캠페인이 펼쳐지는 기간이다. 메트로 밴쿠버 지역의 시 정부, 자치 단체, 자전거 관련 비영리 단체들이 여럿 참여해 제법 큰 규모로 펼쳐지는 연례 행사다. 월요일인 어제는 오전에 잠깐 비가 내려서 그런가 다른 주와 별반 차이를 못 느꼈는데, 오늘은 자전거 통근자가 퍽 많아졌음을 여실히 느끼겠다. 나는 작년 이맘때까지는 일회성으로 참여해서, 계속 자전거로 통근을 할 수 있을까 없을까 고민하고 걱정했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런 캠페인과는 무관하게, 꾸준히 자전거를 이용한다. 아직도 이따금씩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느낀 적은 한.. 더보기
자전거 연습 아침을 먹고 집 뒤 시모어 보전지역 (Lower Seymour Conservation Reserve)으로 갔다. 아이들에게 자전거 타기를 연습시키기 위해서였다. 아내에게도 자전거를 타지 않겠느냐고 떠봤지만 차에 자전거를 석 대까지 넣기는 무리라는 핑계를 댔다. 억지로 구겨넣으면 석 대까지도 영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아무리 미니밴이라고 해도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했다. 자전거 운반용 힛치 (hitch)가 필요했다. 그래서 동준이와 성준이의 자전거만 실었다 (가능하면 이번 주 중에 힛치를 달 계획이다). 자전거 타기를 연습시키는 방식은 위 사진처럼 좀 무모했다. 나는 동준이를 맡고 아내는 성준이를 맡아, 옆에서 뛰면서 도와주는 방식. 성준이는 자전거도 작고 기어도 저단으로 천천히 진행했기 때문에 아내도 그.. 더보기
If you have no love for the place where you live... 빗속 달리기.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를 건너 스탠리 공원의 씨월(Seawall)을 거쳐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로 돌아오는 경로를 잡았다. 약간의 우회로 때문에 총 거리는 예상보다 다소 긴 30 km 정도였다. 사진은 달리기의 막바지,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로 올라서기 전이다. 호우 경보가 내렸다. 비가 밤새 내렸다. 일요일 아침,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퍽 세찼다. 일기 예보에 따르면 오전 중에 23-30 mm, 오후에 또 그만큼의 비가 내릴 것이었다. 오늘 하루를 통째로 거르지 않는 한, 비를 피해 뛸 재간은 없게 생겼다. 이런 상황이면 늘 그렇듯이, '뛰지 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와 거의 동시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씨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나간다'라는, 한 .. 더보기
건강 검진 린 계곡 상류 지역 (Lynn Headwaters)의 트레일과 시모어 보전 지역 (Lower Seymour Conservation Reserve, LSCR)은 이런 비포장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다. 출퇴근용 '도시형' 자전거로 덜컹대며 트레일을 타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 덜컹거림이 재미의 절반은 넘었다. 저 위로 가는 길은 라이스 호수 (Rice Lake)로 가는 길인데, 자전거 옆 표지판이 알려주듯 개도 자전거도 출입 금지다. 나는 그냥 노르코 자전거를 모델로 사진만 찍었을 뿐, 저 길을 타지는 않았다. 정말이다. 오늘 하루 휴가. 3월이 끝나기 전에, 그러니까 2014년 회계년도가 끝나기 전에 소진해야 할 휴가 일수가 며칠 남아서,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하는 날 중 하루다. 회계연도가 끝나갈 무렵이면.. 더보기
움직이는 속도가 더딜수록 길에 대한 느낌도 더 각별하고, 제각기 다른 길의 매력도 더욱 절실히 감지하게 되는 것 같다. 차로 달릴 때보다는 자전거로 달릴 때, 자전거를 탈 때보다는 뛸 때... 일요일인 오늘은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날인데, 지난 몇 주 동안 15-16 마일을 넘어선 적이 없다. 피로하고 버겁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아마 자전거 타기의 여파가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다. 오늘은 달리는 코스를, 여느 때보다 유독 더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왼쪽, 오른쪽, 유턴... 그렇게 만난 길들만 모아 봤다. 집에서 나와 린 계곡 트레일을 타고 내려와 - 그 사진은 그간 많이 찍어서 따로 담지 않았다 - 바다와 가까운 차도로 방향을 잡았다. 여기는 'Cotton Road'라는 데다. 최근 길을 정비해 자.. 더보기
사람이 많으면 피곤해! 정말 봄이다. 맑은 날이 이어지고, 낮 기온은 10도를 넘어선다. 햇살은 예전보다 더 눈부시고, 조금씩 더 따갑게 느껴진다. 게다가 이번 주말부터 일광 시간 절약제가 시작된다. 한국에서 큰 처형이 잠시 밴쿠버에 들르셨다. 방문의 주목적은 질환이 깊어진 부친을 뵙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실내에만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주말을 맞아 써리 남쪽에 있는 관광 타운 화이트 락 (White Rock)을 찾았다. 몇년 전, 아직 알버타 주에 살던 시절에, 역시 관광객 기분으로 들른 적이 있지만, 우리도 동네에 그리 낯익지는 않았다. 와본 지 오래됐다는 점은, 차를 너무 멀리 대놓고 바닷가 번화가까지 걸어가겠다는 계획에서 잘 드러났다. 'Buena Vista Avenue'라는 이름만 보고, 경치가 좋다는 .. 더보기
내가 사랑하는 길 오늘은 좀 늦게 뛰러 나갔다. 알람은 6시를 갓넘어 울었지만 끄고 더 잤다. 일요일인데 뭐 어떠랴... 여덟 시쯤 나섰다. 평소처럼 물 한 컵 마시고, 작은 물통 두 개에 게토레이 한 병을 나눠 넣고, 피넛 젤 하나를 먹었는데, 정말 환장하게 맛이 없었다. 달리기 중간쯤에 더 먹으려고 여분으로 하나를 주머니에 챙겼다. 보통 초콜렛 바를 두 개쯤 넣어가는데 하필 다 떨어져서, 레이스 때 먹고 남은 젤로 대신한 것이다. 본래는 토요일에 10K짜리 MEC 레이스를 뛰겠다고 금요일을 쉬었는데, 그만 500점짜리 두바이 오픈 테니스 결승을 보느라고 토요일의 레이스를 걸렀다. 레이스 시작은 아홉 시, 테니스 중계는 7시부터... 로저 페더러와 노박 조코비치, 당대의 '테니스 월드 넘버 원/투'가 붙는데 안 볼 도리.. 더보기
북세일, 환풍기, 그리고 대통령의 욕조 퍼스트 하프 마라톤을 뛰고 난 직후에 몸살에 배탈까지 나서 다소 고전했다. 그래서 금요일을 쉬었고, 그 덕택에 금토일 사흘을 내리 쉬는 또 한 번의 '롱 위크엔드'를 보냈다. 일요일인 오늘부터 역순으로, 사흘 간의 '놀멘놀멘'을 적는다. 2월22일, 일요일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혹은 최선을 다해 뛴 하프 마라톤의 후유증을 던다는 변명으로, 목요일과 금요일, 토요일까지 달리기를 쉬었다. 목요일까지는 자전거로 왕복 24 km 정도를 달렸으므로 운동을 아예 안한 것은 아니었고, 그래서 마음도 덜 불편했다. 하지만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의 퇴근길은 정말 힘들었다. 씨버스로 자전거를 싣고 건너가서 아내를 만나 차로 귀가할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참았다. 잘 참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금요일과 토요일을 아무 운동.. 더보기
새롭게 단장한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의 자전거 도로 얼마나 걸렸을까? 느낌으로는 공사에만 1년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 (Second Narrows Bridge, 이하 "SN 다리")의 보도/자전거 도로 얘기다. SN 다리는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 (Lions Gate Bridge)와 더불어, 밴쿠버와, 노쓰밴쿠버와 웨스트밴쿠버가 자리잡은 북해안 사이를 연결하는 '유이한' 다리이다. 그 다리의 양옆으로 어른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 너비의 보도 겸 자전거 도로가 있는데, 1년여 전 개보수를 시작해 한 쪽이 내내 막혀 있었다. 생각건대는 서너 달 정도면 거뜬히 끝낼 수 있을 만한 일을, 1년이 넘도록 질질 끄는 게, 퍽이나 못마땅했었다. *엄밀히 말하면 '세컨드 내로우즈 도항' (Second Narrows Crossing)이라고 불러.. 더보기